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은 없지만, 반복하고 있어요

by 퇴근후작가

연말이다.

하지만 나는 올해 송년회 모임을 하나도 잡지 않았다.

송년회는커녕 친구들과의 약속도 하나 없는 연말을 보내고 있다.

여행을 가본 것도 거의 3년은 된 것 같다.


일하고, 그림 그리고.
일하고, 그림 그리고의 연속이었다.


오늘도 크리스마스 계획을 여기저기서 물어보지만
특별한 계획이 있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나의 계획은 그림 작업이기에.


초대전을 계약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이런 일정으로 살게 될 줄은 몰랐다.


화실에서 공동 작업을 할 때는
보통 주말은 쉬고, 주중에 3~4일을 작업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퇴근 후 작업이라
하루 작업량이 3시간을 넘기기 힘들었다.


하지만 개인 작업실을 갖게 된 이후에는
거의 매일이 작업 시간이다.
주중 퇴근 시간은 물론
주말, 공휴일 없이
매일같이 작업 시간을 갖고 있다.


그림 작업도 신기한 게
하루이틀 쉬게 되면 손이 굳는다.

쉬고 난 후 다시 붓을 잡으면
원래의 느낌을 찾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기에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작업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그래서 요즘 나의 목표는
잘하자, 라기보다는
꾸준히 하자, 이다.

매일매일 잘할 수는 없지만
잘되든, 못되든 꾸준히 해 나가면
어느 순간 또 이만큼 와 있기에
꾸준함 하나로 버티고 있는 요즘이다.


누군가의 연말은 약속으로 빼곡하지만
나의 연말은 조용히 반복되는 하루들로 채워져 있다.

일하고, 그림 그리고.
다시 일하고, 다시 그림 그리고.

작업실에서의 식사도 늘 같은 걸로 간단하게.


화려하지 않아도, 눈에 띄지 않아도
이 반복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걸 나는 안다.


그래서 오늘도 잘하려 애쓰기보다는
그냥 붓을 드는 쪽을 선택한다.


이게 지금의 나이고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니까.


아마 다들 말은 안 해도

왜 저렇게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사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하지만
풀타임 직장을 다니면서
또 하나의 삶을 선택한다는 건
그만큼의 다른 삶을 내려놓는 일이다.


남들처럼 쉬고, 남들처럼 즐기고
남들처럼 가볍게 살면서는

나는 이만큼의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그래도 잘 달려왔다.

약간의 컨디션 난조가 있기는 하지만

오늘 퇴근 후의 작업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Gemini_Generated_Image_512s2b512s2b512s.png 프리다칼로 스마일미러볼의 "메리크리스마스!"


★ 스마일미러볼 윤지선 작가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unthing_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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