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그림을 그리다 문득
"왜 이렇게 피곤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이 터졌다.
생각해 보니 나는 어제
아침 6시에 일어나 한 시간 운동을 하고,
출근해서 하루를 보내고,
퇴근 후 작업실에 와서 또 몇 시간을 그림을 그리던 중이었다.
안 힘들면 이상한 거였다.
그런데도 나는
피곤함을 느끼는 나를 붙잡고
왜 이러지? 내가 좀 이상한가? 하고 원인을 찾고 있다.
참 이상하고, 참 나답다.
요즘은 이런 날들의 연속이다.
여행을 언제 마지막으로 가봤는지,
친구들과 마음 편히 웃고 떠들며
아무 쓸모 없는 수다를 떨어본 게 언제였는지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디데이가 있는 삶은 분명 좋다.
방향이 분명하고, 해야 할 일이 또렷하다.
하지만 동시에
나를 천천히, 꾸준히 소진시키는 방식이라는 것도 맞다.
초대전 준비는 이제 막바지다.
그림은 마무리 단계로 가야 하고
사진 촬영도 해야 하고
포스터도 만들어야 하고
굿즈도 준비해야 한다.
정말 끝이 없다.
그래도 다행인 건,
전시 타이틀이 확정됐다는 것.
그리고 오늘 마침내 작가 노트를 끝냈다.
아마 백 번도 넘게 고쳤을 것이다.
단어 하나, 조사 하나, 또 띄어쓰기 하나에도
작가의 태도와 세계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기울 수 있다.
그래서 한 글자 한 글자를 굉장히 고심했다.
전시장 중간중간에 들어갈 레터링 문구도
드디어 정리가 됐다.
짧은 시간 동안 여기까지 왔다는 게
스스로도 조금 놀랍다.
작품 하나가 완성될 때마다
세상에 없던 것을
내 손으로 만들어냈다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그림이
내 마음에 들기까지 하면,
그 감정은 정말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렇게 탄생한 그림들이 이제 서른 점 가까이 모여 간다.
언제나 그렇지만 준비하는 시간이 가장 설렌다.
물론 힘들다.
그렇지만 하나씩 갖춰질수록
곧 세상 밖으로 나갈 순간이 다가온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그 날 나는 나를 보여줄 것이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내가 붙잡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결국 그 전시는
작품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나를 보여주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이제그 날이 오고 있다.
★ 스마일미러볼 윤지선 작가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sunthing_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