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딸아이의 대입스트레스
정시 퇴근 후, 급히 딸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던 길~
새 학기 아이의 학교생활이 늘 궁금한 엄마는
급식은 맛있었는지, 학교에서 별 다른 사건은 없었는지
요새 누구랑 친한지..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하지만
딸아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엄마! 나 학원 가기 전에는 말 안 시켰으면 좋겠어!
그리고 안물안궁이니깐,
내가 물어보지 않는 것은 미리 얘기하지도 말아 줘!"
그리곤 눈을 감아버리고 음악을 듣는다.
아니, 12살 초등학교 5학년인데 벌써 사춘기가 시작된 건가.
혹시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나?
아이의 갑작스러운 짜증에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밤에 아이 옆에 누워
아이가 기분이 좀 나아진 틈을 타
살짝 질문을 시도했다.
왜 아까 엄마에게 그리 짜증을 냈는지
혹시 무슨 일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짝 기분이 풀어진 아이는 이제야 대답을 한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요새 대학 가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서울에 있는 대학 가는 게 그렇게 어렵다고 한다고
공무 못하면 엄마랑 아빠랑 멀리 떨어져
시골로 대학을 가야 한다고.
대학 가는 게 그리 힘든 거냐고
지금도 학원 숙제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다고...
아아...
열두 살 딸아이는
벌써부터 대학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구나.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답은 알지도 못한 채
대학 가는 것이 무척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알아
초등학교 5학년이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다니...
열두 살 딸의 미래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을 텐데
몇 년 사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는데
국영수 공부 잘하는 것보다
세상에는 중요한 것들이 참 많은데...
사십 중반인 엄마도 여전히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서
어떻게 고민을 풀어나가야 하는지 모르지...
나름 좋은 대학을 나온 엄마도
그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지라
내 딸도 자라 결국은 내가 되겠지.... 싶어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대학 가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엄마인 내가 굉장히 평범하고 스탠더드 한 삶을 살아온지라
딸한테 다양한 길이 있음을 알려주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선 밖으로 나가면 정말 새로운 세상이 있을 텐데
선 안에서만 아웅다웅...
아이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데
늘 마음만 있고 방법을 모르겠어 답답하기만 하다.
나의 사십춘기와
딸아이의 사춘기.
우린, 길을 잘 찾아나갈 수 있을까.
엄마인 내가, 그 길로 널 잘 안내해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