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환학생 - 12 / 핀란드 라플란드 레비(levi) 방문기
학교에서 연결해준 패키지여행(Timetravels)을 통해 라플란드에 다녀왔고, 그중 levi에 다녀왔다. (지난 2월에 다녀온 여행입니다)
내가 방문한 LEVI는 오로라로 유명한 아이슬란드보다 위도가 높은 곳이고, 우리가 흔히 북극으로 생각하는 그린란드와 위도를 나란히 하고 있다.
<라플란드, LEVI에 대한 설명>
우선, 라플란드(=Lappi)는 스칸디나비아 북쪽의 여러 지역을 통칭하는 말로, 주로 사미족(북극의 원주민 정도로 이해하면 편하다)의 거주지로 쓰인 곳이다. 사미족의 거주지라는 의미로 사프미라고도 불리며,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에 걸쳐있는 지역이다. 추운 날씨로 인해 개발이 적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여름에는 백야현상을, 겨울에는 오로라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중 Levi는 북극한계선 안쪽에 있는 핀란드 지역이다. 사실 북극을 떠올리면 북극곰이 다닐 것만 같지만, 생각보다 북극이라고 칭하는 북극한계선이 넓어서 내가 간 라플란드에서는 당연히 북극곰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 겨울왕국에서보다 더 많은 눈을 볼 수 있었고, 자연으로 힐링을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북극에서 한 일>
1. 크로스컨트리 스키 (CrossCountry-ski)
나에게 크로스컨트리는 철인 3종 경기에서 보던 스포츠 종목으로, 엄청 힘든 거라는 느낌이 강했다. 스키 역시도, 한 번도 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솔직히 가장 망설였던 활동이었다. 여행을 함께한 친구가, 블로그 후기가 좋았다며 같이 신청하자고 해서 고민 끝에 신청한 활동이었다. 하지만, 이 크로스컨츄리 스키가 북극에서의 가장 만족스러운 활동이었다.
정오쯤부터 2시간 정도 진행이 됐는데, 우선 날씨가 끝내줬다. 햇빛이 비치고, 주위가 온통 눈인데 우리가 흔히 크리스마스트리로 생각하는 나무에 눈이 엄청 많이 쌓여있고. 그곳을 지나며 보는 자연은 정말 황홀했다.
게다가 스키도 그리 어렵지 않아서, 그냥 눈 위를 걷는다고 생각하며 스키를 타니 편했다. 그리고 이미 길을 만들어놔서 그곳에 스키를 두고 걷기만 하면 됐다. 오르막을 오르는 것이 조금 힘들었지만, 내리막 길을 내려올 때 스피드는 너무도 짜릿했다!
가장 만족스러웠고, 약 1시간 이상을 눈 위에서 걸으니 힘들기도 했지만, 잠시 길에서 벗어나 사진도 찍을 수 있고 풍경을 바라보면서 너무도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2. 순록과 함께하기 (Reindeer farm)
허스키와 순록은 levi의 상징이다. 허스키 활동, 순록 활동 두 개 다 있었지만 가격 때문에 하나만 선택했다. 허스키는 한국에서도 볼 수 있지만, 순록은 한국에서 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순록을 선택했다. 순록에게 먹이도 주고, 썰매를 탄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썰매답지 않게 너무 느렸고 그저 트랙을 도는 게 전부였다. 실망스러웠지만, 순록과 만났다는 것 만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추천하지 않는 활동이다!)
3. 북극해 (Arctic Ocean) + 사우나
LEVI 여행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왔던 활동사진이 바로 이것이다. 사우나를 하다가, 북극해에 들어가는 것! 살면서 북극해를 가 볼일이 지금 아니면 없을 거 같아서 신청했던 활동이었다. 이 활동을 위해 수영복도 한국에서 챙겨 왔었다.(하지만 쪼리도 있다면 가져오는 것을 추천한다)
노르웨이의 Skibotn으로 버스로 이동해서 이와 같은 활동을 진행한다. 사우나에서 오랜 시간 있으면서 몸에 열기를 채우고, 밖으로 나와서 북극해로 뛰어드는 것이다. 북극해 수영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수영이라기보다는 몸을 잠시 담그고 나오는 정도이다. 왜냐하면 너무 추워서 북극해에서 수영을 하거나, 오랜 시간 있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약 20분간 사우나에서 몸을 달구고, 10초간 북극해에 있다가 다시 사우나를 들어오는 걸 반복한다.
솔직히 너무 추웠다. 하지만 설산들을 바라보며, 북극해에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이 경험 자체가 너무 귀중한 경험이라 잊히지 않는다. 샤워시설이 갖춰져있지 않아서 몸을 씻을 수 없는데, 바닷물이라 그런지 집에 도착해서 너무 간지러웠던 기억이 있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4. 스파 (Levi Hotel Spa)
스파라고 해서 우리나라처럼 정말 뜨끈뜨끈한 온천물을 기대했는데, 대부분 물이 미지근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고, 우리나라로 따지면 아산스파비스가 생각나는 곳이었다. (아산스파비스를 가보지는 않았지만 여러 후기들을 봤을 때 비슷할 것 같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levi spa의 꽃인 노천탕이다. 눈을 바라보며, 물 밖에 나와있는 얼굴과 상체는 차갑고, 물 안에 들어있는 나머지 몸은 따듯하게 하는 것이 정말 좋았다. 물이 미지근하게 느껴지는 건 조금 아쉬웠지만, 이 노천탕으로 사람들이 눈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탕에 있는 것을 즐기다가, 탕 밖으로 나와서 탕 주위의 눈을 뭉쳐 다시 탕에 들어와 피부를 닦기도 하고, 탕 밖으로 나가서 눈에 눕기도 했다. 난 감기에 걸릴 거 같아서 하지 않았지만, 눈에는 유해성분이 많이 들어있다고 생각돼서 우산을 쓰는 우리와는 다르다고 느꼈다.
5. (정말 아쉬운) 오로라 보기
같은 숙소를 쓰는 스페인 친구들과 멕시코 친구(멕시코가 스페인어를 써서 멕시코 친구가 스페인 친구들과 친했다)들과 함께 저녁에 오로라 헌팅을 다녔다. 정말 불빛이 없는 숲 속을 걸어 다니면서, 오로라를 보려 하는데 사람들이 저곳을 보라고 해서 보면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고, 카메라로 잘 조정을 하면 보였다.
삼각대가 없어서 힘들게 찍은 것이 그나마 이 정도였다. 사실 나는 이곳에 올 때 어마 무시한 오로라를 기대하며, 오로라 사진 촬영법 등을 영상과 블로그 글들로 미리 배웠지만 그 모든 것은 필요 없었다. 구름이 많거나 눈이 많이 와서 오로라를 볼 수 없는 날이 더 많았고, 설령 오로라가 보인다고 해도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보는 오로라는 실제가 아니라고, 이 곳에 사는 주민들이 말한다고 한다. 모두 다 카메라를 촬영할 때 조리개 등을 조정하고, 포토샵 같은 보정을 함께해서 가능한 거라고.
6. 순록 미트볼 먹기
라플란드의 마지막 날, 여행 가이드가 소개해준 합리적인 뷔페 음식점에 가서, 유일하게 잘 먹었던 음식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트볼보다는 크기가 3~4배였고 직원이 reindeer(순록)이라고 알려줘서 그때야 알았다.
순록 고기는 처음 먹은 건데 돼지고기 미트볼보다 식감이 훨씬 부드러웠고, 미트볼이라 그런지 냄새도 없었고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7. 눈 실컷 보기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본 눈을 합치면 levi여행 동안 본 눈의 양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겨울왕국이 이럴까 싶을 정도로 눈을 많이 봤다.
올 겨울, 한국에 눈이 별로 오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정말 많은 눈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