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교환학생-23 / 3개국 학생들이 함께 지내는 HOAS 쉐어하우스
HOAS(헬싱키 주거연합)는 헬싱키에 온 교환학생들에게 주로 임대업을 했고, 그 외 다른 유학생이나 핀란드인 학생들에게도 숙소에 대한 임대업을 하는 곳이다. 헬싱키의 대학들은 기숙사를 가지기보다는, HOAS가 숙소를 소유하고 기숙사 문제를 이곳에서 해결하게끔 하는 듯했다.
내가 핀란드에서 지낸 곳은 HOAS(헬싱키 주거연합)에서 제공한 Kitarakuja3 였다. 이곳에서 3명이 각자의 방을 가지며 주방과 화장실을 공유하며 한 집에서 살았다. 내가 살았던 곳의 모습은 아래 youtube영상을 통해 볼 수 있다.
https://youtu.be/yr4AEmrmjrk?t=8
처음에 HOAS를 통해 숙소를 신청할 때 고민이 많았지만, 가격을 아끼는 측면도 있었고 외국인 학생들과 함께 살면서 교류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쉐어하우스 형태의 집을 고르게 되었다.
교환학생을 도와주는 교내 단체가 날 집까지 안내해줘서 나름 편하게 집에 입성했다. 나는 이 집에 들어온 첫 사람이었고 처음 마주한 집은 모든 곳이 화이트톤인 정말 깔끔하고 좋은 집이었다. 다만, 첫날에는 모든 것이 낯선데 아무도 없으니 무섭기도 했다. 잠이 살짝 들었을 즈음,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렸지만 장시간 비행의 피곤함에 그저 누가 왔을지에 대한 궁금함을 안고 잠이 들었다.
아침을 먹으려고 부엌에 나가니 내 옆방에 들어온 친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welcome 메모 해석)
안녕 쉐어하우스 친구들!
태국에서 온, 2번째 방에서 지내게 된 보너스라고 해. 만나서 정말 반가워! 혹시라도 내가 도울 일이 있다면, 언제든 이야기해줘!
참고로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야
참 귀여운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 늦은 밤 들어온 태국 친구는 잠을 자느라 바쁜 듯했다. 나도 포스트잇에 답장을 남기고, 헬싱키를 구경하고 오니 늦게나마 서로의 얼굴을 보고 인사할 수 있었다. 내가 한국사람임을 알고 너무도 좋아하던 친구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태국 친구와 내가 만난 지 2~3일이 되었지만, 3번째 방은 여전히 비어있었다. 3인 쉐어하우스에 2명만 사는 건가?라고 생각할 즈음, 학교에 다녀오니 새로운 친구가 복도에서 날 보며 반가워했다. 서로 이름을 묻고, 내게 한국인이냐고 묻더니 자기는 중국인이며 한국 드라마도 좋아하고 이민호도 좋아한다며 방방 뛰었다. 이렇게 나의 쉐어하우스에는 한국, 태국, 중국 이렇게 3개국 친구들이 함께 살아가게 되었다.
일부러 아시아 친구들을 묶어준 것 같았고, 처음에는 조금 아쉽기도 했다. 유럽에 교환학생을 왔으니 유럽인 친구들과 함께 사는 것을 상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내면서 서로 편한 점도 많았고 각 나라의 공통점도 많아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게다가, 각자 음식을 해 먹을 때 향신료에 대해 불편할 텐데 하고 걱정할 일이 좀 적었다. 물론 환기를 잘 시키며 지내기는 했지만, 세 나라가 향신료나 장류를 먹는 나라이기에 유럽 친구들과 지냈다면 이런 점이 불편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첫 한 주간은 학교 오티도 있고 적응에 정신이 없었다. 3인 쉐어하우스란 것을 이미 알고 가서, 다이소에서 저렴한 칫솔꽂이를 사 갔었고 친구들에게 하나씩 쓰라고 이야기했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누가 봐도 3명이 사는 곳임이 증명됐다.
2주 차가 되니 공용공간에 대한 청소도 필요했고 규칙을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사용시간도 아침에 겹치지 않으려면 조율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규칙을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알리고, 추가하고 싶은 내용은 추가한 뒤 싸인을 해달라고 했다.
규칙에 어려운 건 없었다. 당연할 수 있지만 서로를 배려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든 규칙이었다.
(내용)
1. 공용공간에 대한 청소, 쓰레기 버리기는 1주일씩 당번을 정해서 돌아가면서 하자.
2. 본인이 사용한 식기류는 바로 설거지해서 친구들이 요리할 때 불편함이 없도록 하자.
3. 화장실 휴지는 돌아가면서 8개씩 사두자.
4. 친구를 집에 데려올 경우, 최소 2시간 전에 우리들의 단체 톡방(Whatsapp)에 미리 이야기해준다.
다들 군말 없이 싸인을 해주었고 서로 배려하면서 쉐어하우스에서 잘 지낼 수 있었다. 누군가 나서서 규칙을 정하니, 쉐어하우스임에도 불구하고 별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오히려 함께 살았기 때문에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었다. 이렇게 나서서 규칙을 정하는 내 모습에 태국인 친구는 나를 "핀란드 엄마"라고 불러주기도 했다.
3개국 학생들이 모이면 소통은 어떻게 하냐고 물어본다. 당연히 영어를 쓴다. 물론, 함께 지낸 친구들도 모두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들은 아니라서, 서로 서투른 영어를 이해해주면서 잘 지냈다.
태국인 친구도, 나도 중국어를 중고생 때 배웠기에 가끔 배웠던 중국어를 이야기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가기도 했다.
공용공간이 있기에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영어가 많이 늘었고, 태국인 친구가 관광가이드 알바를 했던 친구라 태국식 영어가 아닌 미국식 영어를 썼기에 나도 영어회화를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중국인 친구는 발음이 조금 서툴렀지만 내가 몰랐던 영어단어들을 쓸 때가 있어서 어휘도 많이 늘었다.
생각해보면, 지금이 아니면 언제 외국인 친구들과 한 집에서 살까 싶다. 정말 하루하루 귀중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