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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Nov 13. 2018

제이팝 신보 소개(11월 셋째주)

우타다 히카루, 옐로우 몽키, 챠이, 요시자와 카요코, 레이 등

(Single) 우타다 히카루(宇多田 ヒカル)

'Too proud(feat. XZT, Suboi, EK'(L1 remix)

최근작 < 初恋 >의 수록곡이었던 노래를 기반으로, 아시아 3개국의 래퍼를 초청해 리믹스한 이색적인 결과물이다. 8년만의 전국투어를 기념해 선보이는 곡이기도 한데, 각 뮤지션의 모국어를 그대로 실어내서 그런지 약간의 신기함과 더불어 콜라보레이션의 의의를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 대표로는 최근 < 쇼미더머니 777 >로 이름을 알린 이케이(EK)가 참여해 러닝타임을 멋지게 메워주고 있다. 공백 이후 보다 사람과의 관계, 타인과의 협업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는 우타다 히카루의 의지가 반영된 힙한 결과물.


(Single) 옐로우 몽키(The Yellow Monkey) '天道虫'

정말 회춘한 듯한 형님들, 1980년대 후반 ~ 1990년대 초반에 걸쳐 독자적인 음악과 스타일링으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이 레전드 밴드의 재시동이 본격화되는 느낌이다. 15년만에 재결성한 그들도 드디어 모든 작품에 대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 이를 기념하는 듯한 극히 그들스러운 로큰롤 넘버다. 폭발력을 겸비함과 동시에 특유의 서정성이 뒤를 받쳐주는 곡조는 왜 일본인들이 그토록 재결성을 바래왔는가에 대한 해답을 확연히 제시해주고 있다.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하는 기타 리프를 기반으로, 역동적인 드러밍과 캐치한 멜로디까지. 전성기때와 비교해도 그 기세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앞으로의 활동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2016년 섬머소닉에서 그들을 봤을 때 받았던 그 느낌,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든 팀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은 충분히 지금의 세대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테다. 정말이지 재결성하고 10년동안 재탕만하는 어느 모 밴드와는 결이 다르다니까.


(Single) 사루(Salu)X후루타치 이치로(古舘 伊知郎)  'Make my brand'

최근 일본 힙합 신에서 대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사루와 1980년대부터 활동해 온 프리 아나운서이자 탤런트 후루타치 이치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 두 실루엣이 같은 비트를 두고 랩 대결을 벌이는 그 양상이 자뭇 이색적이다. 윗 세대를 도발하는 젊은이의 래핑과 자신들의 입장을 차분히 읊어내는 기성세대의 맞대응. 그 첨예하면서도 흐뭇한 광경이 또 하나의 의미있는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아직 이 싱글이 제작된 계기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시도 자체만으로도 유의미한 색다른 기획이다. 특히 비트에 위화감 없이 어우러지는 후루타치 이치로의 퍼포먼스가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엿보게 한다. 예의 있게 저항의 메시지를 건네는 지금의 세대와 미안함을 동반한 위로를 건넴과 동시에 하고 싶은 말을 조리 있게 전달하는 기성세대의 화합. 음악은 확실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분명히.


(Single) 챠이(CHAI) 'Great job'

개인적으로 정말 애정해 마지 않는, 정말 쑥쑥 성장해나가는 것이 체감되는 자유음악집단 차이의 새 싱글. 이번에는 로킹한 측면을 강조함과 동시에 뉴웨이브 신을 반영한 현란한 신시사이저의 활용으로 보다 빡센 사운드메이킹을 보여준다. 원체 기본 음악적 베이스나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가 훌륭한 팀이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루비한 리듬과 광폭한 디스토션, 미러볼 조명 같은 화려한 신스루프의 조합을 이렇게 근사하게 해내는 것을 보면 정말 이들의 잠재력과 한계는 어디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보통 커리어 초기에 충격적인 작품을 내놓으면 이 후에는 어느 정도 정체되기 마련인데, 이들은 정말 충격 후에 그 이상의 충격, 그리고 그 이후에는 그 충격 이상의 충격을 선보이는 형국이다. 정말 끝간데 모르고 전진하는 세대의 신 조류를 자처하는 이들의 센세이셔널한 작품.


(Single) 오자키 히로야(尾崎 裕哉)

'この空をすべて君に'

안타깝게도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둔 '일본의 청춘' 그 자체인 오자키 유타카.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의 아들도 가수로서 조금씩 자신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는 중이다. 이번에 소개할 노래는 그의 통산 4번째 싱글로, 강직하면서도 서정적인 목소리 속에 아버지의 잔상이 느껴지는, 오자키 유타카의 피를 애써 숨기지 않음과 동시에 자신의 음악적 지향점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발라드 넘버다. 그 그늘을 벗어나긴 어렵겠지만, 가창의 측면에서 보여주는 그 표현력만큼은 동세대 어떤 가수들과 견줘보더라도 발군의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세간의 관심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에고를 키워나간다면, 향후 몇년 후엔 보다 훌륭한 가수가 되어 있지 않을까. 이 싱글은 그 가능성을 엿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Single) 윙킹 오울(The Winking Owl) 'Try'

비교적 최근에 눈에 띄인 팀인데 결성이 2010년이라니, 일본의 밴드는 기본 5년 이상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수련과 수양을 거치는 것 같다. 카리스마계 여보컬 루이사를 주축으로, 영미음악에 영향을 받은 이모코어 스타일에 드라마틱한 구성 및 멜로디로 조금씩 부상하고 있는 밴드의 새 싱글. 전반적으로 탄탄한 구성과 연주를 선보이고 있으며, '탈일본' 지향의 스타일이 지금의 세대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을리라 확신이 가는 노래다. 올 여름 전주에서 열린 록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도 했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보다 활발한 해외진출을 추진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확신이 들기도 한다. 일본의 록 시장이 포화상태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확연히 자신들의 존재감이 드러나는 팀이기에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주목해봐도 좋을 것 같은 팀이다. 다음에 한국을 찾으면 저 역시 꼭 현장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EP) 료쿠오쇼쿠샤카이(緑黄色社会)

< 溢れた水の行方 >

올해의 유망주. 잘 되지 않으면 안될 팀. 한국한정 '녹황색사회'의 새 EP. 이 팀의 장점이라면 키보드 파트의 적극적인 활용과 보컬이 보여주는 수준급의 가창력인데, 그 지점에서 발현되는 보편성을 무기로 연달아 좋은 작품을 발표하는 중이다. 선공개된 '나는 나를 위해서 노래한다'라는 메시지의 'リトルシンガー'를 주축으로, 그들의 젊음과 솔직함이 묻어나는 청량한 넘버들이 러닝타임을 가득 메우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진부할수도 있는 메시지와 멜로디임에도, 조금만 방향을 바꿈으로서 이 정도의 신선함을 자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놀랍게 다가오는 팀이자 작품이기도 하다. 제이 록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녹황색사회를 걸러서는 안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이 이상의 무언가를 조만간 보여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Album) 마테리얼클럽(マテリアルクラブ)

< マテリアルクラブ >

베이스 볼 베어의 코이데 유스케, 그리고 몇달 전 나를 울린, 이제는 '전' 챠토몬치라고 소개해야 하는 후쿠오카 아키코.  이 두 명의 태그를 기반으로 태어난 프로젝트 앨범이다. 악기를 잠시 내려놓고 컴퓨터를 중심으로 작업한 만큼 대부분 전자음악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평소와는 다른 무거운 분위기의 곡들이나 가사와 멜로디를 파편화시켜 보다 원초적인 감각에 기인한 곡들도 다수 수록. 배우인 키시이 유키노의 나레이션을 중심으로 키치한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는 'Kawaii', 이전의 'The Cut'과 같은 노선을 보다 심화시켜 접근한 'Material World' 등 마냥 대중적이지는 않은,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했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실험작이다. 보다 편하게, 압박없이 이런저런 시도를 통해 선보이는 어느 베테랑 프론트맨의 색다른 이면.


(Album) 요시자와 카요코(吉澤 嘉代子)

< 女優姉妹 >

'와 좋다!'라고 확실히 느낀 순간은 '洋梨' 초반의 8마디에서였다. 노래를 하는 건지, 연기를 하는 건지. 일러스트레이터 다나카 미사키와의 듀엣으로 빚어진 총천연색 풍경으로 나를 홀리더니 이어지는 캐치한 선율과 아기자기한 반주가 이내 무아지경으로 몰고 가는 그 실루엣. 싱글로 발매된 바 있는 'ミューズ'는 또 어떤가. 스케일 큰 현악으로 잠시 비현실의 세계로 끌고 가더니 결국엔 현실과 싸우는 나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말로 마음 속을 쿡 찌른다. 아티스트의 세계관 자체가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요시자와 카요코의 4번째 정규작으로, 어느 누구와도 비교불가한 음악 스타일과 가사로 자신의 아군을 명확히 규정하는 그 힘이 재미있게 다가오는 결과물이다. 아래 소개할 < REI >와 더불어 올해 들은 어떤 작품보다 뮤지션의 존재감이 크게 느껴지며, 다 듣고 나면 오히려 호기심이 생겨 다시 한번 들어보고 싶게 만드는 문제작.


(Album) 레이(Rei) < REI >

이 조그마한 싱어송라이터 겸 기타리스트의 연주와 노래들은, 그간 도대체 어디 숨어 있었나 싶을 정도의 경이로움을 내뿜고 있다. 3장의 미니앨범과 2장의 EP에 이은 첫 번째 풀렝스 앨범은 그 고삐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있는 작품이다. 블루스와 디스코, 서프 록과 펑크, 힙합을 한데 뒤섞어 자신의 것으로 체득한 후 다양한 톤과 주법의 기타 사운드로 구현해 내는 그 재능이 정말 범상치 않게 느껴진다. 지난 EP < FLY >도 그랬지만, 한 곳에 적을 두지 않은 자유로움이 산만함을 유발하기는 커녕 그라는 아티스트를 규정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스 팝의 기조를 따온 'BZ BZ'에 이은 리드미컬한 로큰롤 트랙 'LAZY LOSER', 곧바로 이어지는 그루비한 펑키 리프에 이은 래핑이 인상적인 'My name is Rei'가 모두 한 아티스트의 내면으로 수렴한다는 사실은 몇번을 들어도 놀랍다. 후반부의 잼이 장내를 달구는 하드 록 'PLANETS', 데뷔 초의 테일러 스위프트가 떠오르는 컨트리 지향의 'Silver Shoes'까지. 신예와 함께 시간을 넘나들며 체험하는 음악 여행은 한시도 지루할 새가 없이 이어진다. 드래곤 애쉬의 켄켄, 소일앤핌프세션(SOIL&"PIMP SESSIONS)의 미도린, 게스노키와미오토메의 챤마리, 챠이 등 호화 게스트진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 충격적인 신인의 잇다른 등장에 정말 귀가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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