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에게 금요일은 다양한 방법으로 한주의 스트레스를 날리며 긴장을 풀어버리는 날이다.
퇴근이 가까워오면 사무실 분위기도 한껏 가벼워지면서
"불금 보내세요" "주말 잘 보내세요!"로 퇴근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바쁜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지만 금요일 퇴근 후는 나에게 더 바쁜 날이다.
다음 주 작업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밑작업을 해두어야 해서
점심시간을 활용해 틈틈이 작업계획을 세우고 그날의 작업 할당량을 다 채우기 위해 화장실 갈 틈도 없이 여러 개의 캔버스를 돌려가며 작업을 한다.
지금 동시 작업 중인 그림들은 6개나 된다.
2개는 정방 30호 작품
4개는 정방 8호 작품으로 1개 작품의 색을 여러 버전으로 진행 중에 있다.
특히, 4개 정방 작품은 서로의 색이 잘 어우러져야 하기에
미리 포토샵으로 꼼꼼하게 시안을 만든 후에
색 작업에 들어가면서부터는 4개 작품을 늘어놓고
색 균형은 괜찮은지, 너무 튀는 색은 없는지 계속 뒤에서 비교해 보며 작업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흘러
화실이 문을 닫는 밤 10시가 다가오면 늘 아쉬운 마음 뿐이다.
불금엔 괜시리 한주의 피곤함도 사라져
밤을 새워서라도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10분만 더 있었으면 밑작업 색 하나 더 칠해놓을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주말 동안 유화 물감이 잘 말라 다음 주에 다음 작업을 할 수 있을 텐데 늘 전전긍긍이다.
화실분들도 선생님도
뭘 그렇게 급하게 작업하냐 천천히 해라, 말씀해 주시지만
MBTI 중 파워 J인 나는 계획해 놓은 작업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조용히 혼자만의 전쟁을 치른다.
다행히 지난 금요일에는 계획해 놓은데로 작업을 다 마무리했다.
주말 동안 따뜻했으니 밑색도 어느 정도 잘 말라있겠지?
그럼 이번 주도 열심히 달려볼까.
오늘도 퇴근 후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