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환학생 - 17/ 핀란드산 백프로는 자일리톨이 아닌 사우나
핀란드에는 차(car) 보다 사우나가 더 많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핀란드 사람들은 사우나를 좋아한다. 실제로 사우나가 더 많다는 건 과장된 거지만, 실제로 인구 550만에 사우나가 300만 개가 있을 정도로 사우나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핀란드는 추운 기후를 극복하고자 약 2천 년 전부터 사우나를 이용해왔다. 사우나를 일주일에 2~3회 정도 즐겨왔고, 과거에는 따듯한 곳에서 아이를 낳고자 출산도 사우나에서 진행했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장인이 예비사위를 보면 함께 술을 마시듯, 핀란드에서는 장인이 예비사위와 사우나를 하는 것이 익숙하다고 한다. 77억의 사랑에서 핀란드 패널 줄리아는, 자신의 언니가 결혼 전 브라이드 샤월에서 전 남자 친구 이름을 사우나에서 외쳤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핀란드인들에게 사우나는 인생에 중요한 일들이 벌어지는 장소이고, 삶에서 죽음까지 함께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사우나는 크게 습식과 건식으로 나뉜다. 찜질방은 주로 습식 사우나지만, 핀란드는 주로 건식 사우나이다. 불이나 전기로 달궈 뜨거워진 돌에 물을 부어, 뜨거운 수증기로 온도를 올린다.
나는 HOAS(헬싱키 주거연합 제공 숙소)에 살았고, 아파트 공동으로 사우나가 있었다. 예약을 통해 나 혼자 사우나를 이용할 수도 있었고, 공동이용시간에 가면 다른 아파트 주민들과도 함께 사우나를 이용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공동이용시간이 남/녀가 구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별이 섞이기도 하고 맨몸 상태로 사우나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나에겐 다소 민망해서 항상 예약을 통해 사우나를 이용했다.
사우나는 사우나실과 양옆의 샤워실로 나뉘어있었다. 사우나실에는 앉을 수 있는 나무 의자와 가운데 돌이 쌓여있는 스토브가 있다.
전기가 연결된 스토브는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건식 사우나이기 때문에, 사우나실에는 항상 물이 담긴 양동이와 국자가 있다. 물의 온도는 상관없고, 달궈진 스토브에 물을 넣는 국자가 필요하다. 이 국자를 Löylykauha(로울루 까우하) 라고 한다. 직역하면 증기 국자이다. 증기를 내기 위한 사우나 국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로울루 까우하를 이용해 물을 스토브에 부으면 수증기를 내며 사우나실이 뜨거워진다. 물은 반 국자만 넣어도 금방 뜨거워지기 때문에 물 조절은 항상 필수였다.
원래 핀란드인들은 사우나로 몸을 달구고 눈을 뒹굴다가 다시 사우나를 했다지만, 나는 사우나로 몸을 달구고, 샤워실에 앉아있다가 또다시 사우나를 반복했다.
1) 건식/습식 : 우리나라 찜질방에 들어가는 순간 헙!하고 더운 공기가 나를 감싸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핀란드 사우나는 서서히 더움이 느껴지면서 땀이 나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2) 도구의 차이 : 핀란드 사우나는 돌에 물을 뿌려야 하기 때문에, 항상 물과 물을 뿌릴 수 있는 국자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우나를 즐기기 위해 우리가 직접 도구를 이용해 뭔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차이점이 아닐까.
3) 사우나 이후 하는 일 : 핀란드 사우나는 냉과 온의 조화를 중요시하여, 사우나 뒤에는 차가운 눈을 몸에 바르는 등의 일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찜질방은 사우나를 한 뒤에는 바나나우유나, 식혜, 맥반석 계란을 먹어줘야 하는 게 다른 부분이다.
4) 옷 : 우리나라 사우나는 "찜질복"이 있듯, 사우나 전용 옷이 있지만 핀란드는 주로 맨몸으로 사우나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아니면 수영복을 입는다.
사우나 시간은 교환학생 생활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시간이었다. 사우나를 예약한 날이 다가오면 그 날은 사우나를 기대하면서 수업을 듣고 집에 왔던 기억이 난다.
아쉽게도, 핀란드의 공중 사우나를 이용하기 위해 열심히 헬싱키 사우나 리스트를 적어놨지만, 코로나로 인해 리스트를 하나도 완료하지 못했다. 그래도 숙소에서나마 핀란드의 사우나를 경험한 것만으로 만족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