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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작가 Aug 21. 2023

딸 아이의 개학일을 잘못알고 있었다

엄마도 살아내느라 애쓰고 있었다는걸 언젠가 알아주기를

아이 개학일을 잘못 알고 있었다. 


원래 알고 있던 날짜는 이번주 금요일이었는데 다시 확인해 보니 금요일은 병설 유치원 개학날이고 초등학교는 바로 내일, 화요일이라고. 그 사실을 오늘 아침에야 알았다.


요새 내가 정말 정신이 없구나. 하나밖에 없는 아이 개학 날짜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니...

순간 아이에게도 너무 미안해지고, 남편에게도 눈치가 보인다. 

당장 오늘 해야 할 방학숙제가 산더미라 심통이 난 아이는 입이 잔뜩 나와있다. 


하지만 나도 할 말이 있다. 


워킹맘인 나는 요즘 생활체육스포츠지도자연수 2급 보디빌딩 과정 연수를 듣고 있다. 

8월 내내 토, 일 하루 10시간씩 교육을 듣느라 집을 비우다 보니 살림도 엉망 아이 챙기기도 빵점이다.

필기, 구술&실기 합격 후 듣는 66시간의 연수과정이라 수업 출석률과 태도 점수가 중요해 

주말에는 정말 꼼짝 못 하고 연수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주중엔 계속 출근이니, 살림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기도 하다. 


마흔 중반에 자격증에 도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체육전공자도 아니면서 5과목의 체육 전공과목을 독학하기는 것도 힘들었고

실기시험도 구술시험을 준비하는 과정도 너무 힘들어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한 것도 수십 번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다 견뎌내고 어찌 되었든 지금은 연수 과정에 있다. 


평생직장을 다니면서 굳이 자격증까지 힘들게 준비하냐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했다.


하지만, 나에게 운동은 생존이었다.

생존체력을 길러줌과 동시에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조금이나마 강해지고 발전해 나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내가 아직은 좀 괜찮구나, 아직 죽기 않았구나 자존감을 회복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자격증은 나에게 주는 훈장이다.


그동안의 운동이 헛되지 않았음을

그리고 평생 할 운동의 하나의 가이드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시간이었다. 


운동을 시작한 건 서른일곱 가을이었다.

결혼 후 임신이 되지 않아 시험관을 진행하면서 안 좋아졌던 몸이

출산 후 급격히 나빠지면서 어지러움과 다리 저림으로 제대로 출근을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자

운동을 시작했고 코로나로 좀 쉬긴 했지만, 그래도 주 4회 이상 운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


덕분에 나는 20대에 1개도 하지 못했던 푸시업을 이젠 한 번에 30개 가까이 해내고

중고등학교 체력장 때 단 1초도 매달려보지 못했던 철봉에서 1~2개의 친업을 해내고 있다.

40대의 몸에는 노화과정만 남아있을지 알았는데 나의 40대는 근육이 쌓여가는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다.

열두 살 딸아이도 이런 엄마의 모습을 굉장히 좋게 바라봐주고 있다.


하지만 역시 아이는 아이!

그건 그거고 당장 내일 개학하는 건 아이에게 부담일 테다. 더군다나 방학 내내 학원 스케줄도 많았고, 내가 연수 듣느라 제대로 된 휴가를 단 하루도 다녀오지 못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내일 개학이라고 하니, 아이도 많이 속상하고 서운했겠지...


오늘은 아이의 마음을 많이 보듬어줘야겠다.

한동안은 내 스케줄 때문에 나도 여유가 없었지만, 그래도 이런 엄마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나의 미니미에게 2학기도 잘 해나가 보자고 이번엔 내가 응원을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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