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작가병’

유일한 것을 만들어내는 기쁨에 대하여

by 퇴근후작가

아직도 ‘작가님’이라는 호칭은 어색하다.


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조차

내가 정말 작가라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어쩌면 작가병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작가라는 정체성이 느껴진다는 건 나에겐 굉장히 큰 변화이다.


내가 정말 작가구나, 싶은 순간은

그림을 그리다가 어느 순간 집요하게 파고들 때다.

‘여기까지는 안 해도 아무도 모를 텐데.’

그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 붓을 내려놓지 못한다.


나만 아는 아주 작은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몇 시간이고, 때로는 며칠이고 같은 자리를 붙잡고 씨름을 한다.

그 고집스러운 시간 속에서 나는 분명하게 깨닫는다.


나는 단순히 그림을 ‘그려내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 없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초대전에 선보일 50호 작품. 보석의 디테일과 스노우볼 안의 다양한 눈꽃에 애를 쓰는 요즘이다.


작품 하나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과 닮아 있다.

고민도 많아지고, 시시때 때로 과로에 몸이 아프고,

왜 이렇게까지 매달리고 있나 싶을 만큼 힘이 든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나 싶다가도,

내가 떠올렸던 바로 그 모습으로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이 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쾌감과 만족감, 충만함은 세상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계속 그린다.

아마 그렇게, 나는 조금씩 작가가 되어가는 중일 것이다.


그림작업은 단순히 작업실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도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정리되지 않은 채 떠돌던 생각들이

어느 순간 ‘이거다’ 하고 정답처럼 튀어나오는 순간이 있다.


특히 요즘 그런 순간들을 자주 만나는데

나는 그 순간들이 참 좋다.


그만큼 지금 내 삶에서 그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커졌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일을 하며 살아가는 나이지만,

요즘은 일에 대한 비중보다 그림에 대한 비중이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


붓을 놓지 못하는 시간들

그리고 일상 속에서 문득 찾아오는 해답의 순간들.

그 모든 장면이 모여 나를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작가 윤지선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유일한 것을 만들어내는 기쁨.

아마 나는 그 감각 때문에, 오늘도 다시 붓을 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병이면 또 어떤가,

내가 정말 작가인 것을...


★ 스마일미러볼 윤지선 작가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unthing_art

매거진의 이전글"일하는 나도, 그리는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