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마일썬 Feb 17. 2020

내가 핀란드인으로 보여?

핀란드 교환학생 -10 / 편견 없는 핀란드인. 어떻게 편견이 없지?

[상황 가정해보기]


출처 : KT


마트에서 계산을 담당하는 직원이 되었다고 가정하자. 계산하려는 고객이 나와 피부색이 다르다면 어떻게 대할 건가요? 평소 "어서오세요"라고 말하는 당신. "어서오세요!"를 말할 건가요? 한글로? 영어로?

그러면 계산을 마치고, "1000원입니다"라고 할 건가요? 아니면 영어로 "one thousand won"?


사실 저라면, 당연히 모두 영어로 답했을 겁니다. 피부색이 나와 다르니까, 당연히 외국인이며 고객이 한국어를 못할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요.



[실제 핀란드에서의 사례]

핀란드에 와서 신기했던 건, 핀란드인들이 나를 이방인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마트에서 계산을 할 때, 계산원은 나를 보며 moi(안녕/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하고, 나도 똑같이 moi라고 인사를 건넨다. 그 뒤 계산을 마치고, 나에게 핀란드어로 얼마라고 이야기해주고, 영수증을 받을지 핀란드어로 물어보는데, 내가 잘 못 알아듣는 거 같으면 그때부터 영어로 이야기해준다.


마트가 아닌 곳에서도 이렇다. 서점에 A4용지를 사러 갔었는데, 그때에도 알바분이 나에게 핀란드어를 구사했다. 당연히 못 알아듣고 pardon?(다시 말씀해주실래요?)이라고 영어를 사용했고, 그분은 바로 영어로 "비닐봉지 필요하니"를 물어봤다. 심지어, 영어를 쓰는데도 핀란드어와 똑같은 빠르기, 말투로 말이다.


독자들에겐 이게 어떻게 다가올지는 모르겠다.

"누가 봐도 동양인인데, 핀란드어를 계속 사용하다니. 영어를 늦게 사용하는 거 아니야? 너무 무례해."

라고 반응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를 편견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그들은 내가 핀란드에 있으니 핀란드에서 사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핀란드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걸 알게 되면 그때 언어를 바꾸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지금껏 외국인을 보면 영어를 쓰는 게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왜 편견이 없지?]

이 곳에서 산 지 1달이 넘어가는데, 운이 좋았던 것인지 직접 인종차별을 경험하지는 못했다. 지난번에 쓴 글처럼, 코로나(우한폐렴)로 인해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여러 유럽 국가에서 동양인 차별이 이어지고 있지만 말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왜 나를 편견 없이 대하는 걸까?


하루는, 지난 학기 스웨덴에서 교환학생을 마친 내 친구가 영상을 추천해줬다. 북유럽 문화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영상이다. 나는 이 영상으로 그들이 편견이 없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https://youtu.be/y-LD2tVc1JA

스칸디나비아의 문화 이해하기


영상을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우리나라의 장유유서처럼 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당연히 받아들여오는 "얀테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출처 : 청와대 트위터 ( 읽는 데에 불편함이 없도록 재가공했습니다 )


사진으로 볼 수 있듯이, 겸손과 배려, 평등을 강조하는 이 "얀테의 법칙"의 10계명을 읽어보면 왜 이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인종차별이 적은지 알 수 있다. 첫 번째 문장부터 참 강력하다.

"네가 특별하다고 여기지 말라."

나는 항상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치열한 경쟁 속으로 나를 집어넣으며 살았는데, 이 법칙을 보니 웃기기도 하고 뭔가 띵-하고 어디에 맞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4번째 문장을 보면 "네가 우리보다 우월하다고 여기지 말라"라고 적혀있다. 어찌 보면 인종차별은 원인 모를 우월감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10개의 얀테의 법칙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새기고 살아가는 북유럽 사람들은, 나를 동양인이 아닌 사람으로 받아들여주는 것 같다.



똑같은 유럽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사람들은 "얀테의 법칙"으로 인해 그들이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종차별도 적고, 편견 없이 나를 대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매거진의 이전글 핀란드인에게 중고샵은 삶의 일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