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것들로 만든 머리끈
김작자는 머리를 잘 안 묶는다. 머리를 묶으면 머리카락 뭉탱이가 뒤통수에 무게추 마냥 달린 느낌이다. 목에 힘이 바짝 들어가는 게 피곤해서 대충 풀어헤치고 다니지만 씻거나 운동할 때는 묶어야 하니 팔목에 고무줄을 하나씩 차고 다닌다. 그래, 분명 고무줄을 팔목에 찼단 말이다. 그런데 고무줄 또 어디 갔지?
고무줄은 사도사도 사라진다. 아무래도 발이 달린 게 분명하다.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늘어날 때까지 오래 쓸 수 있는데 말이다. 안 되겠다 싶어 아예 방 한편에 고무줄 놔두는 곳을 정했다. 그러곤 집을 탈탈 털어 흩어진 고무줄을 모았다. 이상한 건 나는 보통 까맣고 얇은 고무줄을 쓰는데, 집에 남은 고무줄은 장식 달린 것들이다. 역시 주렁주렁 뭘 달아야 눈에 띄어 안 잃어버린다. 침대 밑으로 들어갈 일도 없고 말이야.
몇 년에 걸친 경험에 따른 '고무줄 잃어버리지 않는 법'은 아무래도 눈에 띄는 머리끈을 사는 것인 듯.
한복 원단 자투리
mini 6,000원, medium 8,000원 / 바로가기
휴즈 서울은 빈티지샵으로, 새로운 옷 대신 빈티지 혹은 업사이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땅으로 파묻힐 의류 쓰레기를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한복 원단 자투리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작한다는 것.
한복 고궁 투어를 지나 철릭 원피스를 넘어 요즘엔 전통적인 요소들이 들어간 패션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흐름과 딱 맞는 디자인이다. 김작자는 꽃과 나비가 새겨진 이 화접도스러운 머리끈을 선택했다. 요즘 한복도 대부분 폴리에스터로 만들어지지만 이 풍성한 머리끈은 무려 실크다.
왜 자투리 원단을 사용할까?
서울에서만 하루에 폐 자투리 원단이 110~150톤이 발생한다. 자투리 원단은 재활용이 가능하다. 물론 이론상. 현실에선 대부분 태워지거나 매립된다. 모든 폐기물 문제가 그러하듯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는 것이 큰 원인이다. 자투리 원단을 재사용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지만 뭐든 하는게 중요하다.
자투리 원단 or 폐원단
1개 9,000원 / 바로가기
대량 생산, 과잉 소비, 대량 폐기라는 패션 산업의 악순환 안에서 히피빌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제품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소재를 고민하는 브랜드를 자처한다. 오가닉 코튼과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목재 펄프 단추 등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고 그 출처 또한 밝히는 아직 작지만 단단한 브랜드.
히피빌은 의류 생산자 입장에서 원단 폐기물 문제를 직접 제시하고, 여러 봉제공장을 발로 뛰며 폐기 예정인 자투리 원단들을 수거해 스크런치를 만든다. 다양한 공장에서 온 만큼 다양한 색상과 원단의 스크런치를 만날 수 있다.
폐자일 + 코드락(플라스틱) + e밴드
1개 5,000원 / 바로가기
오름은 클라이밍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다. 오름은 버려지는 클라이밍용 밧줄 '자일'로 여러 가지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고 있다.
자일은 돌에 긁히거나 추락하는 충격에 버틸 수 있도록 아주 단단한 폴리에스터로 만든다. 단단한 만큼 오래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클라이밍뿐 아니라 구조작업이나 추락 방지용으로도 사용되는 밧줄이라 안전이 우선이다. 수명도 정해져 있고 안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바꾸는 것이 보통이라고- 오름은 버려져야만 하는 자일을 한 땀 한 땀 머리끈 장식으로 재탄생시킨다. 알록달록한 패턴이 돋보이는 자일 리본이 꼭 댕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