4화. “네 발소리 들리면 제일 먼저 웃었단다”

기억은 향기처럼 돌아온다

by 이동혁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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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엄마의 온기


4화. “네 발소리 들리면 제일 먼저 웃었단다”


이상하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기 전부터

나는 이미 네가 왔다는 걸 알았단다.

현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 작은 발소리.

다른 사람들과는 분명히 다르게,

나는 단번에 알 수 있었지.

“아, 우리 아가 왔구나.”


엄마가 가장 먼저 웃는 순간은

네가 “엄마!” 하고 부를 때가 아니었어.

사실은 그보다도 더 먼저,

문 앞에서 들려오는 네 발소리.

그 조그만 ‘또각또각’ 소리 하나에도

엄마의 마음은 제일 먼저 움직였단다.

부엌에서 국을 끓이고 있다가도,

방에서 빨래를 개다가도,

TV를 보다가도

나는 문 쪽을 먼저 돌아봤어.

왜냐면,

네가 온다는 건,

그 하루가 살아졌다는 증거였으니까.


어릴 땐 발도 작고 걸음도 짧아서

네 발소리는 탁탁, 금방 다가왔지.

“엄마아아!”

어디 다녀와서 문을 열자마자 달려들던 그 품.

나는 그 순간, 세상의 온기를 다 받은 것처럼 느꼈단다.

그리고

어느새 네 발소리는

조금씩 무거워지고

느릿해지고

점점 말이 없어졌지.

그래도 나는 여전히 알아.

너의 발소리.

아무 말 없이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고

한숨부터 쉬는 그 리듬조차,

엄마는 익숙하단다.


“엄마는 네가 오면 왜 웃어?”

어느 날 그렇게 물었던 너에게

나는 그냥 웃으며 말했었지.

“그냥 좋아서.”

하지만 사실은

그 웃음 안에

‘고맙다’는 말과

‘살아줘서 고맙다’는 안도의 숨이

숨겨져 있었단다.


이제는 너도 어른이 되어

문을 열고 들어올 일이 적어졌지만,

혹시 언젠가

다시 그 문턱을 넘는 날이 오면,

엄마는 여전히

그 발소리를 먼저 들을 거야.

그리고

제일 먼저 웃을 거란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저 네가 온다는 이유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