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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썬 Mar 02. 2020

울면 안돼. 사실 산타는 있거든

핀란드 교환학생-11 / 로바니에미 산타마을 방문기

이런 느낌의 그림 (출처 : 노래하는 세계지도 - 스마트베어)

어릴 적, 우리 집에는 지도가 그려진 책상이 있었다. 그 책상에는 산타가 그려져 있고 그 옆에 "산타마을"이라고 적혀 있었다. 사실 그곳이 핀란드인 것은 몰랐었지만, "산타마을"이 존재하고 이 산타마을에 산타가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대학교에서 Timetravels라는 여행사와 제휴한 패키지여행을 통해, 드디어 그 산타마을에 가게 되었다.




우선 산타마을에 방문하기 전, 이에 대한 흥미로운 2가지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네덜란드의 신터클러스 (출처 : dw.com)

첫 번째는, 산타의 원조에 대한 논란이다. 산타클로스의 원조는 핀란드에 있는 산타마을의 공식 산타클로스이다. 연말이면 모든 나라에서 산타클로스를 외친다고 생각했지만 네덜란드는 다르다. 네덜란드의 경우 신터클라스를 외치며, 이 신터클라스는 실존 인물인 니콜라스 성인과 연관된 인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네덜란드인과 핀란드인은 산타의 원조에 대해 계속해서 논쟁한다고 한다.


핀란드와 핀에어의 홍보대사, 산타클로스 (출처 : 국토일보)

두 번째는, 산타가 핀란드 공식 산타이기에, 공무원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핀란드의 산타는 임기가 1년이며, 매년 엄격한 선발기준을 통해 선발된다고 한다(주민들을 대상으로 투표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주로 국영항공사인 핀에어를 이용해 다른 나라로 이동한다(TMI) 아마 2019년에 우리나라에 방문한 이유도, 부산~헬싱키 노선 홍보를 위함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올해의 헬싱키는, 100년 만에 가장 따듯한 겨울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눈을 마주할 일이 자주 없었는데, 헬싱키에서 로바니에미(산타마을)로 이동하면서 점점 온 세상이 하얘지는 걸 느꼈다.


핀란드에 오기 전, 내가 상상했던 핀란드의 풍경을 산타마을에서 마주하다.


산타마을에서 약 2시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산타마을에는 다양한 spot들이 있고, 비수기 성수기에 따라 닫혀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산타마을의 방문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산타를 만나는 것이다! 그래서 산타가 있는 산타클로스 오피스로 먼저 향했다.


집무실과 선물들 /산타클로스 오피스(공식홈페이지) / 여러 선물상자들과 기념품샵


산타 오피스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기념품샵이 나를 반기고, 여러 선물상자들을 보면서 길을 걷다 보면, 사진 촬영이 가능한 집무실들도 보인다. 집무실에 앉아서 방명록을 쓰는 것도, 하나의 묘미! 하지만 방명록이 이미 꽉 차있어서, 뭔가를 쓰는 척 고민하는 척 사진 찍고 나왔다.


그러고 나면, 뭔가 긴 줄이 보인다. 그 줄이 바로 산타를 만나기 위한 줄이다! 내가 산타마을에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을 때, 같은 수업을 듣는 팀원이 "산타랑 사진 찍으려면 돈이 필요해"라고 이야기해줬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줄을 서서 20유로 정도면 산타랑 사진을 찍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산타와의 만남 (출처 : 어서와한국은처음이지 핀란드편)


점점 줄이 줄어들었고, 내 차례가 되었다. 산타를 만나 사진을 찍는 것은 무료고, 그 이후에 사진을 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한다.

입장에 앞서, 산타요정이 나에게 국적을 물어본다. 산타요정이 산타가 있는 곳을 나에게 가리키며, 산타에게 KOREASTA(from Korea)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산타는 나에게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이야기해준다. 아마 이게 이들의 레퍼토리인 것 같다. 나는 핀란드어로 교환학생이라고 이야기했고,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래 봤자 20초 정도지만! 산타와 이야기를 나누고 정면을 바라보니, 사진 촬영만 전문적으로 하는 프로페셔널한 산타요정이 카메라로 나를 몇 번 촬영하고, 산타와 작별인사를 했다.


산타와 작별을 하면, 산타요정이 이런 티켓을 하나 건네준다. 이 티켓에 ELF CODE가 적혀있고 이를 통해 사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확인하기 위한 줄도 꽤 길었다. 기다림 끝에 사진을 확인하려고 하는데, 가격이 최소 45유로부터 시작을 했다. 45 유로면 1300원 기준으로 해도, 58500원이다. 58500원으로 산타와 찍은 사진을 A4 크기로 인화받을 수 있다. 45유로는 너무 부담이 돼서, 사지 않았고 이 ELF CODE가 있으면 온라인으로도 구매가 가능하다고 해서 QR코드를 통해 사이트에 들어가 봤다.


산타와의 사진 및 영상을 보는 사이트

이곳에 email과 elfcode를 입력하면, 산타와의 사진 2장과 내가 등장하고 나갈 때까지의 영상이 함께 첨부되어있다. 그럼 캡처를 하면 되지 않는가 생각하겠지만, 









이렇게 로고가 박힌 상태로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어있다. 참으로 자본주의적인 산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이 여행을 간 친구 한 명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한테 받아낸 돈으로 다른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거지~"

맞다. 우리는 어른이고 산타가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려면 돈이 필요하니, 이렇게 거금을 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아직 학생이라 돈을 벌지 않으니, 다음 이 기회에 산타와의 사진을 남겨야할 듯하다.


개인적으로 산타와의 만남은 짧았지만, 동심으로 돌아간, 설레는 기분이었다. 여러 한국어를 하며 나를 맞이해주는 산타 할아버지를 보며, 정말 다양한 언어를 외우고 구사하려면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계속해서 저곳에 앉아서,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데도 힘든 내색 없는 걸 보니 정말 산타할아버지인가 보다.


산타마을의 핵심은 산타할아버지와의 만남이 맞지만, 산타마을에는 다양한 액티비티가 있었다. snowmobile, 순록 썰매 등이 있었고, 시간이 촉박해서 액티비티를 하지는 못했지만 순록 썰매를 하는 곳에서 처음으로 순록을 마주할 수 있었다.


순록샷

그리고, 나는 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산타와의 만남 이후 산타마을 안에 있는 우체국에 가곤 한다. 우체국에서 종종 편지를 쓰는데 나는 그 대신 여러 기념품샵들을 다니며 엽서를 구매했다. 헬싱키보다 엽서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높이 쌓인 눈과 함께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충분히 내가 북극에 가까워졌고, 산타마을에 와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어 행복했다.


많이 쌓인 눈과, 예뻤던 산타마을













한줄요약 :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관광객들에게 비싼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산타할아버지. 하지만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우리를 맞이해주는 따뜻한 분이다. 산타마을은 어릴 적 내가 생각했던 곳과는 조금 달랐지만, 내 생애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이었고, 설경과 산타할아버지 이 2가지만으로 충분히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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