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화실에서는 40대 중반은 '젊은이'에요!
내가 다니는 화실에는 연세가 많으신 회원님들이 많다.
연령대로 따져보면 60-70대가 가장 많고 그다음은 50대, 40대 그리고 2-30대는 많지 않은 편이다. 60-70대 회원분들 중에는 길게는 10년 이상 다니신 분들도 제법 계신다.
보통 그림 그리는 시간을 2시간 정도로 제한하고 있는 일반적인 화실과는 달리 우리 화실은 시간제한이 없다. 그렇다보니 다들 얼마나 그림을 열심히 그리시는지 출근 도장 찍듯이 매일 오시는 분들도 많고 한번 오시면 한나절 이상 작업을 하신다.
화실 의자는 허리 받침이 없는 동그란 나무의자라 한 시간만 앉아있어도 허리가 뻐근해지기 쉬운데 그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림에 열정을 다하신다.
40대 중반인 나는 화실에서 ‘젊은이’이다.
가끔 일찍 화실을 찾아 낮에 그림을 그릴 때면 연세가 지긋하신 회원님들을 만나 뵙게 되는데 그때마다 회원님들이 내게 늘 하시는 말씀이 있다.
“아니 이렇게 젊어서 얼마나 좋아. 이렇게 젊으면 뭐든지 할 수 있잖아”
“내가 그 나이만 되었으면 정말 세상 바랄 게 없을 텐데.
그럼 나도 작가의 꿈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
그러면 나는 웃으며 회원님도 아직 한창때이시라고, 이렇게 작업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말씀을 드리지만 회원님들 표정에서 느껴지는 부러움과 아쉬움에 마음이 짠해지곤 한다.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40대인데도 불구하고 절은 꼰대 직원들이 많다. 한창 일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직장생활 다하고 은퇴를 앞둔 배 나온 부장님들처럼 관리자 행세를 한다. 그리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며, 늦었다며 자조 섞인 대화들을 나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하다 퇴근 후 화실을 찾으면 난 ‘젊은 작가 지망생’이 된다.
40대면 너무나 젊어 뭐든지 할 수 있는 나이라는 회원님들의 말씀이 주문이 되어
마치 내가 이미 작가가 된 것처럼, 마음만은 프로처럼 세팅하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들려준다.
엄마는 숫자상으로 나이가 많지만, 백세시대니깐 엄마는 아직 절반도 살지 않은 젊은이라고.
그래서 뭐든 다 해보려 한다고.
이젠 꿈을 가지는데 적당한 나이라는 것은 없다고.
누구든, 언제든지 꿈꿀 수 있다고.
딸아이가 나의 이런 마음을 얼마나 이해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나의 도전이 좋은 영향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래서 딸이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겼을 때, 주저하지 않고 용기를 내볼 수 있는 그런 기억이 될 수 있기를. 오늘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