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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Apr 21. 2021

직업 혼이 담긴 가방

폐 유니폼으로 만든 가방

평안에는 희생이 따른다. 집에 불이 나면 불을 꺼줄 사람이 필요하고 편히 잠을 자려면 군대가 필요하다. 소방관은 우리의 실수를 수습하고 생명을 구한다. 군인은 국가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들이 수만 번의 훈련을 마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착하기까지의 노력은 어떤 것으로도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 예술로 사람에게 평안을 주는 사람들도 있다. 마음의 안정을 주는 예술품에서는 창작가의 고뇌가 느껴진다. 예술가가 예술로서 타인을 치유하고자 하는 의지는 고결하다.


사람들을 지키고 치유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쓰던 물건을 재사용해 만든 가방이 있다고 한다. 그 제품을 사용한다고 내가 고결해지지는 않겠지만, 고결했던 순간들을 간직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들과 함께하지는 못해도 마음만은 함께 이기를 바라면서.

 



119 레오  119 REO 레토백

소재 : 면 캔버스 + 아라미드

색상 : 아이보리 + 블랙

48,000원 / 바로가기


@119 레오



폐 방화복을 활용해 만든 가방이 있다. 방화복에 들어가는 아라미드 소재는 500 ºcc 강도의 불 속에서도 녹지 않는다. 아라미드는 내열성과 탄성이 뛰어나 군사복으로도 많이 사용되는 소재이다. 한국에서는 윤한식 박사팀이 1984년 전 세계 3번째로 아라미드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소방서에서 수거한 폐 방화복을 자활센터로 옮겨 세탁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 세탁을 마친 후 방화복을 분해해 면 캔버스 위에 올리고 봉제 작업을 거치면 방화복 가방이 완성된다.   


@경기도 공식 블로그


이 가방을 만든 119 레오는 전국 단위 방화복 수거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현재 1.5톤의 방화복을 업사이클링했다. 판매금의 50%는 질병에 걸린 소방관에게 후원되며 매월 한 명의 소방관에게 후원금이 전달된다. 후원금으로 소방관을 돕고, 그 소방관이 다른 사람을 돕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가방에 현장의 흔적이 남아있을 수 있다고 한다. 지니고 다니면 소방관의 온기가 전해질 것만 같다. 가족을 지키고 나아가 국가를 지키는 따뜻한 마음 말이다. 돌아오는 5월 4일 국제 소방관의 날에 소방관들의 노고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보자.



카네이테이 KANEITEI  타이거 파우치

소재 : 군용 텐트 (폴리에스터 100%)

사이즈 : S

색상 : 카키

36,000원 / 바로가기

@KANEITEI

군용 텐트로 제작한 파우치를 소개한다. 중량은 35g 소재는 폴리에스터로 제작되었다. 폴리에스터는 내구성이 강하고 탄성이 좋아 주름이 적게 생긴다. 또 흡수가 잘 되고 빨리 마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폴리에스터는 의류와 방수 시트, 벨트, 마우스 패드, 보호용 커버 등에 사용된다.


파우치 디자인은 아주 심플하다. 텐트를 가져와 분해해 봉제한 뒤 로고를 박아준다. 그 위에 지퍼를 달아주면 끝. 날것 느낌의 카키 색감은 심플한 느낌을 더해 준다.


@KANEITEI

카네이테이는 군용 텐트를 재사용하여 가방과 지갑, 파우치를 만들며 있는 그대로의 원단을 사용하는 것이 이 브랜드의 목적이다. 텐트를 가공하지 않음으로써 찍힘 자국, 긁힌 자국을 그대로 제품에 담는다. 나처럼 날것의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은 끌릴 수밖에 없는 브랜드다.


가공하지 않은 제품이기에 유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 흰색의 군용 텐트는 얼룩이 뭍은 채 지갑으로 제작된다. 새 상품이지만 얼룩이 묻어있어 불쾌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제품에서 플라스틱 냄새가 난다는 후기도 있었으니 유의하기 바란다.


군에서 야외 숙영 훈련을 받을 때가 생각난다. 2월 한파에 텐트 안 침낭으로 들어가 손발을 꼬며 지새웠던 밤들. 이 파우치를 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를 것 같다. 몸과 정신이 힘들 때 그 기억을 떠올리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현재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중인 장병들의 노고를 떠올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군사력이 국가에 힘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늘 군인에게 감사하며 살고자 한다.



얼킨 UL:KIN  라벨 미니 크로스 토트백

소재 : 캔버스 삽화 + 업사이클링 소가죽 + 안감 폴리에스터(100%)

색상 : 검정

152,000원 / 바로가기



이 토트백은 작가가 버릴 예정이던 캔버스를 이용해 만들었다. 캔버스 표면에 코팅 작업을 해 균열을 방지하고 생활 방수가 가능하도록 제작했다. 가방의 테두리는 가죽 가공 후 버려지는 자투리 가죽을 선별해 제작했다.  


얼킨의 가방 디자인은 각각 세상에 하나뿐인 디자인이다. 실제 회화 작품으로 제작되어 질감이 살아있다. 아무렇게나 칠한 듯한 캔버스 위 그림이 꾸민 듯 안 꾸민 듯 멋스럽다. 검은색 소가죽으로 가장자리를 마무리하여 고급스럽다.


https://pxhere.com/ko/photo/1620122


얼킨수익금의 일부를 예술가에게 제공하고 미술재료를 지원한다. 또 주기적으로 전시를 개최해 신진 예술가들이 본인의 작품을 유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작가의 습작이 아닌 실제 작품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수익의 50%를 작가에게 돌려준다. 얼킨의 브랜드 철학은 "예술과 대중의 간극을 줄이자"이며 얼킨은 이를 바탕으로 예술가들을 지원한다. 예술로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다. 작품이 아무리 뛰어난 들 상업적 연계가 되지 않으면 작품은 빛을 발하지 못하고 대중들에게 닿을 수 없다. 얼킨의 철학은 이러한 예술가들의 고충을 잘 대변한다.


우리는 마음의 안정을 위해, 위로를 받기 위해 또는 정신적 고양을 위해 예술을 필요로 한다. 예술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치유한다. 예술가들이 우리를 치유하는 작품을 계속 만들 수 있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직업군과 관련한 글을 쓰다 보니 평소에 깨닫지 못한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안 보이는 곳에서 많은 도움을 주는 이들 덕분에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특정 대상을 위함이 아닌 공동체 전체를 위해 일하는 이들의 희생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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