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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핍의 임상심리사 May 10. 2020

임상심리전문가는 누구인가

사실 ‘임상심리전문가’는 자격증 명칭이다. 보통 병원에서는 임상심리사라고 하는데, ‘전문가’가 붙는 게 더 폼 나서 나는 임상심리전문가라고 나를 소개하고 싶다.   


임상심리사는 심리적인 고통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나 심리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들의 회복을 돕는 일을 한다. 주로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하지만 심리치료 센터를 직접 개소하기도 하고 법원, 검찰, 경찰, 사회복지시설, 정신건강센터, 사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주 업무는 ‘임상군’, 즉 병리가 있는 환자들을 진단하는 것이지만 개인이 받은 훈련에 따라 병리 진단보다는 심리치료에 더 집중하고 있는 임상심리사들도 있고, 병리 수준은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불편한 마음을 덜어주는 심리상담을 하는 사람도 있다. 복잡하지만, 결국엔 사람들의 심리적 회복을 돕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임상심리사는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타전공자도 있지만)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임상심리 전공은 필수다)을 전공한다. 그리고 졸업 후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와 같은 지정 수련 기관에서 3년의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자격을 취득한다. 경우에 따라 종합병원이나 개인병원, 심리상담센터에서 수련을 받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수련 과정을 거치면 두 개의 자격을 취득하게 되는데 하나는 한국심리학회(산하의 한국임상심리학회) 자격인 ‘임상심리전문가’이고 다른 하나는 보건복지부 국가 자격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이다. 그 외에 다른 임상심리사 관련 자격은 실제 일자리를 구할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담심리사와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전공이 다르다. 임상심리사는 대학원에서 임상심리를 전공하고 상담심리사는 상담심리를 전공한다. 물론 같은 심리학과이기 때문에 자주 같은 과목을 함께 듣기는 한다. 


졸업 후 임상심리사는 병원에서 환자군을 만나는 수련을 받지만 상담심리사는 보통 환자라고 분류하지 않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련을 받는다. 그러니 결국 수련이 끝난 후에도 임상심리사는 환자를 만나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상담심리사는 일반인을 만나는 일을 더 많이 한다. 임상심리사는 주로 병원에 있고, 상담심리사는 학교나 상담센터, 사기업 등 보다 다양한 곳에서 일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하지만 서로 경계가 모호해서 비슷한 일을 하기도 한다.   


정신과 의사와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정신과 의사는 의대를 나와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4년의 레지던트 과정을 밟는다. 이 때 외래에서 환자를 만나서 진료하고 필요에 따라 약물을 처방하는 일을 하는데, 환자들 중 심리평가와 심리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임상심리사에게 의뢰한다. 


임상심리사는 약물 처방 권한이 없고, 그러다보니 약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도 심리평가와 심리치료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고 본다. 수련 과정이 그렇게 짜여있다. 의사들도 수련 과정에서 심리치료를 하지만 심리평가는 임상심리사가 도맡아 한다. 


종종 어떤 의사들은 약물처방, 심리치료, 심리평가 모두 의사의 권한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사실 한국에서 심리치료와 심리평가를 하는 의사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물론 종종 심리치료를 직접 하는 의사도 있지만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시스템은 의사가 환자를 만나서 필요한 처방을 하는데, 그것이 약물치료일수도 있고 심리평가일수도 있고 심리치료일수도 있다. 약물 처방은 의사가 직접 하지만 심리평가와 심리치료는 임상심리사가 한다. 


어떤 환자는 정신과 병원에 갔는데 “상담을 10분도 안 해주더라”고 불평한다. 그건 진료이지 상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담을 원한다면 전문의에게 심리상담을 받고 싶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면 병원에 소속되어 있는 임상심리사나 상담심리사에게 의뢰해 줄 것이다. 아니면 한국임상심리학회 소속의 임상심리사나 상담심리사가 개소한 심리상담센터를 직접 찾아가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약물은 처방 받을 수 없다. 


미술치료사, 놀이치료사, 언어치료사와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마찬가지로 전공도 다르고 수련 과정도 다르다. 특히 언어치료사는 ‘언어’라는 세부 전공이 정해져 있는 전문가들로 임상심리사와 역할이 전혀 다르다. 곁에서 본 바에 의하면 언어 발달 지연 환아들의 언어발달을 촉진, 교정하는 역할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미술치료사와 놀이치료사는 심리치료를 한다는 점에서 임상심리사와 업무가 겹치지만 미술치료사는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대학원에서 심리치료 자격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고, 놀이치료사는 아동학, 가족학,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사람이 대학원에서 심리치료 자격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루트로 자격을 취득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임상심리사들도 미술치료, 놀이치료를 접목하여 활용하기는 하지만 스스로를 ‘미술치료사, 놀이치료사’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미술치료사, 놀이치료사는 미술과 놀이를 핵심 치료 기법으로 사용하는 데 자신의 정체성을 둔다. 


마음이 불편해서 도움을 받고 싶다면 자신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잘 생각해 보고 가는 것이 좋다. 어떤 기관에 가야할지 결정하기 전에 그 기관에 있는 전문가가 어떤 수련 과정을 거쳤는지 생각해보면 보다 쉽게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도저히 모르겠으면 되도록 병원으로 가는 것을 권한다. 요즘은 너무도 다양한 심리상담 기관이 있어서 환자들에게 혼란을 주는데, 병원에서는 보다 안전하게 필요한 서비스를 안내받을 수 있다. 


결국은 정신과 전문의, 임상심리사, 상담심리사, 심리치료사 모두 개인의 심리적 회복을 위해 모두 함께 힘을 합치는 사람들이다. 다만 그들이 검증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는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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