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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작가 Mar 22. 2023

너는 결국 자라 내가 되겠지

열두 살 딸아이의 대입스트레스 

정시 퇴근 후, 급히 딸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던 길~ 


새 학기 아이의 학교생활이 늘 궁금한 엄마는

급식은 맛있었는지, 학교에서 별 다른 사건은 없었는지

요새 누구랑 친한지..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하지만


딸아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엄마! 나 학원 가기 전에는 말 안 시켰으면 좋겠어!

그리고 안물안궁이니깐, 

내가 물어보지 않는 것은 미리 얘기하지도 말아 줘!"


그리곤 눈을 감아버리고 음악을 듣는다. 


아니, 12살 초등학교 5학년인데 벌써 사춘기가 시작된 건가.

혹시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나?

아이의 갑작스러운 짜증에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밤에 아이 옆에 누워

아이가 기분이 좀 나아진 틈을 타

살짝 질문을 시도했다.


왜 아까 엄마에게 그리 짜증을 냈는지

혹시 무슨 일 있었던 것은 아닌지.


살짝 기분이 풀어진 아이는 이제야 대답을 한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요새 대학 가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서울에 있는 대학 가는 게 그렇게 어렵다고 한다고

공무 못하면 엄마랑 아빠랑 멀리 떨어져

시골로 대학을 가야 한다고.


대학 가는 게 그리 힘든 거냐고

지금도 학원 숙제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다고...


아아...


열두 살 딸아이는

벌써부터 대학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구나.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그 답은 알지도 못한 채

대학 가는 것이 무척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알아

초등학교 5학년이 벌써부터 마음이 무겁다니...


열두 살 딸의 미래에는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을 텐데

몇 년 사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는데

국영수 공부 잘하는 것보다 

세상에는 중요한 것들이 참 많은데...


사십 중반인 엄마도 여전히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서

어떻게 고민을 풀어나가야 하는지 모르지...


나름 좋은 대학을 나온 엄마도

그저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는지라 


내 딸도 자라 결국은 내가 되겠지.... 싶어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대학 가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엄마인 내가 굉장히 평범하고 스탠더드 한 삶을 살아온지라

딸한테 다양한 길이 있음을 알려주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선 밖으로 나가면 정말 새로운 세상이 있을 텐데

선 안에서만 아웅다웅...


아이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데

늘 마음만 있고 방법을 모르겠어 답답하기만 하다.


나의 사십춘기와

딸아이의 사춘기.


우린, 길을 잘 찾아나갈 수 있을까.

엄마인 내가, 그 길로 널 잘 안내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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