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택지 May 25. 2021

플라스틱이라고 다 같은 플라스틱이 아니다

락앤락 다회용 플라스틱 밀폐용기 재활용

잠시 해외에서 생활하던 시절, 간이 밥솥에 밥을 해 먹었다. 보온 기능은 없었기에 밥을 해서 밥그릇 크기의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얼려두었다가 하나씩 꺼내 먹었다. 냉동실 안에 플라스틱 밀폐용기가 가득 쌓여 있으면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지금도 한번 밥을 하면 같은 방식으로 얼린 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다. 즉석밥 용기가 재활용이 안 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한 후로는 비상용으로 즉석밥보다 ‘얼린 밥’을 애용한다. 꽁꽁 언 상태의 플라스틱 밀폐용기는 벽돌처럼 단단하다. 자칫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용기가 깨져버리니 조심해야 한다. 며칠 전에도 얼린 밥의 뚜껑을 열다 바닥에 떨어뜨려 용기의 일부분이 박살 났다. 설사 깨지지 않았더라도 스크래치가 생겨 일어나거나 김치 색 물이 들고 냄새가 안 빠지면 버릴 때가 된 거다.

‘플라스틱 밀폐용기’하면 바로 떠오르는 브랜드는 아마 ‘락앤락’일 것이다. 락앤락 플라스틱 밀폐용기에서 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소재는 폴리프로필렌(PP)과 트라이탄(Tritan™)이다. 폴리프로필렌은 식약처에서 식품용기 사용 허가를 받은 플라스틱으로, 내열·내냉 온도가 –20℃에서 120℃까지라 냉장고 보관용기나 전자레인지용 용기로 많이 쓰인다. 트라이탄은 미국의 화학전문기업인 Eastman Chemical(이스트만 케미컬)에서 개발한 신소재로,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인 비스페놀-A(BPA)를 비롯해 인체에 유해한 가소제(可塑劑, 가공성을 향상하거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를 넣지 않은 순수한 폴리에스터 원료이다. 트라이탄으로 만든 락앤락의 비스프리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 NSF(National Sanitation Foundation), 일본 후생성 식약청 등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되었다. 트라이탄으로 만든 제품은 유리처럼 투명하고 가볍고 내구성이 강하며, 끓는 물에 소독할 수 있어 젖병, 물병, 식품용기 등에 주로 활용된다.

좌 : ISO 분류 기준 / 우 : 국내 분리배출표시 마크

플라스틱 밀폐용기는 다회용으로 비교적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고 이론적으로 재활용도 가능하다. 다만 제품마다 플라스틱 종류가 달라 일반 플라스틱과 섞어서 배출하면 재활용하기 힘들어진다. 락앤락 제품에는 1번에서 7번까지의 숫자 각인되어 있는데, 이는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플라스틱 재질을 1번 PET부터 2번 HDPE, 3번 PVC, 4번 LDPE, 5번 PP, 6번 PS, 7번 OTHER으로 분류한 것이다. 7번 OTHERS는 1번~6번에 해당되지 않는 다양한 플라스틱을 총칭해 환경부에서 규정한 것으로, 인체에 해롭지 않은 천연소재 플라스틱이나 트라이탄으로 만든 제품도 7번으로 분류된다. 분리배출을 위해 깨져서 더 이상 사용하기 힘들어진 락앤락 제품 뒷면을 확인 보니 ‘5, PP’라고 적혀 있다. 락앤락 제품 정보에서 부속품 별로 재질을 살펴보니, 몸체는 PP나 트라이탄, 뚜껑은 PP, 패킹은 실리콘이 많았다. 잠금장치가 있는 제품은 뚜껑의 고무패킹을 별도로 분리해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동일 원료의 플라스틱은 따로 모아야 재활용하기 쉽기 때문에 락앤락에서는 다회용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자체적으로 수거해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러브 포 플래닛(Love for planet)’은 락앤락이 2020년부터 연간으로 실시하는 소비자 참여형 자원순환 실천 캠페인으로, 상반기에는 오래된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수거해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는 생활용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활동을 한다. 이는 2009년부터 진행해온 오래된 밀폐용기를 교체해 주는 ‘바꾸세요’ 캠페인에 새활용의 개념을 더한 것이다. 참여 방법은 서울과 수도권의 락앤락 플레이스엘엘(PlaceLL)매장 5군데로 낡은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가져가면 된다.(매장 위치)

@ 락앤락

락앤락 제품뿐 아니라 브랜드에 상관없이 다회용 플라스틱 밀폐용기면 모두 가능하다. 파손된 제품이어도 되지만 포장용 플라스틱 일회용기는 안 되고, 사전에 깨끗이 세척해서 가야 한다. 올해 8월까지만 수거하고 참여 고객에게는 락앤락 제품 할인 쿠폰을 준다. 수거 지점수가 적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2021년부터는 아름다운가게와 제주올레 안내소로 수거 거점을 확대했다. 서울의 아름다운가게 27개 지점과 제주올레 안내소 4개(7코스·15코스·18코스·21코스)가 캠페인에 참여했다.

필자는 깨진 락앤락 제품을 버리기 위해 가까운 아름다운가게 매장을 방문했다. 매장 밖에는 ‘러브 포 플래닛’ 캠페인이 진행 중임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종이 박스로 만들어진 수거함은 계산대 옆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수거함 안에는 이미 각종 밀폐용기가 가득 차 있었다. 챙겨 온 밀폐용기를 넣으니 매장 직원이 QR코드가 있는 안내판을 보여주었다. QR코드를 찍으면 뜨는 화면에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참여 완료.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에게는 락앤락 온라인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적립금 5천 원을 준다. 입력화면에 뜨는 공지에 따르면 쿠폰은 5월 31일에 문자로 일괄 발송해준다고 한다. 아쉽게도 아름다운가게 수거함은 4월 30일까지만 운영되지만, 제주 올레길 수거함은 8월까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모은 플라스틱 밀폐용기는 락앤락과 제휴를 맺은 테라사이클(TerraCycle)의 R&D 기술을 통해 재생 플라스틱 원료로 가공되어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나 시설물로 재탄생한다. 2020년 2월부터 8월까지 진행한 캠페인에서 수거된 플라스틱은 총 460kg였다. 이를 활용해 업사이클링 벤치 ‘KOYO’를 만들어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 해변에 위치한 제주올레길 4코스 쉼터에 설치했다.

@ 락앤락

가로 150cm, 높이 38cm의 벤치 2개를 제작하는 데 사용된 폐플라스틱은 150kg. 이는 플라스틱 밀폐용기(460ml) 약 1,400개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플라스틱 밀폐용기뿐만 아니라 제주 바다에 버려진 해양 플라스틱도 들어갔다. 점점 심각해지는 해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2019년 11월 락앤락과 해양환경공단, 테라사이클이 3자간 업무 협약을 체결한 결과다.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선별, 분리, 분쇄하는 과정을 거쳐 재생 원료로 만들고, 대형 3D 프린터를 이용해 벤치를 만드는 데 약 7개월이 걸렸다.

올레길 KOYO 벤치 @ jejuolle

소비자들이 모아준 플라스틱 밀폐용기는 업사이클링 에코백 1,000개로도 재탄생했다. 에코백 제작에는 플라스틱 밀폐용기와 해양 플라스틱을 합쳐 170kg의 폐플라스틱이 사용되었다. 폐플라스틱을 세척하고 분쇄해서 원단으로 만들고, 국내 업사이클링 기업인 큐클리프(www.cueclyp.com)가 디자인했다. 당시 에코백은 플레이스엘엘 매장과 락앤락 온라인몰에서 5만 원 이상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증정했다. 올해 진행한 캠페인에서 수거한 플라스틱으로는 또 어떤 유용한 제품과 공공 시설물이 만들어질지 궁금하다.

@ 테라사이클

플라스틱 밀폐용기에 이어 하반기에는 텀블러 수거 캠페인이 이어진다고 하니, 보온·보냉 기능이 떨어진 텀블러를 따로 챙겨두어야겠다. 작년에는 오래되거나 사용하지 않는 텀블러를 가져오면 락앤락 텀블러 제품 할인 쿠폰을 지급했다. 이렇게 한꺼번에 뒤섞여 배출되어 재활용하기 어려웠던 제품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기업이 앞장서서 동일 원료와 품목별로 별도 수거하는 활동이 늘어나길 바란다. 일시적인 캠페인이 아니라 상시 운영으로 말이다.

참고 자료

락앤락 환경캠페인

https://www.locknlock.com/locknlock/socialcontribution

락앤락 보도자료

https://www.locknlock.com/Bbs/category-news/Page1/Details/2369

https://www.locknlock.com/Bbs/category-news/Page1/Details/2353

https://www.locknlock.com/Bbs/category-news/Page3/Details/2316

https://www.locknlock.com/Bbs/category-news/Page3/Details/2313

https://www.locknlock.com/Bbs/category-news/Page4/Details/2292

테라사이클 보도자료

https://www.terracycle.com/ko-KR/brigades/locknlock

아름다운가게 공지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