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고양이를 대하는 자세
고양이를 함께하면서 가장 어렵고 앞으로도 계속 어려울 예정인건, 내가 고양이 언어를 알아 듣지 못한다는 것. 고양이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어디가 아픈지 뭐가 불만인지 뭐가 필요한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텐데...
야미 식도 문제를 알고 난 뒤 대량의 습식사료를 주문했고 야미는 무럭무럭 자랐다.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줄 알았다)
백수 집사는 밥 시간에 맞춰 습식 사료를 대령했고 혹여 토하진 않을까 밥을 다 먹은 후 기지개를 펴고 돌아다닐 때 까지 눈을 떼지 않은 결과였달까.
우리는 더 이상 야미가 아프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야미는 본래부터 약하게 태어난 고양이였고 식도는 물론이고 소화기관까지 약한 고양이였다.
'야미과 함께 하는 생활이 안정기에 접어들었구나'라고 생각할 때 즈음, 집안에 수상한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갈색 동그라미 자국이랄지, 희미한 발자국이랄지. 야미가 화장실에 다녀오고 오도카니 앉아있던 자리에 남아있던 작은 동그라미는 화장실에서 따라나온 그것. 처음엔 그 흔적이 귀엽기도 해서 웃으면서 치웠던것 같다. 숨만 쉬고 있어도 귀여운 존재는 아마 지구상에 고양이가 유일하리라.
그러나... 이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단 고양이가 건강한 맛동산을 보지 못한다는 건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니까.
그리고 건강한 맛동산을 보지 못한다는 건 집 안 곳곳에 갈색 흔적들이 찍힌다는 거니까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매우 잘 놀았고 인터넷 검색결과 안심해도 되는 단계였음으로)
예방접종 하러 병원에 방문했을 때 야미의 묽은변에 대하여 여쭤봤으나 자연치료되는 경우가 있으니 지켜보라 하셨고, 사료의 문제 일 수 있으나 한 두번 묽은 응아를 한다고 해서 바꿔주는 것 보다 적응할 시간을 주는게 더 좋다고 하셨다.
약간의 묽은 변이고, 사료도 지금까지 잘 먹어오던 사료라 고양이 장에 좋다는 유산균을 사서 급여했다.(집사들도 먹지 않았던 유산균이었으나 고양이 병원비는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유산균으로 묽은변이 잡히길 바랬으나, 바람은 바람일 뿐 시간이 지나도 맛동산은 보이지 않았고
냄새도 고약해져만 갔다.
냄새야 참으면 그만이고,
흔적들은 닦으면 그만이었으나,
작고 여린 생명체는 그만이 되지 않았다.
식도 문제로 늘 배불리 먹지 못하는 녀석이었는데 이제 잘 먹나 했더니 이번엔 잘 싸지를 못하다니...
잘 먹지 못하는데 설사까지 하니 야미의 몸무게는 늘지않고 제자리이거나, 줄어들기를 반복했다.
여느 때와 같이 야미가 볼 일을 보러 들어가길래 같이 가서 기다리는 '뿌지직뿍뿍'같은 소리가 들렸다.
'고양이도 응가를 할 때 저런 소리가 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병원에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야미가 볼 일을 보고 나오자마자 이동장에 넣어서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야미와 함께하고 나서 알게된것 중 하나는
병원으로 향하는 마음은 늘 조마조마 하다는 것.
그 이유가 사람때문이든, 동물때문이든
여러번 방문해서 야미의 히스토리를 다 알고 계시는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일단 구충제를 먹이고 지켜보자고 하시며
추가적으로 소화기관이 약한것 같으니 처방식 소화기 사료 급여를 권하셨다.
똥고양이의 쾌변과 장건강을 위해 바로 처방식 사료를 검색했는데
처방식 사료는 일반 사료보다 가격은 비쌌지만 양은 적었다.
그러나 이것저것 따질일이 아니었기에 바로 주문을...
집에 돌아와서 화장실로 향한 야미는 구충제의 효과였는지 맛동산을 봤고
나는 그게 뭐라고 좋다고 방방거리며 남집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랑을 했다.
(남집사도 맛동산 소식에 굉장히 기뻐함)
구충제에서 끝나면 좋았겠지만,
야미는 이후로도 3일정도 똥고양이였고
소화기 사료를 먹은뒤에 비로소 똥고양이를 벗어났다.
소화기 사료가 입에 맞았는지 너무 잘 먹어서 우리는 1달이 안되서 재 주문을 해야했고(또르르)
몸무게가 급격하게 불어났다.
야미는 똥고양이에서 뚱고양이로 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