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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지 Apr 19. 2021

돌아온 고무줄

버려지는 것들로 만든 머리끈

김작자는 머리를 잘 안 묶는다. 머리를 묶으면 머리카락 뭉탱이가 뒤통수에 무게추 마냥 달린 느낌이다. 목에 힘이 바짝 들어가는 게 피곤해서 대충 풀어헤치고 다니지만 씻거나 운동할 때는 묶어야 하니 팔목에 고무줄을 하나씩 차고 다닌다. 그래, 분명 고무줄을 팔목에 찼단 말이다. 그런데 고무줄 또 어디 갔지?


고무줄은 사도사도 사라진다. 아무래도 발이 달린 게 분명하다.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늘어날 때까지 오래 쓸 수 있는데 말이다. 안 되겠다 싶어 아예 방 한편에 고무줄 놔두는 곳을 정했다. 그러곤 집을 탈탈 털어 흩어진 고무줄을 모았다. 이상한 건 나는 보통 까맣고 얇은 고무줄을 쓰는데, 집에 남은 고무줄은 장식 달린 것들이다. 역시 주렁주렁 뭘 달아야 눈에 띄어 안 잃어버린다. 침대 밑으로 들어갈 일도 없고 말이야. 


몇 년에 걸친 경험에 따른 '고무줄 잃어버리지 않는 법'은 아무래도 눈에 띄는 머리끈을 사는 것인 듯.


Hues SEOUL 휴즈 서울 곱창 머리끈

한복 원단 자투리

mini 6,000원, medium 8,000원 / 바로가기

@Hues SEOUL 100% Silk Scrunchie (Cream

휴즈 서울은 빈티지샵으로, 새로운 옷 대신 빈티지 혹은 업사이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땅으로 파묻힐 의류 쓰레기를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한복 원단 자투리로 업사이클링 제품을 제작한다는 것.


한복 고궁 투어를 지나 철릭 원피스를 넘어 요즘엔 전통적인 요소들이 들어간 패션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흐름과 딱 맞는 디자인이다. 김작자는 꽃과 나비가 새겨진 이 화접도스러운 머리끈을 선택했다. 요즘 한복도 대부분 폴리에스터로 만들어지지만 이 풍성한 머리끈은 무려 실크다.


왜 자투리 원단을 사용할까?

서울에서만 하루에 폐 자투리 원단이 110~150톤이 발생한다. 자투리 원단은 재활용이 가능하다. 물론 이론상. 현실에선 대부분 태워지거나 매립된다. 모든 폐기물 문제가 그러하듯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는 것이 큰 원인이다. 자투리 원단을 재사용하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지만 뭐든 하는게 중요하다.  


Hipiville 히피빌 스크런치

자투리 원단 or 폐원단

1개 9,000원 / 바로가기

@Hipiville Emma woodhouse scrunchie
@Hipiville Clover Scrunchie

대량 생산, 과잉 소비, 대량 폐기라는 패션 산업의 악순환 안에서 히피빌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제품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소재를 고민하는 브랜드를 자처한다. 오가닉 코튼과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목재 펄프 단추 등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고 그 출처 또한 밝히는 아직 작지만 단단한 브랜드. 

히피빌은 의류 생산자 입장에서 원단 폐기물 문제를 직접 제시하고, 여러 봉제공장을 발로 뛰며 폐기 예정인 자투리 원단들을 수거해 스크런치를 만든다. 다양한 공장에서 온 만큼 다양한 색상과 원단의 스크런치를 만날 수 있다.




ORUMM 오름 심플 머리끈

폐자일 + 코드락(플라스틱) + e밴드

1개 5,000원 / 바로가기

@ORUMM

오름은 클라이밍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다. 오름은 버려지는 클라이밍용 밧줄 '자일'로 여러 가지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고 있다. 

자일은 돌에 긁히거나 추락하는 충격에 버틸 수 있도록 아주 단단한 폴리에스터로 만든다. 단단한 만큼 오래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클라이밍뿐 아니라 구조작업이나 추락 방지용으로도 사용되는 밧줄이라 안전이 우선이다. 수명도 정해져 있고 안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바꾸는 것이 보통이라고- 오름은 버려져야만 하는 자일을 한 땀 한 땀 머리끈 장식으로 재탄생시킨다. 알록달록한 패턴이 돋보이는 자일 리본이 꼭 댕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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