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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랑작가 May 08. 2024

흔들리니까 학부모다


중년인 나도 아직 내 진로 고민이 버거운데 딸아이의 진로는 더 모르겠다. 


지상 최대의 난제이다. 


우리 집은 학군지에서 버스로 4 정거장 떨어져 있다. 거리로 따지자면 2.2km 정도.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는 학원셔틀을 타고 학군지 학원을 이용하고 있다. 딸아이가 학원에서도 잘하고 있었기에 무리해서 이사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스스로 핑계를 만들고 있었다.


도화선이 된 건 딸아이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이었다. 


학교 상담주간에 긴장한 상태로 선생님을 찾아간 내게 선생님은 전학부터 권유하셨다. 알고 보니 담임선생님이 그 학군지에서 중학생, 고등학생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였던 것이다. 지금 딸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혁신초등학교이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이 재미있게 학교를 다닐 수는 있지만, 학습분위기와는 조금 거리가 멀기에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전학을 가는 친구들이 꽤 많았던 차였다.


담임선생님 본인이 자녀들을 양육해 보니 왜 학군 지를 선호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며 (담임선생님 Feat.) 학습태도와 학습능력이 좋은 딸아이를 좋은 환경에 두면 그 능력이 배가 될 것이라며 방학 중 이사를 준비해 2학기 전학을 하고 학군지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해 주셨다.


상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많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워킹맘으로 퇴근 후 그림까지 그리며 내 진로에 대해서는 그렇게 열심이었으면서 아이의 진로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쓴 게 아닌지 자책감부터 들었다. 아이가 일찍부터 독립적이었고 자기 일은 알아서 잘 해내고 있었기에 그냥 둔 것인데 그걸 핑계로 엄마로서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 같아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리고 남편과의 논의를 거친 후 바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일단 우리 집을 내놓고 시간이 나는 데로 학군지 집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예산도 모자라는데 마음에 드는 집은 없고 쉽게 진행되는지 알았던 우리 집 매매도 잠깐 보류가 되면서 벌써 심신이 지쳐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학군 지를 돌아보면서 마주친 풋풋한 여중생들의 모습을 보며 곧 딸아이도 저런 모습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학교와 학원은 다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며 학군지로의 이사가 우리 가족의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최소한 집 버스를 타지 않고 학교와 학원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동네. 학교와 학원 사이, 학원과 학원 사이에 잠깐이라도 집에 들러 엄마표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거리. 우리가 지금 바라는 건 딱 그 정도인데, 그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니. 


오늘 아침 아이를 깨우러 들어가니, 침대에 누워있는 딸아이가 부쩍 더 커 보였다. 엄마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어 꼬꼬 마였던 게 얼마 안 되었던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엄마만큼 자란 건지. 크게 아프지만 말고 크게 다치지도 말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만을 바랐지만 어찌 되었든 우리나라에서 살려면 경쟁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걸, 그리고 이왕이면 그 경쟁 속에서 잘 해내기를 바라는 건 뒤늦게 학부모 모드가 된 엄마의 마음이다.


방학 중에 이사를 하려면 늦어도 이번 달 안으로는 확정이 되어야 하는지라 마음이 무척 바쁘다. 하지만 내가 보챈다고 될 일도 아니고 집이라는 게 결국은 인연이 닿아야 한다는 것을 몇 번의 이사로 경험했기에 일단 한 템포 쉬며 기다려보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 집도 좋은 주인이 나타나기를... 이왕이면 AS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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