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인 딸이 초경을 시작했다.
지난달에 살짝 생리혈이 비추는 듯하더니 이번달에 본격적으로 생리를 시작했다. 딸아이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보건교육을 하는데 5학년 2학기 교육에서 월경에 대해서 수업을 했었고 선물로 유기농 생리대 세트를 받아와서 생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생리를 시작하니 본인도 당황스럽고 엄마인 나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쳐줘야 할지 조금 막막했다.
일단 가장 먼저 한 일은 스마트폰에 생리주기를 기록할 수 있는 어플을 깔아준 것이다. 생리를 시작할 때마다 여기에 시작일을 기록한 뒤 2~3개월의 데이터가 쌓이면 나의 생리주기가 어떻게 되는지 파악할 수 있고 다음번 생리 시작일을 예측할 수 있기에 아주 유용하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생리대 사용법을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 생리양에 따라 소형, 중형, 대형을 골라 쓰는 방법, 속옷에 생리대를 붙이는 방법, 생리대 교체 시점, 사용한 생리대를 잘 싸서 버리는 방법 등을 알려주었다.
마지막으로는 속옷에 생리혈이 묻었을 경우에 손빨래로 속옷을 어떻게 빠는지 시범을 보여줬다. 속옷을 우선 따뜻한 물에 불리고 비누를 묻혀 조물조물 빠는 방법을 알려주고 한번 해보게끔 도와주었다.
한 번씩만 설명해 주었을 뿐인데 아이 혼자 곧잘 해내고 있다.
아직 어린아이인 것 같았는데 언제 이렇게 커서 엄마랑 생리대를 같이 쓰는 나이가 되었는지.
사춘기가 와서 가끔 엄마에게 눈도 흘기고 화도 내고, 자기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날도 많지만 그래서 크게 아프지 않고 크게 다치지 않으며 잘 성장하고 있는 아이가 고맙기만 하다. 그것만으로도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자식을 키우며 아이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어쩌면 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엄마인 내가 조금 더 성숙해질 수 있는 시간들인 것 같다.
그리고 다시 결심한다.
딸아이에게 인생 멘토가 될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기를.
나이에 상관없이 나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을 품을 줄 아는 지혜로운 엄마가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