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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핍의 임상심리사 Feb 19. 2024

유아기에 검토해 보아야 하는 증상들

  유아기에는 앞서 언급했던 걸음마기에서 보일 수 있는 증상들도 자주 보이기 때문에 연장선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일방적인 언어 표현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은 유아기에도 여전히 언어 능력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언어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고 더디지만 조금씩 언어를 터득해 가는 아이들도 있는데, 일부는 언어 능력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애초에 언어 지연이 없고 또래보다 언어 발달이 빠르고 영특하다는 인상을 주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독특한 언어적 특징이 관찰되는 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인데, 아이는 청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고 있는지, 혹은 지루해하고 있는지 개의치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인다. 즉,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데 몰두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상대방은 대화가 지루하게 느껴지거나 무언가 부적절하고 어색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아이가 우주, 곤충, 역사와 같이 보통의 또래 아이들은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상당히 박식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실제로 지능이 높은 아이들도 많다). 하지만 대화하는 내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몰두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의 말을 끊거나, 지나치게 수다스럽고 빠르게 말하거나, 새로운 주제로 넘어가지 못하고 반복해서 돌아오는 등 자기중심적인 태도가 두드러져 상대를 불쾌하고 언짢게 만드는 경우가 흔하다. 



사회적 잡담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의 일방적인 언어 사용에서 볼 수 있듯이,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언어 표현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언어는 단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 되는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 사회적으로 '잡담'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자주 뚜렷한 목적 없이 이야기하는데, 그 이유는 그저 함께 있는 시간을 보다 즐겁게 보내기 위함이다. 이처럼 목적은 없지만 사회적인 특성을 지닌 언어를 '잡담'이라고 한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그치?", "요즘 정말 기운이 없어.", "주말에 뭐 했어?" 와 같은 말을 하며 서로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기도 하고, 이를 통해 더 가까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은 이러한 잡담에 관심이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해서, "오늘 유치원에서 뭐했어?"하고 물으면 "몰라."라는 짧은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또는 "점심에 뭐 먹었어?"하고 물어도 "밥"하고 무성의하게 답할 수도 있다. 자신의 경험담을 스스로 먼저 꺼내지도 않는 편이어서, 보호자가 일일이 물어서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때문에 주고 받는 대화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가 아니고서는 대화에 잘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상황에 맞지 않는 감정 표현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은 사회적인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때문에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해서 주변 사람을 의아하게 하거나 불쾌하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호자에게 혼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동생이 넘어져서 다쳤는데 그 모습이 웃기다며 재미있어 하기도 한다. 


또 유치원에서 수업이 진행되는 중에도 뜬금 없는 질문을 하며 방해가 되는 줄도 모르고, 혼자 놀이하는 중에도 허공을 보고 큭큭 웃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어떤 지점이 재미있는지 모를 말을 반복하면서 혼자 재미있다고 말하거나, 조용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도 우스갯소리를 하며 주위의 관심을 끌려고 하기도 한다. 


병원에서 진료나 심리검사를 받는 중에도 지나치게 흥분하고 버릇없이 행동해서 검사 장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흔하다. 이때 보호자가 왜 그랬는지 물으면 "그냥 재미있어서", "재미있는 생각이 나서"라고 말해 어느 정도 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 맞지 않는 감정 표현이 빈번하여 주변 사람과 갈등으로 번지게 될 수 있다. 



긍정적인 정서적 교류의 부족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거나 즐거운 놀이를 하고 있을 때, 아이들을 주변에 있는 보호자를 찾아 정서적 교류를 시도한다. 보고 있던 대상을 들어서 보여주거나, 눈을 마주치고 미소를 보내며,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열심히 하고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보호자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친구나 교사, 혹은 지인에게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거나 즐거운 표정을 보이며 자연스럽게 감정을 주고 받는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은 이러한 정서적 교류가 적은 편이다. 즐거운 활동을 하는 중에도 혼자 몰두하며 재미있어 하고, 재미있는 것을 발견해도 주변 사람에게 보여주기 보다 대상에만 시선을 두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제스처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유아기에 이르면 언어표현과 함께 다양한 제스처를 즐겨 사용한다. 고개를 끄덕이고 젓기, 어깨를 으쓱하기 등의 관습적인 제스처를 익히고, 이리 오라고 손짓하기, 안아달라고 두 팔을 뻗기, 자신에게 달라고 두 손을 포개어 내밀기 등의 도구적인 제스처를 사용한다. 아울러, 두 팔을 양쪽으로 뻗어 새처럼 나는 흉내를 내거나 컵을 잡은 듯한 손 모양으로 무언가 마시는 흉내를 내는 상징적인 제스처도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은 이러한 제스처를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고, 다른 사람의 제스처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때때로 보호자들은 아이가 제스처를 잘 사용한다고 보고하지만, 제스처를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것인지 물으면 주로 자신이 시켰을 때 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제스처는 의사소통을 보완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자발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관찰되어야 한다. 단지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제스처를 흉내 내는 것과는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반복적으로 가르쳐서 학습한 제스처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제스처가 자연스럽게 관찰되어야 한다. 



또래에게 일방적으로 접근한다. 


  또래에게 무관심해서 완전히 동떨어져 놀이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점차 또래와 만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어울리려는 시도를 보이거나 같이 놀이를 시작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 때 또래의 입장을 잘 고려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접근해서 힘들게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친구를 좋아하는 마음에 거칠게 끌어안는 등의 과도한 스킨쉽을 보일 수도 있고, 또는 관심 있는 물건을 가져오기 위해 친구가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을 허락 없이 가져오려고 하는 미숙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친구들이 다른 활동을 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쫓아다니며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거나, 같은 놀이를 하다가도 갑자기 다른 놀이를 제안하며 혼자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같은 자기중심적인 행동들로 인해 결과적으로 친구들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주변을 맴 돌게 되는 일이 많아진다. 



상상놀이를 즐겨 하지 않는다. 


  인형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가짜로 음식을 먹는 척하는 상징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사회적 능력이다. 또 의사인 것처럼, 선생님인 것처럼 가장하는 역할 놀이를 할 수 있는지, 이러한 놀이를 혼자가 아닌 보호자, 혹은 또래와 함께 할 수 있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이들 중 일부는 상징 놀이를 할 수 있지만, 간단한 상징화에 그치거나 매번 같은 주제의 놀이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놀이의 내용이 일반적이지 않고 괴이하여 혼란스러운 형태를 보이기도 하고, 놀이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고 뚝뚝 끊기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상징놀이를 하더라도 혼자만 하려고 하거나, 어른과는 할 수 있지만 또래와는 하지 못하는 등 사회적인 면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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