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니까 좋그든요
안쓰는 물건 기부받는 곳 3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자마자 창문을 죄다 뜯어 닦았다. 미세먼지 가득 먹었던 창 너머가 또렷해지니 그렇게 속이 시원할 수가 없었다. 다음 타자는 행거. 알레르기 약과 귀찮음을 꾸역꾸역 삼키며 겨울옷을 정리했다.
자, 이제 남은 건 방구석 이곳저곳에 자리 잡은 잡다구리들 뿐.
‘쓸 일이 있을 거야!’ 하고 서랍 한편에 집어넣으며 동시에 마음에 묻어둔 것들 말이다. 이런 것들은 대게 쓰지도 않으면서 막상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해서 당근에 올리기엔 너무나 잡다구리해 하나하나 팔기에는 민망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마땅히 쓸모가 있다. 집에서 빈둥대는 자식을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으로 이 잡다구리들을 밖으로 내보내자.
나눔코리아
기부 품목 : 학용품 자세한 정보
나의 잡다구리는 단연 문구들이었다. 필통에 검은색 펜만 일곱 가지를 가지고 다니던 나에게 교보문고, 영풍문고는 서점이 아닌 문구점이었고, 전시회를 가도 연필이나 북마크들을 사재꼈다. 그런데 졸업하고 문구를 쓸 일이 줄어들면서 그것들은 책상 위가 아닌 상자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작년, 이제는 이것들을 보내줄 때가 됐다 싶어 인터넷에서 학용품 기부를 검색했다. 그리고 가장 많은 검색 결과가 나온 '나눔코리아'에 필기구와 문구들을 기부했다. 펜과 연필, 노트, 메모지, 스티커 등등 종류별로 종이에 둘둘 말아 ‘나눔코리아’에 택배로 보냈다. 보내는 김에 여기저기서 받은 인형들도 같이 기부했다.
기부받은 학용품과 필기구들은 나눔코리아에서 해외로 지원하거나 매주 토요일 자원봉사대원들이 조손가정 혹은 취약가정 아이들에게 산수, 미술, 한글을 가르쳐주며 학용품과 장난감들을 전달해준다고 한다.
기부 방법 : 택배(선불)
보내는 곳 : 서울시 강북구 한천로 1091 두성빌딩 3층 청소년육성지원팀
학용품 외 후원 가능한 물품 자세한 정보는 여기
굿윌스토어
기부 품목 : 의류, 잡화, 생활용품, 문화, 건강/미용, 가전, 식품 자세한 정보
봄맞이 대청소로 집을 뒤집다 보면 이것저것 잡다구리의 영역이 한없이 넓어진다. 그럼 굿윌스토어를 추천한다. 옷부터 식품까지 기부 가능하다. 영역이 넓은 만큼 양도 많다고? 3박스가 넘으면 가까운 지점에서 방문수거 혹은 택배수거를 해준다. 그것도 무료로.
홈페이지에서 기증 신청 후 지점에 따라 택배 혹은 방문수거를 선택할 수 있다. 택배수거는 당일 CJ대한통운에서 연락을 주고, 방문수거는 수거 전날 연락을 준다. 수거 당일 집에 없어도 박스에 ‘굿윌 기증품’이라고 크게 쓰고 현관 앞에 두면 문제없다.
@굿윌스토어이렇게 수거한 물품들은 굿윌스토어에서 판매되어 쓸모를 되찾는다. 이 모든 과정은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우리에겐 기부 영수증을 제공한다는 게 큰 장점. 게다가 다른 곳보다 가격을 잘 쳐준다는 정보도 입수했다. 오늘부터 옷 정리는 헌 옷 수거함이 아닌 여기다.
기부 방법 : 직접 방문, 홈페이지 기증 신청 후 방문 혹은 택배 수거
보내는 곳 : 신청 시 지역마다 정해진 지점 지정
기영상회
기부 품목 : 에코백
언젠가부터 행사 기념품에 에코백이 빠지지 않는다. 이 에코백들은 행사 이름이 대문짝만 하게 박혀있어 가지고 다니긴 그렇고, 장바구니로 쓰기엔 두꺼워 가방에 접어 넣어 다니기엔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또 누구 주기도 그렇고, 팔만한 물건도 아니다 싶다. 자, 이제 그 에코백들 고이 접어 제주도로 보내보자.
@diphda_jeju협재해변 앞 수제 바틀 맥주샵이자 민박집인 기영상회에서 에코백을 모으고 있다. 왜냐고? 비닐봉지 대신 물건을 에코백에 담아주는 나들가게까지 겸하고 있기 때문. 꼭 튼튼한 에코백이 아니더라도 부직포스러운 에코백도 쓸모 있게 사용되는 곳이니 부담없이 챙겨 보내도 된다. 기부자 중 추첨으로 사장님이 특별히 엄선한 수제 맥주와 대나무 칫솔을 선물해주신다.
제주에서 홀로 에코백을 모으는 곳인가 했더니 기영상회는 제주 해변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에 참여하면 음료를 제공하는 디프다제주의 '봉그깅마시깅' 캠페인 연계 상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에 가게 되면 들려보고 싶은 곳.
기부 방법 : 직접 방문, 선불 택배
보내는 곳 :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345 기영상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