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수집하는 일을 좋아한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 한참 방황하던 때였다.
우연히 펼친 공지영 작가의 책에서 어떤 문장 하나가 마음에 들어왔다.
"세상에 태어나서 먼지 섞인 공기 한 번 안 마시고 살아가는 사람이 어딨어.
너만 아픈 게 아니라 모두들 참고 사는 거야.
우는 걸 배우지 말고, 그걸 껴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
"저는 날마다 저 자신과 대치합니다.
내 속에서 들끓는 수많은 욕망과 집착과,
그것을 넘어서서 더 높고 맑고 깊은 곳으로 고자 하는 마음이
피 흘리며 서로 부벼대고 있습니다"
그 문장은 당시 내게 꽤 묵직한 위로를 주었다.
이후로 마음이 힘들거나 공허해질 때 책을 찾는 습관이 생겼다.
책장 속에서, 혹은 타인의 대화 속에서
마음에 들어오는 문장을 건져 올리는 일은
내 일상 속 제법 큰 즐거움이다.
내가 수집한 문장들은 대개 화려하지 않다.
최근 가장 오래 머물렀던 문장은
“늘 그렇듯이”라는 네 글자였다.
대단한 위로나 응원도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아마도 이 짧은 말에 나를 바꾸려 들지 않는
‘무심한 다정함’이 담겨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소문난 ‘파워 J’인지라
매우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정작 ‘나’를 돌보는 일에는 서툴렀다.
“이 정도로 힘들면 안 돼”, “더 잘해야지”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말들이 내게는 가장 익숙했다.
그래서 이제는 나에게 다른 문장을 선물하기로 했다.
수집한 말들 중 나를 살리는 것들을 골라 하루 한 번씩 꺼내 본다.
‘늘 그렇듯이, 너는 네 방식대로 해낼 거야.’
‘늘 그렇듯이, 지금도 충분해.’
여전히 나는 불안하고 섬세한 사람이지만,
예전처럼 나를 혼내지 않으려 노력한다.
대신 작은 문장 하나를 내어준다.
오늘은 이 정도면 됐다고,
오늘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그렇게 모은 문장들로 나는 다시 내 편이 된다.
늘 그렇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