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3톤의 무게를 들었다.
수면장애로 인해 이번 주 내내 잠을 거의 못 자고 있는 데다가 비 오는 날씨에 몸도 무겁고 오전에 여러 가지 업무로 기분이 굉장히 다운되어 있었다. 비도 오고 만사 귀찮은데 오늘 점심운동은 하지 말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래도 이런 날일수록 더더욱 운동을 해서 기분전환을 해야겠다 싶어 우산을 챙겨 헬스장에 갔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헬스장에서 백스쾃, 밀리터리프레스, 덤벨숄더프레스, 사이드밴드 등 오늘 하려고 했던 운동을 묵묵히 진행했다. 올해 여름은 너무 더웠던지라 점심 운동을 1시간 다 채우지 못하고 35분~40분만 겨우 꾸역꾸역 해서 중량도 크게 늘지 않고 있는터라 운태기(운동 + 권태기)가 온 요즘이었다. 더워졌다고 내가 운동까지 대충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살짝 기분이 다운되려는 차, 갑자기 오늘 든 무게를 계산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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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스쾃 : 40kg * 12회 * 3세트 = 1,440kg
밀리터리프레스 : 20kg * 8회 * 3세트 = 480kg
덤벨숄더프레스 : 8kg *12회 * 3세트 = 288kg
사이드밴드 : 12kg * 40회 * 2세트 =960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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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168kg!! 3톤의 무게였다.
물론 사이드밴드 운동은 무게를 들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무게를 제외하고도 2톤이 넘는 무게를 점심시간 동안 조금씩 나누어 혼자 짊어지고 운동을 마친 것이다.
여기까지 계산이 나오자, 괜스레 오늘 운동을 빼먹지 않고 묵묵히 했던 내가 굉장히 자랑스러워졌다. 그리고 일주일에 4-5회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으니 대략 계산해 봐도 일주일에 10톤 이상의 무게를 들고, 한 달이면 40톤 이상의 무게를 들고 있다는 것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가 제법 괜찮게 느껴졌다. 이런 무게도 드는데 도대체 내가 못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마음도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요새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 상태였다. 여전히 이전 부서에서 나를 괴롭혔던 분의 복귀 소식과 이런저런 근황(악행)에 아직도 가슴이 철렁하고 어제는 내 꿈에 그분이 등장하는 악몽을 꾸기도 했었다. 꿈에서도 얼마나 싫었는지 잠을 자는 내내 어금니를 꽉 물어서 오늘은 씹는 것도 영 불편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나는 점심 운동시간에만 3톤을 들어버린 사람이다.
누가 나를 괴롭히고 흔들 때도 많고 나 스스로도 내가 맘에 안 들 때도 많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무게를 짊어질 수 있는 꾸준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건 명확한 사실이다.
아직은 불안하지만 그래도 그 사실을 기억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리고 난 내일도 이렇게 운동을 해나갈 것이다.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며, 나를 아껴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