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을 열기 위한 갤러리를 대관했다.
시기는 내년 5월 말로 오늘부터 딱 386일이 남았다.
4월 초 하루 시간을 내어 남편과 함께 인사동, 북촌, 삼청동 갤러리를 수십 곳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마음이 갔던 곳들을 정해 대관이 가능한지 일정 문의를 했고 치열한 고민 끝에 북촌 입구에 위치한 갤러리에 대관 계약을 했다.
첫 개인전을 열 갤러리를 고민하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딱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접근성이었고 두 번째는 같은 건물(혹은 바로 옆에)에 카페 같은 공간이 있을 것,이었다.
접근성이야 가족들과 지인들을 초대할 때 조금이라도 편하게 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고 그들이 내 전시회를 방문했을 때, 내가 커피라도 대접하며 감사 인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번에 대관한 갤러리는 2층 단독건물로 안국역과 가깝고 인사동 메인길과도 근접해 있다. 그리고 건물 1층에 카페가 있어 초대한 지인들을 대접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그리고 전시장은 2층으로 29평의 정사각형 공간에 테라스 공간이 있어 따뜻한 자연광도 들어오는 멋진 공간이다. 이런 공간에 내 그림들이 걸린다고 잠시 상상을 해보니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내 전시회라니, 나의 작품들이 여기에 걸릴 수 있다니!!!!
실은 첫 개인전이라는 계획은 나에게 굉장한 모험이자 도전이다.
물론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개인전에는 25~30여 개의 작품을 선보여야 하기에 직장을 다니면서 그림을 그리는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지, 그 정도의 작품을 그려내는게 물리적으로 가능할 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선생님께 살짝 내보이니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잘할 거야. 걱정 말고 지금처럼만 열심히 그려!"
그리고는 이왕 그림을 그리는 거 목표가 있으면 더 열심히 할 수 있고
지금 속도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으니 너무 부담 가지지 말라는 말씀을 덧붙여주셨다.
선생님 말씀은 구구절절 맞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에는 불안감과 걱정이 한가득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과는 다르게 전시회 날짜는 정해졌으니, 이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내야 한다.
K-모범생 특유의 성실함으로 이번 전시회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
그리고 일 년 뒤, 전시회를 잘 마무리하고 이 글을 다시 꺼내보며 이때의 걱정과 설렘을 웃으며 추억해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