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시간

by 퇴근후작가

지난 주말,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면서 몰입의 시간을 가졌다.


평일 퇴근 후의 작업은 시간에 쫓기기도 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어

몰입해서 작업을 한다기보다는 숙제처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도 여러 작품을 동시에 그리고 있는데

그중 한 작품을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한동안 머릿속에서 고민을 이어가던 터였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는 꼭 실마리를 찾고 싶었다.


마릴린몬로를 나의 스마일미러볼에 담아내고 있는 작품인데

배경을 팝아트 스타일로 하기로 결정해 두고도

유화로 할지, 아크릴로 할지 아니면 전혀 다른 방법을 택할지 고민이었다.


유화는 내가 원하는 색을 낼 수 있지만, 계획한 데로 또렷한 직선의 삭면을 만들어내는 게 쉽지 않고

아크릴은 테이프 작업을 통해 깔끔히 칠해 낼 수는 있지만

한정된 색과 빨리 마르는 물감의 특성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다행히 내가 가진 아크릴 물감 중에 내가 원하는 색을 찾아냈고

마스킹테이프를 활용해 최대한 깔끔하게 칠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

1.jpg 이렇게 마스킹테이프를 붙었다 떼었다 4번 반복


그리고 작업실에서 드디어 시작.


중앙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오는 라인이 수십 개라

한꺼번에 마스킹테이프를 붙일 수는 없어

어떤 색부터 시작할지 계획을 헤우고 3~4번에 나누어 컬러링이 들어갔다.


테이프를 붙여놓고 깔끔하게 물감을 발랐다고 해서 결과가 항상 깔끔한 것은 아니었다.

테이프를 떼어내는 순간 번지는 경우가 많아

원래 배경을 칠했던 색으로 덧칠을 해야 하는 순간이 많았다.


4~5시간쯤 매달리고 나고서야

비로소 머릿속에 그려왔던 배경이 조금씩 완성되기 시작했다.


2.jpg 배경 기본 컬러링은 완성


몸은 힘들었지만

스스로 답을 찾아냈다는 감각 덕분에 마음속 뿌듯함이 가득 찼다.


최근 작업에는 기법이나 방식보다는

유화로 세밀하게 그려나가는 데 집중해 왔기 대문인지

오랜만에 작업 방식을 고민하면서 해결해 나가는 이 과정이 유난히 굉장히 재밌었다.


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결국 방법 역시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주변에 조언을 구할 수는 있지만

선택도 내가 하고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


그래도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것.

얼마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


몰입의 시간은

이렇게 나를 다음으로 데려간다.


★ 스마일미러볼 윤지선 작가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unthing_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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