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록 페스티벌 ‘Number Shot 2018’ 관람기(1)
이번주는 휴가를 맞아 후쿠오카를 다녀왔습니다. 일본의 나츠페스를 보는 것이 언젠가부터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느낌인데, 올해의 목적지는 바로 큐슈 지역의 대표 로컬 록 페스인 < NUMBER SHOT >이었거든요.
제가 지난 몇년간 다녀온 록 페스라고 하면,
2013 Rock in Japan
2014 Sweet Love Shower
2015 Summer Sonic
2016 Summer Sonic
2017 Rock in Japan
이렇게 네군데인데, 안가본 곳을 가보자 그리고 도쿄를 포함한 관동지역을 벗어나보자!라는 취지하에 이번엔 후쿠오카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캐퍼에 여유가 좀 있는 편인지 별도의 응모 없이 바로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었고, 양일권은 매진이나 일일권은 행사 당일에도 구입이 가능했습니다. 아무래도 특정 아티스트만을 보러오기 보다는 축제 자체를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이 훨씬 많아서 그런게 아닌가 싶네요.
공연장도 시내에서 버스로 약 30분 정도. 목적지까지는 7월 초 챠토몬치를 보러 갔을때 로손에서 구매했던 왕복 셔틀버스 이용권을 사용. 워낙에 JR이나 기타 교통수단으로도 쉽게 오갈 수 있는 곳이라 버스대기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셔틀버스를 이용할 경우 공연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제약이 있어, 끝까지 보지 않는 관객들은 대중교통 쪽이 더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관객은 주로 10~20대가 7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굉장히 활기찬 분위기가 흘러넘쳤습니다. 록 인 재팬은 가족단위의 관객이 많아 바캉스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면, 이곳은 그야말로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설렌 마음을 안고 오는 소풍 같은 기분이 더 강했습니다. 도쿄를 비롯한 다른 먼 지역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가기 어려운 청소년들이 아주 미친 듯이 즐겨주겠노라 하며 이를 악물고 오는 곳, 큐슈에 사는 록에 애정을 가진 10~20대 들에게는 이것만큼 좋은 기회가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넘버 샷에 와서 느낀 가장 큰 장점은, 동선이 짧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을 잠깐 보시죠.
록 인 재팬이나 섬머소닉 같은 경우는 공연을 하는 장소도 많고 거리도 꽤 떨어져 있어 오고 가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출연자가 많이 나오면 뭐합니까. 이동시간을 고려해 짜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팀들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 곳은 메인에 두개의 무대가 나란히 붙어 있어 뒤에 적당히 있으면 두 스테이지에 서는 모든 팀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푸드코트도 가까워 쉬는 시간에 잠깐 밥을 먹거나 개인정비를 한뒤 무대에 돌아오는 시간도 그리 크게 걸리지 않았고요. 이런 장점을 체험해보니 굳이 페스티벌의 규모에 연연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선이 짧으니 물품 보관소에서 짐을 맡기고 찾는 것도, 굿즈를 사러가는 것도 한결 수월했습니다. 메인과 서브 스테이지의 거리는 도보로 약 5분 정도. 특이한 점은 아티스트 굿즈가 서브 스테이지에 마련되어 있었는데, 메인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으로 생각됩니다. 오피셜 굿즈보다 일부 아티스트의 굿즈의 길이 훨씬 길었다는 것은 안 비밀...
생각하시기에 엄청 덥지 않았을까 싶으실 텐데... 엄청 더웠습니다. 특히 메인은 앞으로 가면 갈수록 아래로 경사가 져 있어 모든 열이 몰리는 구조라 1~2시에 서클 만들고 놀다보면 그 열기가 아주 말도 못했습니다. 덕분에 쓰러지는 사람도 속출. 토요일은 전국에서 후쿠오카가 가장 더웠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두번째 날이었는데, 아침에 말못할 열기를 발산하던 날씨가 조금씩 흐려지더니 이내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더라고요. 꽤 빡세게 내리는 비를 보면서도 소나기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오랄 시가렛의 공연이 끝나자마자 진행자가 나와서 "천둥번개 구름이 형성되고 있으니 모든 관객 분들은 지금 계신 자리에 앉아 대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멘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시 반쯤 중단되었던 공연이 좀처럼 재개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그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천둥번개가 치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비를 쫄딱 맞고 설치되어 있는 천막안에 앉아있기를 한시간 반, 5시에 유니즌 스퀘어 가든의 무대를 기점으로 재개. 이후 밴드에게 배정되어 있는 시간을 30분에서 20분 정도로 축소하고 각 대기시간도 25분에서 10~15분여로 줄임으로서 정확히 예정된 시간에 종료하는 운영상의 유연함도 돋보였습니다. 이를 이해해주고 기다려준 관객과 아티스트들도 참 대단했고요.
항상 4대 록 페스티벌, 규모가 큰 곳만을 찾던 와중에 방문한 넘버샷은, 비교적 소규모이기에(그래도 보기에 일 3~4만명 수준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질 수 있는 장점이 굉장히 잘 구현되어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모자람 없이 준비되어 있던 화장실과 휴식공간, 가는 길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짜 놓은 동선, 그리고 어느 곳보다 열정적인 관객들까지. 한국과 후쿠오카, 그리고 후쿠오카 공항과 시내, 공연장간의 이동거리 및 티켓과 숙박비를 생각한다면 어느 곳보다도 저렴하고 실속있게 다녀올 수 있다는 것ㅇ 바로 넘버 샷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관람한 아티스트들에 대한 관람기를 업로드할 예정이오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