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하면 특유의 북유럽 디자인도 생각나지만, 좋은 복지와 성평등을 가진 나라들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북유럽 국가 중, 우리나라처럼 남자의 군 복무가 의무인 나라가 있다. 바로, "핀란드"이다.
학교 근처에 Tripla라는 쇼핑몰이 있었다. Tripla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스타필드와 같은 복합쇼핑몰이다. 그곳을 걷다 보면 군복을 입은 여러 남자들이 보이곤 했다. 우리나라의 스타필드에서도 군복 입은 군인들을 간간히 볼 수 있었기에, 익숙하면서도 신기했다. 그리고 난 궁금해졌다.
"핀란드의 남자들도 군대를 의무로 가나?"
이에 대한 해답은 핀란드인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들을 수 있었다. 정답은 YES였다.
출처: Laura Tolonen / Yle
1) 핀란드의 징병제는?
핀란드 남자들은 만 18살이 되는 해에 신체검사를 받게 되고, 주로 19살에 복무를 진행한다고 한다.
군 복무 기간은 한국에 비해 정말 짧은 편이다. 일반적인 보병은 6개월, 기술병은 9개월 혹은 1년, 장교의 경우 1년만 군생활을 하면 끝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육군·해병대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 22개월, 사회복무요원 21개월, 편입된 산업기능요원 23개월이다)
우리나라에서 신체검사를 통해 등급이 매겨지면서 복무 내용이 결정되는 반면, 핀란드는 대체복무(사회복무요원)를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사회복무를 통한 대체복무가 1년이라 꽤 많은 수의 핀란드 남성들이 대체복무를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남성들끼리 모이면 군대 얘기가 빠질 수 없는 것과 똑같이, 핀란드에서도 군대에 다녀와야 남자라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또한 일반 징병이 3~6개월 정도 복무기간이 짧아서 대부분 일반 복무를 선택한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 1995년부터 자원입대 제도를 실시 중이다.
2) 핀란드가 징병제를 도입하게 된 배경
핀란드의 경우, 육지로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곳이 스웨덴과 러시아이다. 이러한 지리적 특징과 오랜 식민지는 핀란드가 징병제를 채택한 이유이다.
스웨덴이 핀란드 지배는 18세기까지 약 500년간 이어졌다. 하지만 1809년 러시아가 핀란드를 침공하며 1917년까지, 즉 약 100년간 러시아 지배로 살아갔다. 약 600년의 식민지 역사를 가진 핀란드이기에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징병제를 선택한 것이다.
출처 : Jyri Tynkkynen / Yle
3) 왜 남자들만 가? 여자들도 가야지!
나름 핀란드에 대해서 정보수집을 많이 하고 교환학생을 갔음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의 의무 군 복무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었다. 이에 대해 내 핀란드인 친구는 이러한 징병제는 핀란드 사람들이 부끄러워하는 제도 중 하나라 접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성평등이 당연한 나라에서 남자만 군대를 의무로 가는 제도는 불평등적이라고 생각하고, 여성 징병제에 대해 2017~8년 뜨거운 논쟁과 함께 시위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019년 yle(신문사, 방송사)의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핀란드인은 "전쟁은 남자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설문 인원의 65%는 지금의 군 복무 제도(남자 징병제, 여성 모병제) 유지를 원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응답자 중 28%만이 여성의 사회복무 등을 통한 국방의 의무화를 원했고, 4%만이 여성의 징병제 채택을 원했다.
그럼에도, 15-24세 응답자 중 41%가 사회복무 등을 통한 여성의 국방의 의무를 찬성했고, 8%가 여성의 징병제를 지지한다고 했다.
국방부 장관이 여성이기도 했던 핀란드이기에, 여성의 징병제가 미래에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의 인식개선과 여성이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환경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뜻밖에 핀란드의 복합쇼핑몰(Tripla)에서 만났던 국방색 옷은 꽤 반가웠다. 식민지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내가 핀란드에 정이 갔던 이유 중 하나였는데, 이러한 공통점이 징병제라는 공통점도 함께 가지게 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