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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Oct 29. 2018

제이팝 신보 소개(10월 마지막주)

하타 모토히로, 아베 마오, 크리스마스 에일린, 요시오카 키요에

(Single) 하타 모토히로(秦 基博) '花'

올해 5월 자주 레이블 < Hobbyless Records > 설립 후 선보이는 첫 작품이자 2년만의 싱글. 워낙에 역량있는 보컬리스트인 만큼, 어쿠스틱 기타와 페어를 이루는 감성적인 보이스가 메마른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줄 만한 노래다. 하이노트를 위시한 극적인 구성을 배제하고, 보다 편안한 흐름과 음역대를 구사하며 노랫말을 차근히 곱씹는 가창이 이 노래의 가장 큰 장점이다. 자극적인 소리들 속에서 보다 자신의 몸을 편안히 뉘일 수 있는 유기농 사운드의 진수를 보여주는, 하타 모토히로라는 가수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한 곡이다.  


(Single) 아베 마오(阿部 真央) '変わりたい唄'

개성과 가창력을 동시에 겸비하고 있어 참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좋은 결과물 대비 성적이나 반응이 약간은 저조한 것 같아 항상 아쉬운 가수 중에 하나가 바로 그녀다. 어머니가 된 후에 보다 성숙해진 음악세계를 펼쳐보이는 그의 이번 선택은 그 외관이 어색하지 않은 경쾌한 록 튠. '너가 원한다면 세상은 움직일거야' 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밝고 강직한 목소리를 타고 흐르는 가운데, 록 페스티벌에서 들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직선적인 디스토션 소리가 몸을 들썩이게 한다. '지금을 소중히 하자'고 노래하는 'まだ僕は生きてる' 역시 모두의 삶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에 대해 재고하게 만드는 트랙. 꾸준히 인생의 긍정적인 측면을 조명하고 강조하려 애쓰는 그의 음악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싱글.


(Single) 크리스마스 에일린(Xmas Eileen) 'Bad boys be ambitious'

어쨌든 일본의 밴드신은 적자생존&무한경쟁의 장. 좋은 음악은 기본전제로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대중들에게 전달할 것인가'가 승패에 크게 영향을 끼치곤 하는데, 그 중에서 아무래도 많이들 활용하는 것이 비주얼과 프로필에 있어서의 차별화다, 이 팀 역시 맨 위드 어 미션의 성공 이후로 늘어나기 시작한 가면 밴드 중에서도 카미사마, 보쿠와키즈이테시맛타와 함께 가장 주목받는 팀 중 하나인데, 이름조차도 'No Name'으로 통일해 개인 신상은 완전히 비밀로 부친채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요즘 많이 보이는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믹스처 록을 선보이고 있으며, 이번 싱글은 올해 4연작 시리즈 중에 마지막을 장식하는 회심의 넘버. 라우드의 구성을 가미한 초반을 지나 샤우팅과 보컬이 교차하는 트윈 보컬이 긴장감을 자아내며 후, 후렴에서 에너지를 일거에 터뜨리는 경파하면서도 후련한 구성이 맘에 든다. 중간에 전조를 통한 특이한 구성이 인상적이며, 다소 음침하고 어두운 팀의 기조를 단단히 잡고 가는, 장르의 팬들에게 환호를 받을만한 곡.



(ALBUM) 요시오카 키요에(吉岡 聖恵)

< うたいろ >

'방목'을 선언한지도 벌써 2년여, 이키모노가카리라는 거대한 존재와 잠시 이별해 혼자가 된 요시오카 키요에가 오롯이 자신의 이름으로 낸 커버앨범을 세상에 내놓았다. 트랙 리스트를 보면 그야말로 시대나, 성별이나, 장르 같은 것들은 크게 상관없이, 정말 자기가 부르고 싶은 것을 불렀다는 느낌이다. 경쾌하게 들려오는 유즈의 '少年'에 이어 2018년 남솔 원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요네즈 켄시의 첫 유튜브 1억 돌파곡 'アイネクライネ'까지. 이 두 곡만 이어서 들어도 그녀가 가진 보편성이라는 힘이 상상 이상으로 큼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일견 평범하게 들릴지라도,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절대다수의 대중을 매료시키는 마력이 있다는 사실 말이다. 35년전에 발매된 무라시타 코조의 '初恋'가 가진 애절함이나, 20년전 발매된 스피츠의 '冷たい頬'가 가진 푸르름도 일견 거부감 없이 재해석되어 새로운 노래로 들려오는 것은, 그 8할이 그녀가 가진 천부적인 가창력에 있다. 개인적으로는 늘 요시오카 키요에의 노래 실력이 평가절하되어 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앨범이야말로 나의 명제를 가장 근사하게 뒷받침해주는 근거자료로서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그룹 사운드 시절 이전의 가요곡 시대에 유행했던 스타일이 궁금하다면 레전드 작곡가 핫토리 료이치의 'ヘイヘイブギー'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고, 그녀의 목소리로 시티팝을 듣고 싶다면 마지막 곡인 '夢で逢えたら'가 그 욕심을 채워줄 것이다. 정말 팔방미인이라는 말이 부족한, 어느 스타일이건 착 붙는 가창력을 보여주는 이 작품, 정말 손에 꼽을 만한 커버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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