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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근후작가 May 10. 2024

독하지 못한, 천둥벌거숭이

"화실에서 **씨가 제일 독한 거 같아. 참 독해"

아니, 이게 무슨 말인지.

어제 화실에서 독하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내 나이 45살, 처음이다.


화실 회원님 얘기인즉슨, 직장을 다니면서도 매일 화실에 나와 그림을 뚝딱뚝딱 그리니 독하지 않고서는 그럴 수 없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남들은 시도하지 않는(시도할 생각도 없는) 패턴을 주야장천 그리고 있으니 성격이 집요하고(?) 독하지 않고서는 저렇게 할 수는 없다는 부연설명도 덧붙이셨다.


사실, 화실에는 '진짜 독한' 사람들이 많다.


일단 독하기로는 원장선생님이 일등이시다. 화실도 운영하면서 매일 새벽 3~4시까지 그림을 그리신다. 그림의 디테일을 보면 놀랄 노자이다. 작은 부분까지 얼마나 생생하게 표현하셨는지,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이다. K작가는 또 어떤가. 일하면서 작가활동을 병행하고 있는데 화실에서 작업을 끝내고 난 후에도 집에 가서 매일 새벽까지 그림을 그린다. 그녀의 그림 작업은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이어진다. 6-70대 회원님들 중에도 매일 4-5시간 동안 이동 없이 집중해서 작업하시는 회원님들도 여럿 계신다.



그분들에 비하면 나는 그냥 천둥벌거숭이이다.  


감히!! 겁도 없이!! 개인전을 잡아두었기에 막무가내로 하는 것뿐이다.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무슨 배포로 개인전을 잡았는지 모르겠다.


원장님은 개인전까지 최소 30개 작품은 해야 하고, 그중에 완성도가 높은 24~25개 정도의 작품을 골라 전시회에서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작품수를 채우려면 한 달에 무조건 2개 이상의 작품은 무조건 완성해야 한다. 버겁지만 이제는 무조건 해야만 한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지금 이 과정 속의 내가 가장 행복하게 작업을 하는 것 같다,


데뷔를 하지 않았으니 그림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데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 내 눈치만 보면 되니...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이 과정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몰입감과 충만함이 참 좋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분명 어제보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고 작품들이 완성되어 가고 있으니.

다시 불금이다. 오늘도 최대한 많이 그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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