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환학생-8 / 핀란드의 개강. 교육에 대한 신선한 충격.
(핀란드에서 학교 다닌 지 1달이 넘어가지만, 첫 주에 써뒀던 핀란드 대학에서의 수업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개강하는 주는 그저 오리엔테이션이고, "첫 수업을 1시간 안에 끝내주지 않으면 나쁜 교수님"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첫 주 수업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위 사진은, 핀란드에서 개강 첫 주 수업을 가장 잘 설명하는 그림인 것 같다.
1. 마케팅조사
우리나라처럼 교수님의 소개와 강의가 앞으로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뤘다. 그 이후, 앉은자리를 기준으로 3~4명씩 팀을 짜서 본인의 "조사"에 대한 경험과, 이 수업에서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서로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핀란드인 친구와 교환학생 한 명, 그리고 나 3명이서 경험과 기대하는 바를 나누고, 헬싱키의 날씨에 관한 small talk을 이어갔다. 그 뒤, 강의실의 모든 학생이 발표 형식으로 자기소개와 팀에서 나눈 이야기를 모두에게 공유하고 나서 수업이 끝났다. 가장 이론적인 수업이라고 들었던 수업에서 조차, 첫 시간에 소규모의 그룹 talk과 간단한 발표까지. 이것이 핀란드의 교육인가 느꼈다.
2. 핀란드어 (체험형 수업 /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
"안녕! 내 이름은 ㅇㅇㅇ이야. 너의 이름은 뭐니? 나의 이름은 ㅁㅁㅁ이야."
"너의 국적은 뭐니? 나는 ㅌㅌ인이야."
이걸 ppt로 띄워두고, 일어서서 돌아다니면서 서로에게 묻고 답하게끔 하여 핀란드어를 배우게끔 했다. 게다가, 첫 수업인 만큼, 학생들에게 알고 있는 핀란드어를 모두 말하라고 하고, 이를 칠판에 적고 같이 따라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도 공유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한국에서의 수업은 교수님이 미리 방향을 정하고, 그들이 걸어가는 방향을 졸졸 쫓아가는 느낌이었는데, 학생들의 참여도에 따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수업이었다.
3.
오프라인 첫 수업이 둘째 주에 열리기 때문에 아직 수업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pre-assignment(과제)가 나와있었다. 첫 수업 이전에 과제가 있다는 건 한국에서 상상하지도 못한 전개다.
4. SAP ERP
대학에서 SAP ERP(기업용 전사적 자원관리 소프트웨어. 주로 대기업이 사용)을 배울 수 있다는 게 참 실용적이라고 느껴졌다. SAP ERP2 수업이 더 포괄적인 내용을 다루는 거 같아, 2 수업을 신청했었다.
한국에서 1,2가 있는 수업을 들으면 보통 1을 다 까먹었다고 가정하고, 2 수업에서 첫 몇 주간은 1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시간이 있었던 거 같은데 이 수업은 그렇지 않았다.
교수님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문제지를 나눠주고 이를 수행하게끔 했다. ERP2를 듣지 못해서 조금 아쉽긴 했다. 하지만, 이 방식이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고, 학생들이 기초(1)를 배우고, 문제를 해결하며 응용(2)할 수 있게 해 주니, 배우는 내용도 실용적이었지만 이러한 커리큘럼 역시도 학생들이 실무를 접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5. 국제경제
가장 충격을 많이 받은 수업이었다. 앞의 첫 번째 마케팅조사론처럼 교수님의 소개와 앞으로 강의가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그 뒤, 앉은자리를 기준으로 4~6명이 묶고 미시경제, 거시경제에 대한 brainstorming(무엇에 대해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제시하는 방법)이 진행됐다.
선수강 과목이 없는 수업이었는데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다른 조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brainstorming이 끝난 뒤에는, 조 별로 1명씩 발표를 했다. 마케팅조사보다 강도가 높다고 생각한 순간, 교수님이 갑자기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구역을 배정해줬고, 45분을 줄 테니 조 별로 그 구역에 대한 개략적인 경제정보를 발표하라고 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경제정보를 수집하고 파워포인트까지 만들어서 발표를 했다.
아직 첫 주를 한 건데 느낀 점도 많았고, 특히 5번째의 국제경제 수업은 정말 스펙터클했다. 핀란드에서는 대학 수업에서조차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수업"을 지향한다고 느꼈다.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한, lecture형 수업을 넘어서 계속해서 소통하고, 발표하는 수업이 자연스러운 수업 방식인 것 같다.
그리고, 과제가 양이 많은 건 아니지만, 매주 있고, 조금씩 계속해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의 개강 첫 주는 예열 단계였다면, 핀란드에서의 개강 첫 주는 이미 끓는 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