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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썬 Mar 29. 2020

2시 59분 다음이 4시?

핀란드 교환학생 - 13 / 올해가 마지막일 수 있는 핀란드의 서머타임

사진출처 : yle.fi


핀란드는 지금 모든 학교가 문을 닫고,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학교를 가진 않지만, 가끔 공지사항들을 이메일로 받곤 한다. 그리고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된다. "Daylight Saving Time"


이메일로 전달받은 summer time 관련 공지


29일 새벽 3시가 새벽 4시로 바뀐다는 내용과 휴대폰 역시도 자동으로 시간이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나에겐 "Summer time(서머타임)"으로 익숙했던 이 개념은 Daylight Saving Time(일광 절약 시간제)라고도 불리던 것이다.

북미와 유럽에 서머타임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핀란드에도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해보지 못했던 경험이라, 설레기도 했지만 새벽 3시까지 서머타임을 보기 위해 버티는 건 무리여서 아쉽기도 했다.


Daylight Saving Time(DST) = Summer Time (출처 : timeanddate.com)


우선 서머타임을 하는 이유는 뭘까?


사람들은 주로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을 자는데, 여름이 되면서 해가 뜨는 시간이 앞당겨진다. 이러한 실제 낮 시간과 사람들이 활동하는 낮 시간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서머타임이다. 여름이 되어갈 즈음 3시가 4시가 되고, 여름이 지나 겨울이 될 즈음 4시가 다시 3시로 바뀐다.

여름에는 일조 시간이 길므로 활동을 보다 일찍 시작하여 일과가 끝난 저녁에 더 밝은 상태에서 활동할 수 있고, 직장이나 학교에서의 조명과 연료 등의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수면시간을 연중 두 차례나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때문에, 교통사고 및 사망 증가, 수면의 질 및 건강의 악화, 인지능력 훼손 및 업무 생산성 저하 등 인간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참조 : 위키백과)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에는 없는 개념이라, 이 서머타임에 대해 더 공부를 하고자 이곳저곳에서 자료를 모아봤다. 그러다가 알게 된 사실은, 우리나라는 서머타임이 시행된 적이 있는 국가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서머타임 역사는 1948년~1960년, 1987년~1988년이다. 1948년, 미군정의 경유로 정부가 수립될 때 처음 시행하여 1960년까지 지속됐다. 1987년은 서울 올림픽 TV 중계를 위해 실시한 제도로, 시민들의 생활 리듬을 깨고 혼란만 야기시킨다는 비난 여론으로 올림픽이 끝난 후에는 시행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이미 자연 시간보다 빠른 시간을 채택하기에 서머타임을 일 년 내내 실시하고 있다고 봐도 무관하다.


우리나라의 서머타임 역사로 신기했던 것은, 조선시대의 "경국대전"에 의하면, 서머타임과 비슷한 개념이 도입됐던 것이다. 여름철과 겨울철의 출퇴근 시간이 달랐던 것이다.

사진출처 : 조선 멤버스


핀란드는?


핀란드는 1942년 처음으로 서머타임을 시험 삼아 적용했지만 1년 만에 규정을 폐지했다. 그 뒤, EU 국가들의 협정에 따라 타 유럽 국가들은 1980년부터 서머타임을 적용했고, 핀란드는 마지막 주자가 되어 1981년부터 서머타임을 도입했다.

2017년 6월, 서머타임 폐지에 대해 핀란드 시민 7만여 명이 서명한 시민 발의안이 핀란드 의회에 제출된 적이 있었다.

그 뒤, 2019년 EU 회의에서 2021년부터는 서머타임을 의무가 아닌 개별 국가의 선택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회의 이후, 핀란드 정부는 2021년부터는 서머타임을 채택하지 않고 표준시를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그렇게 2020년 올해가 핀란드의 마지막 서머타임인 것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서머타임을 경험하게 돼서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물론 서머타임을 적용하면 1년에 두 번 시간이 바뀌지만, 핀란드에서 시간이 2시 59분에서 4시로 바뀌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 것!


우리나라가 서머타임이 없다 보니, 나에게 시간은 "절대 주워 담을 수 없고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한데, 서머타임을 직접 겪으니 시간은 "사람들이 정해둔 규칙이며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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