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Live Report

아티스트에게 있어 페스티벌이란?

여름 록 페스티벌 'Number Shot 2018' 관람기(2)

by 황선업

이 글을 이제서야 쓰게 될 줄이야... 벌써 페스티벌 갔다온지도 두달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올리는 공연 관람기 두번째 파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이틀간 보았던 아티스트 중 Top 5를 뽑아서 작성해볼까 합니다. 실제로 본 팀은 열 팀이 훌쩍 넘지만, 다 쓰기에는 그닥 인상적이지 않았던 이들도 있고 이미 한 네번째 다섯번째 보게 된 팀들도 있어서 말이죠.


더불어 안타깝게 넘버 샷은 오피셜 사진이나 영상들이 공개되지 않는 관계로 그냥 글만 주구장창 이어지는 그런 게시물이 될 것 같네요.. 중간중간 직접 찍었던 현장 사진이나 아티스트 관련 동영상 등으로 최대한 메워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식 트위터에서 한컷!




키시단(氣志團) 7/21 14:20~15;00

- Setlist -
スパトニック・シティ・ブビ ブビ~黎明篇~
Baby baby baby
スウィンギンニッポン
One Night Carnival
One Night Carnival 2018
One Night Carnival 2019
我ら思う、故に我ら在り

키시단하면 어떻게 보면 'One night carnival'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팀인데, 사실 저도 그 노래 이외에는 그닥 기대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트리스트를 보면 정체 불명의 '2018', '2019' 버전이 있죠? 히트곡이 많지 않음에도 매년 각종 페스티벌에 섭외되는 이유를 이 날의 퍼포먼스를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2010년 펜타포트에서 '어젯밤 이야기'를 불렀을 때 알아봤어야...


등장부터 껄렁껄렁 존재감을 뿜어내더니 'Baby baby baby'부터 간단한 안무를 통해 흥을 돋우어 나갔고, 이윽고 이르게도 'One night Carnival'. 이 나름 거대한 앤섬을 직접 듣는다는 사실에 저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더니 노래를 잠시 멈추고 "우리 이 곡으로 16년 동안 해먹고 있는데, 이렇게 한 곡만 가지고 매년 무대에 선다는 게 너무 부끄럽고, 무엇보다 앞으로 계속 페스티벌에 나오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호시노 겐이라던가 요네즈 뭐시기 이런 애들이 치고 올라오잖아. 그래 안되겠다. 우리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생각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신곡을 발표하겠습니다! 'One night Carnival 2018!'" 라고 개그스럽게 멘트를 하더니, 정작 들려준 곡은 호시노 겐의 '恋' 스타일로 완벽하게 변용한 'One night Carnival'!

그냥 이 반주에 'One Night Carnival'의 멜로디와 가사를 갖다 붙였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너무나 뻔뻔하게 노래를 부르는 밴드의 모습에 장내는 그야말로 뒤집어졌습니다. 이에 멈추지 않고 "한 곡 더 준비했습니다! 'One Night Carnival 2019!'"라고 하며 들려준 건 오늘 출연 예정인 맥시멈 더 호르몬의 '恋のメガラバ'을 완벽하게 차용한 또 하나의 'One night carnival'이었습니다. 그냥 단순히 적당히 신곡 옛날곡 섞어부르다 'One night carnival'로 마무리하겠지 라고 생각했던 저의 편견을 뒤엎는 반전의 퍼포먼스였죠.


재미로만, 엔터테인먼트성으로만 따진다면 2014년에 보았던 큐소네코카미의 무대 이후 최고였다고해도 과언은 아니었습니다. 히트곡이 부족하다고 해서 페스티벌 무대가 재미없는 건 아니구나, 정말 기획하기 나름이구나 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준 공연이었다고 할까요. 그 3~40분의 미학을 어떻게 살려내느냐에 대한 고민, 페스티벌이 많은 일본의 밴드들은 이 측면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라는 감상을 남긴 아주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원곡입니다. 특징이 많아서 그런지 커버 & 패러디가 굉장히 많은데요.


쓸데없이 감미로운 구스 하우스 ver.


어? 민현이 형이 거기서 왜 나와?



마호쇼죠니나리타이(魔法少女になり隊)

7/21 16:00~16:25

- Setlist -
完全無敵なぶっとバスターX
おジャ魔女カーニバル
シェキナゴン
願い星
冒険の書1

매년 일본의 페스를 가다보니 어느 순간 부터는 대형밴드 중심에서 벗어나 이제 막 뜨는 유망주들도 한번 훑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팀은 예전부터 계속 보고 싶었던 팀인데 마침 시간이 얼추 맞더라고요. RPG를 연상케 하는 콘셉트, 8비트 비주얼 아트, 라우드 록 사운드의 조합, 상상이 가실지 모르겠습니다.

평소에는 마법에 걸려 말을 할 수 없지만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은 가능한 프론트우먼 카지바지루를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훨씬 커.. 커엽... 그녀를 필두로 모든 멤버의 개성이 너무나 뚜렷해서 이 정도로 강렬한 캐릭터성을 발하는 밴드가 또 있었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음악은 피어 앤 로딩 인 라스베가스의 여성보컬 버전이라고 하면 연상하기가 쉬우실텐데, 즉 정신을 놓고 뛰어놀기에 적격이라는 뜻이죠.


무대 밖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필담으로 인터뷰합니다. 음.. 말은 못하지만 노래는 한다....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또한 관객의 리액션이 압권! 이들의 무대는 메인보다는 규모가 작은 서브 스테이지였는데, 정말 열혈 마니아들이 한데 모여 정말 미친듯이 합심해 노는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록 인 재팬 2013 버즈 스테이지에서 공연했던 유명해지기 직전의 베비메탈이 떠오르기도 했죠. 여러모로 뇌리에 남았던 순간이 많았던 25분이었습니다. 근데 최근 싱글인 'Start'는 왜 안 해 준거?


이 땐 나만 아는 베비메탈이었는데... 당시만 해도 에어밴드 동반이었습니다. AR로 공연했단 얘기죠.

유튜브 영상은 국가제한이 걸린 관계로 ㅠ 마법소녀의 매력을 알게 해준 그 영상을 가져 왔습니다.



오랄 시가렛(Oral Cigarettes) 7/22 14:40~15:10

- Setlist -
狂乱 Hey Kids!!
カンタンナコト
5150
容姿端麗な嘘
Catch me
Black Memory

뭐 아주 걍 개쩌는 무대였습니다. 저는 진짜 털끝만큼도 기대 안했거든요. 'starget' 같은 노래는 즐겨 들었는데, 아무래도 음반만으로는 그냥 차고 넘치는 밴드 중에 하나라는 느낌이 강했어서요. 그런데 이건 뭐... 우선 보컬인 야마나카 타쿠야의 관객장악력이 대단하고, 압도적인 연주력이 풀어놓는 업템포 일색의 킬링 트랙이 정신을 못차리게 하더라고요.


사실 개인적으로 노래가 완전히 숙지가 안된 밴드의 무대에 각잡고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은 편입니다. 어딘가 취향이 아니니 열심히 듣지 않았을 테니까요. 근데 정말 이 무대를 보고 반성 또 반성 했습니다. 평소 스마트폰을 만지작 대느라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시간이 적었던 저를, 또 오랄 시가렛을 평범한 밴드라 퍼뜨리며 사람들을 호도했던 저를 말입니다.


한국에 돌아와 다시금 차분히 들어 본 < Kisses and Kills > 앨범은 그 라이브 경험 하나로 완전히 다른 앨범이 되어 버렸지요. 아마 지금까지로 한정한다면 올해 가장 많이 들은 작품일지도요. 밴드에게 있어 라이브란, 참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야바이티샤츠야상(ヤバイTシャツ屋さん) 7/22 11:00~11:30

- Setlist -
無線LANばり便利
あつまれ!ぱーティーピーポー
Universal Serial Bus
Tank-Top of the world
メロコアバンドのアルバムの3曲目ぐらいによく収録されている感じの曲
鬼PO激キャッチー最強ハイパーウルトラミュージック
ヤバみ
ハッピーウェディング前ソング

소문의 "위험한 티셔츠 가게"에 드디어 입장하는군요. 이건 오랄 시가렛과는 반대로 엄청 기대했던 무대인데, 기대치 120% 충족의 퍼포먼스였습니다. 이미 첫곡에서 "예~ 카에리타이 Wi-Fi 아루시~ " 하는 순간 고삐가 풀려버렸죠. 진짜 듣고 싶은 노래였는데, 첫곡이 나오는 순간 무대 앞으로 마구 달려가 뽀얀 흙먼지를 맞으려 하니 바로 이어지는 "샤!샤! 샤!샤!샤!"로 게임오버. ㅋㅋ 그 더운 날씨 속에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춤추고 따라 부르고 몸을 부딪히며 놀았습니다.

Wi-Fi를 찾아 전전하는 이들을 위한 찬가

두달이 지난 지금 당시 셋리를 봐도 정말 아름답기 짝이 없네요. 'DANCE ON TANSU'까지만 딱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아마 실려나갔을지도... (실제로 끝나고 몇분 실려나가는 것을 목했습니다.) 특유의 유머로 버무려진 그야말로 페스티벌과 딱 맞아떨어지는 곡들의 향연은 왜 그들이 지금 세대의 워너비인가를 알려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정말 순간 나 쓰러지는 거 아니야 싶었던, 그 정도로 뒷일 생각하지 않고 놀 자리를 깔아준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유니즌 스퀘어 가든(UNISON SQUARE GADEN) 7/22 17:05~17:35

Setlist
静謐甘美秋暮抒情
君の瞳に恋してない
フライデイノベルス
10% roll, 10% romance
シュガーソングとビターステップ

오랄 시가렛이 끝난 이후, 약간의 비와 함께 엄청난 뇌우가 공연장을 강타했습니다. 운영측에서 긴급히 관객들에게 피난 가이드를 전달함과 동시에 공연은 중단. 원래 15:35에 시작되어야 할 이들의 공연은 17시가 되어서야 겨우 시작될 수 있었죠.


그 분위기를 다시금 살려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무대에 선 유니즌 스퀘어 가든의 공연은 정말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섬세하면서도 한치의 오차가 없는 퍼포먼스의 실루엣과 맑게 개인 하늘이 마치 파란 캔버스 아래 유려한 그림처럼 수놓아진 느낌이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넋을 놓고 바라봤습니다. 경쾌한 팝록 그 어딘가에 어려있는 애수와 쓸쓸함. 상반된 감정이 교차하는 와중에 연약한 듯 관객들의 마음을 깊게 파고드는 사이토 코스케의 음색이 울려 퍼지는 순간, 한시간 반의 공백은 어느덧 잊혀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곡이자 시그니쳐 송 'シュガーソングとビターステップ'에서는 드러머 스즈키 타카오가 천을 뒤집어 쓴 채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신기에 가까운 드러밍을 선사하는 등 여러모로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해 준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역시 대표곡이라면 슈가송과 비터스텝!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기억이 나네요. 키토크의 'Monster dance'는 열광적이었고, 맥시멈 더 호르몬은 뭐 언제나 그렇듯 개그와 라우드록,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매력이 철철 넘쳐 흘렀습니다. 맨 위드 어 미션은 이젠 완전한 헤드라이너로서, 일본의 대표 록 밴드로서의 위용을 완비하고 있었고, 차이는 올해 초와는 또 다르게 부쩍 성장해 소름이 돋을 정도의 무대를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노장의 투혼을 보여준 엘레펀트 카시마시와 10-FEET, 그리고 야마다 코스케, 호소미 타케시, 타쿠마와의 콜라보와 더불어 최고의 밤을 만들어준 헤드라이너 도쿄 스카 파라다이스 오케스트라까지. 꽤나 밀도 있는 페스티벌을 즐기고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불어 느낀 것은, 이 짧다면 짧은 시간을 곡 나열식의 평범한 시간으로 만들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팬을 만들고 기존의 팬들에게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해줄 기회로 만들것인지는 바로 밴드 본인들에게 달려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이틀동안 보았던 밴드들의 무대엔 단순한 곡 나열이라던가 의미없는 MC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 대신 각 밴드의 캐릭터에 맞는 여러 장치가 동반된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서의 30분이 그 곳에 있었죠. 단순히 곡이 이어지는 구성이었다면 제가 이 정도로 키시단의 공연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까요. 벌써 네번째 관람이 되는 맥시멈 더 호르몬의 연주를 이토록 새롭게 즐길 수 있었을까요. 아마 그렇진 않았을 것 같아요.


페스티벌이 지루해지는 것은 라인업이 그 밥에 그 나물이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 라인업 안에 있는 아티스트들의 고민이 부족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행사와 단독과는 또 다른, 독자적인 형태의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바로 페스티벌 무대잖아요. 동시에 '음악에 관심이 있는 불특정다수'가 모이는, 이렇게 신규 팬을 창출하기에 적격인 곳도 없죠. 페스티벌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좀 더 새로운 모습으로 처음 보는 관중들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후쿠오카의 넘버 샷은 정말 그 고민의 대답에 가까운 행사였습니다. 머지 않은 시기에, 아마 또 방문할 것 같습니다. 그때는 또 어떤 추억들이 만들어질지, 언젠가 새로운 넘버 샷에서의 후기를 들고 돌아오겠습니다!


이젠 정말 끝! (사진출처 :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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