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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Feb 26. 2020

네가 내 고양이라 참 다행이야

고양이를 위한 몫

몇 번의 부침을 겪은 뒤 우리는 야미 병원비에 주저하지 않기 위해 야미 몫을 매달 떼어 놓기로 했다.

우리가 편안한 생을 위해 준비하듯 야미도 행복한 묘생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준비하지만 야미는 우리가 준비해 줘야 한다는 것.


 




처음 고양이를 입양하면서부터 '고양이를 위한 돈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줄곧 해왔는데,

준비할 틈도 없이 야미가 아팠고 우리는 속절없이 텅텅 비어 가는 지갑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던 나는 동물병원비가 그토록 비싼 줄 몰랐다.

10만 원 이하로 나오면 오늘은 선방했다고 좋아하기까지 했으니까.

갈 때마다 10만 원 넘게 긁히는 카드를 바라보며, 나와 남편은 외식을 줄였다............


우리의 외식은 줄였으나 야미의 사료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병원에 돈 쓰느니 좋은 사료 먹여서 건강해지는 게 났다는 생각으로

이땐 정말 집사들의 식비보다 야미의 식비가 더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고양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쁠꺼라고 생각했던 시절

6개월 정도 시간이 흐르고 야미가 다른 고양이들과 다를 바 없이 건강해졌을 때,

우리는 야미를 위한 통장을 만들었고 매달 돈을 모으고 있다.

이 통장은 훗날 야미가 묘르신이 되었을 때 오롯이 야미만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새로운 장난감 잠자리 가져갈까 봐 베고 자버림


반려동물은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기른다'라는 말이 있듯

사랑으로 돌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요, 든든한 지갑의 서포트는 필수다.

집사의 마음이라는 게 엄마의 마음 같아서 좋다는 건 다 해주고 싶으니까.

(거의 매달 야미를 위해 지갑이 열리고 있다)


소화기 사료 폭식 후


우리 집에서 제일 부자는 김야미라며 저 친구 통장은 쌓이기만 하고 나가질 않는다고

남편과 우스개 소리로 대화하곤 한다.

말은 이렇게 해도 아무런 준비 없이 야미를 키웠을 때 보다

믿을 구석이 생긴 지금은 야미의 병원비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반려동물이 아픈 것도 슬픈 일인데

아픈 반려동물을 보면서 병원비 걱정을 한다는 건 더 슬픈 일일 테니까.


뭔지 모르지만 격정적이야


집사들도 야미도 병원 갈 일이 없는 게 가장 좋겠지만,

사람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몸 이곳저곳이 고장 나고 병원을 찾는 일이 필연적이듯

반려동물에게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일어나는 일들은 필연적 이리라.

오리혀 반려동물의 시간은 사람의 시간보다 빨라서 어쩌면 육체의 쇄락이 더 급하게 올지 모르겠다.


좌)냥생무상, 우)집사는 설거지를 해라 나는 다리사이에 누워있을 테니

야미가 나이를 먹어 중년 고양이가 되고 묘르신이 되었을 때,

병원비 걱정하지 않고 케어를 해 주고 싶다.

그리하여 묘생의 끄트머리까지 따뜻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그때를 위해 야미 몫을 꾸준히 떼어 놔야지.


변함없이 파워 숙면

김야미는 이런 집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참 잘도 잔다.

그래,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오래오래 같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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