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개학일을 잘못 알고 있었다.
원래 알고 있던 날짜는 이번주 금요일이었는데 다시 확인해 보니 금요일은 병설 유치원 개학날이고 초등학교는 바로 내일, 화요일이라고. 그 사실을 오늘 아침에야 알았다.
요새 내가 정말 정신이 없구나. 하나밖에 없는 아이 개학 날짜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니...
순간 아이에게도 너무 미안해지고, 남편에게도 눈치가 보인다.
당장 오늘 해야 할 방학숙제가 산더미라 심통이 난 아이는 입이 잔뜩 나와있다.
하지만 나도 할 말이 있다.
워킹맘인 나는 요즘 생활체육스포츠지도자연수 2급 보디빌딩 과정 연수를 듣고 있다.
8월 내내 토, 일 하루 10시간씩 교육을 듣느라 집을 비우다 보니 살림도 엉망 아이 챙기기도 빵점이다.
필기, 구술&실기 합격 후 듣는 66시간의 연수과정이라 수업 출석률과 태도 점수가 중요해
주말에는 정말 꼼짝 못 하고 연수원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주중엔 계속 출근이니, 살림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기도 하다.
마흔 중반에 자격증에 도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체육전공자도 아니면서 5과목의 체육 전공과목을 독학하기는 것도 힘들었고
실기시험도 구술시험을 준비하는 과정도 너무 힘들어 중간에 포기할까 생각한 것도 수십 번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을 다 견뎌내고 어찌 되었든 지금은 연수 과정에 있다.
평생직장을 다니면서 굳이 자격증까지 힘들게 준비하냐고 많은 사람들이 얘기했다.
하지만, 나에게 운동은 생존이었다.
생존체력을 길러줌과 동시에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조금이나마 강해지고 발전해 나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내가 아직은 좀 괜찮구나, 아직 죽기 않았구나 자존감을 회복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자격증은 나에게 주는 훈장이다.
그동안의 운동이 헛되지 않았음을
그리고 평생 할 운동의 하나의 가이드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시간이었다.
운동을 시작한 건 서른일곱 가을이었다.
결혼 후 임신이 되지 않아 시험관을 진행하면서 안 좋아졌던 몸이
출산 후 급격히 나빠지면서 어지러움과 다리 저림으로 제대로 출근을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자
운동을 시작했고 코로나로 좀 쉬긴 했지만, 그래도 주 4회 이상 운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
덕분에 나는 20대에 1개도 하지 못했던 푸시업을 이젠 한 번에 30개 가까이 해내고
중고등학교 체력장 때 단 1초도 매달려보지 못했던 철봉에서 1~2개의 친업을 해내고 있다.
40대의 몸에는 노화과정만 남아있을지 알았는데 나의 40대는 근육이 쌓여가는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다.
열두 살 딸아이도 이런 엄마의 모습을 굉장히 좋게 바라봐주고 있다.
하지만 역시 아이는 아이!
그건 그거고 당장 내일 개학하는 건 아이에게 부담일 테다. 더군다나 방학 내내 학원 스케줄도 많았고, 내가 연수 듣느라 제대로 된 휴가를 단 하루도 다녀오지 못했다.
그런데 갑작스레 내일 개학이라고 하니, 아이도 많이 속상하고 서운했겠지...
오늘은 아이의 마음을 많이 보듬어줘야겠다.
한동안은 내 스케줄 때문에 나도 여유가 없었지만, 그래도 이런 엄마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나의 미니미에게 2학기도 잘 해나가 보자고 이번엔 내가 응원을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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