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퇴근후작가 Mar 08. 2024

"일이 편한 직장에 다니나 봐요?"

직장도 다니면서 퇴근 후 그림을 그린다 하면

회사사람들과 화실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회사 사람들은

"마음 편하게 그림 그리는 취미가 있어서 좋겠다"라고 얘기한다.


화실 사람들은 직장 다니면 힘들 텐데, 어떻게 매일같이 화실도 오느냐며

"일이 편한 직장에 다니나 봐요"라고 말한다.


그런 이야기들에 하나하나 답변을 하진 않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나도 그림을 시작하기 전에는 누군가가 그림을 그린다 하면

"좀 살만 한가보다, 팔자 좋게 한가로이 그림이나 그리고 있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이런 생각들은 싹 사라졌다.


일단, 작품 구상부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캔버스에 젯소를 바르고 스케치를 들어가면서부터는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색 하나, 붓터치 한 번에도 정말 많은 고민의 시간을 거친다.

또한 조금이라도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핸드폰 사진으로 작업과정을 찍어와

틈나는 대로 어떻게 추가작업이 들어가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래도 정말 좋은 건 온전히 나만의 몰입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나에게 힐링의 순간이라면 이런 몰입의 기쁨 때문이다.


내 생각이 담긴 나의 작품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다는 기쁨.

그리고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의 충만함과 뿌듯함.


그래서 퇴근 후, 매일같이 화실로 달려간다.


화실 분들의 이야기처럼

일이 편해서... 힘들지 않아서 퇴근 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일하는 부서는 우리 회사의 기피 부서 중 하나이다.

일이 몰리는 시즌에는 전화를 너무 많이 받아서

화장실도 편하게 못 가고, 온몸에 진이 다 빠질 때도 많다.


하지만 그런 날에도

퇴근 후 조금이라도 그림을 더 그리고 싶어서 종종거리며 화실에 뛰어갈 수 있는 건

그림을 그리는 순간의 몰입감과 온전히 내 것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드디어 금요일이다.

평소보다 10분이라도, 조금 더 많이 그리고 올 수 있기를!



지금 그리고 있는 작품(정방 30호) , 나비를 넣기로 결정하고 나비 그림을 오려서 이리저리 배치해 보는 중.








 


 





매거진의 이전글 불금이 더 바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