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집 근처 자주 가는 카페에서 <여름 한정 특별 메뉴>를 출시했다. 한국이었다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을 일이지만, 유독 그날은 '여름 한정'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르완다는 연중 온도가 크게 변하지 않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같이 카페를 간 현지인 친구에게 언제까지가 르완다의 여름이냐고 물었더니 6월부터 8월 즈음까지라고 대답해 주었다. 날씨가 변하지 않는데 계절을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냐고 되물으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10월부터 12월경까지 르완다의 소우기가 시작되기는 하지만, 한국의 극단적인 사계절을 경험하며 살았던 나에게는, 비가 온다는 이유로 계절을 나누는 것이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피부로 느껴지는 온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직 우기가 시작되는 시기가 아님에도 바람이 많이 불고 바깥 온도가 낮아졌다. 혹시라도 밤산책을 하는 날에는 바람이 꽤 차서, 옷을 몇 겹 껴입고 나가야 했다. 이전과 달리 아침에 일어나면 선선하고, 하늘도 왠지 모르게 더 푸르고 뭉게구름도 전보다 더 많이 보인다. 무더운 장마를 끝내고, 코끝으로 가을을 느끼던 한국과 제법 비슷한 기분이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매일 기승을 부리던 모기들도 조금 사라지고 처음 보는 벌레들이 집을 찾아왔다. 며칠 전 밤에는 여왕개미로 추정되는 벌레들이 집 창문에 가득 앉아있었다. 르완다에 오래 거주하셨던 분께 여왕개미 비행철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이 그때인가 싶었다.
아프리카에도 가을이 찾아온다. 르완다에서의 하루는 어제와 크게 다를 것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훌쩍 한 달이 지나 달이 다시 차고, 몇 주 전 심어놓았던 아보카도의 씨앗에서도 새로운 새싹이 자랐다. 제법 서늘해진 르완다의 가을바람을 맞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다 보면, 르완다에서의 생활이 그다음 챕터를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