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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썬 Feb 15. 2020

핀란드인에게 중고샵은 삶의 일부.

핀란드 교환학생-9 / 헬싱키 중고가게로 바라보는 핀란드인의 검소함

차 한잔의 여유를 위해, 2유로 커피잔을 중고샵에서 샀다.



핀란드의 물가는 높지만, 중고샵이 발달 숨통을 틔고 살고 있다.

어느 날은 차가 마시고 싶은데 마땅한 잔이 없어서 집 앞 중고샵에서 2유로에 꽤 예쁜 찻잔을 사기도 했다.


핀란드인에게 중고샵은 삶의 일부이고, 중고샵은 핀란드의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Second hand"(중고)라는 간판이 보이면 한 번씩 들어가 보게 된다. 뭔가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둘러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


핀란드의 중고샵 프랜차이즈, UFF (흔히 발견할 수 있고, 주로 의류를 판매한다)



핀란드 교환학생을 오기 전, 핀란드 관련 책을 찾다가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를 발견했었다. 이로 인해, 핀란드는 중고샵이 발달된 것을 이미 알고 이곳에 왔다.


핀란드 사람들이 중고품에 대한 문화가 생기기 시작한 건 1990년대 경제대공황부터라고 한다. 경제 대공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중고거래를 실천한 것이다. 가난에 의한 필요로 생겼지만, 핀란드인들의 검소한 생활습관과, 환경에 대한 생각이 맞물려 지금까지도 중고 문화가 꽃피고 있는 것이다.


* 환경문제에 대한 첨언 : 2년 전에 패스트패션(SPA 브랜드)에 대해 발표 적이 있다. 그때 자료를 찾으면서,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259톤, 연간 7억 벌(2016년 기준)의 의류 폐기물이 발생됨을 알게 되었었다. 생각보다 소비와 맞물리는 환경에 대한 문제는 심각하다.


헬싱키 역 주변 많은 중고샵 (출처 : 구글)


중고샵은 정말 많고, 아주 다양하다.


위에 적었듯이 중고샵 프랜차이즈가 있는가 하면, 2층에 걸쳐 넓게 잡동사니들을 파는 곳들도 있고, 의류만 판매하는 곳도 있으며, 스포츠용품만을 전문으로 하는 곳도 있고, 명품 중고를 전문으로 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의류를 주로 파는 중고샵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이다.




며칠 뒤에 라플란드(북극)로 여행을 갈 예정이라, 스키바지를 하나 구입해야 했다. 며칠 입어야 하는 건데, 새로 사는 것이 아깝기도 하고 여러 중고샵을 둘러보며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하루를 중고샵 day로 지정하고 헬싱키 시내의 5~6개 중고샵을 방문했다. 중고샵이면 옷들이 오래되고 꾸질 꾸질 하지 않냐고 물어볼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큰 오산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기에, 가치가 있는 물건만을 중고로 내놓고 중고를 내놓을 때에도 그것이 옷이라면 깨끗하게 빨고, 새 옷처럼 내놔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의류를 중심으로 하는 중고샵을 방문하면, 그냥 일반적인 의류매장에 방문한 것만 같다.


1) 옷을 색상별로 걸어놓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2) 자켓을 50%할인중이었다 3)인형과 책들도 판다.
4) 겨울이다 보니, 방한용품들을 많이 판다. 5) 가방도 정말 많이 판다.
머플러, 모피용품, 신발 등 안 파는게 없다.



위의 모든 사진은 한 매장에서 촬영한 건데 정말 다양하게, 정돈을 잘해놓고 판다. 지름신이 오지 않게 주의해야 하는 것만 빼면 정말 좋다. 그리고, 핀란드의 많은 중고샵에는 직접 옷을 입을 수 있는 곳이 마련해놔서 사이즈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




Hinta에 가격이 적혀있고, Koko에 사이즈가 적혀있다. 처음 이 가격표를 보고 70.50유로인 줄 알고, 이 스키바지는 명품 중고인가 생각했는데 10.50유로였다.


사이즈는 158/169라고 적혀있었는데 아마 158~169cm를 위한 옷이었다. 사실 저 옷은 아동용 옷 중 가장 사이즈가 큰 옷이었다.(역시 유럽 사람들 키가 참 크다)


 직접 옷을 꺼내보거나, 옷 안을 살피지 않더라도 가격표에 사이즈가 적혀있으니 입어볼 옷을 고를 때도 나름 효율적으로 고를 수 있었다.






필자의 경우, 10유로(약 13000원)에 도톰한 스키바지를 장만하고, 계속 아른거려서 7.5유로(약 1만 원)에 머플러를 하나 샀다. 옷을 위주로 이야기해서, 중고옷만 생각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잡동사니를 파는 곳에 가면, 엽서도 팔고(핀란드 엽서보다는 해외의 엽서를 보기가 더 쉽다), 히터도 팔고, 전자기기를 파는 곳도 봤었다. CD, 책, 스키, 스케이트화 등도 판다. 내가 맨 앞에 이야기했듯이 컵이나 그릇들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한줄요약 : 핀란드에서 중고샵은 흔히 볼 수 있는 그들의 문화 중 하나이다.  핀란드인들의 검소한 생활습관과 환경에 대한 생각이 만나, 90년대 대공황에서 시작되어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문화다. 핀란드에 여행 오게 된다면, 중고샵에 한번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핀란드에 장기 체류할 사람들에게 중고샵은 보물창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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