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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Oct 22. 2018

제이팝 신보 소개(10월 넷째주)

카미보쿠, 제니하이, 후루야 켄지 등

(Single) 카미사마, 보쿠와키즈이테시맛타 (神様、僕は気づいてしまった) 'ストレイシープ/匿名'


작년 ’CQCQ'로 단숨에 메인스트림에 안착한, 데뷔만으로 이렇게 주목받은 밴드가 있었나 싶을 정도의 기세를 보여주었던 카미보쿠. 동시에 가면이라는 특이한 컨셉과 인간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 정서로 단숨에 이목을 끈 밴드의 이번 싱글 역시 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테크니컬한 연주와 스피디한 전개, 송곳 같이 듣는 이의 마음을 찌르는 하이톤의 보컬. 'CQCQ'의 충격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자신들의 갈 길을 명확히 정하고 나아가는 그 의지를 확실히 표명하고 있는 작품이다. 자신의 꿈을 숨기고 현실에 맞는 거짓 장래희망을 적어 내려가던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건네는 성명서 'ストレイシープ'의 가사를 보다보니 나 역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도 나를 속이며 살고 있는 것 같아서.

 

(EP) 오피셜히게댄디즘(Officia髭男dism) 'Stand by you'

처음 이름을 봤을땐 이걸 어떻게 읽어야 되나 싶었던 밴드. 통상적인 기타록과는 다른 그루비한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의 두번째 EP다. 전반적으로 펑크와 알앤비와 같은 블랙뮤직에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숨기고 있지 않으며, 기본 밴드 편성에 관악기와 피아노가 붙어 보다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1980~90년대의 영미 펑크/알앤비 스탠다드나 뮤지션들이 연달아 떠오르는 와중에도 명확히 자신들의 존재감을 어필하는 것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일 터. 특유의 일본스러움이 없어 타이업만 잘 된다면 우리나라 대중들에게도 사랑받을 만한 팀과 노래라는 생각이.


(EP) 제니하이(ジェニーハイ) 'ジェニーハイ'

단발성 기획인 줄 알았더니, 이렇게 EP까지 나올줄이야. 한 음악예능프로그램에서 시작한 프로젝트 밴드가 1년 정도의 시간을 거쳐 완전한 하나의 작품을 내놓았다. 개그맨 2명과 밴드멤버 2명, 피아니스트이자 현대음악작곡가 1명이라는 독특한 편성이나 음악은 프로듀서인 카와타니 에논의 색채가 그대로 묻어나 있어 게스노키와미오토메나 다다레이를 열심히 들은 이들이라면 아주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게스나 다다레이의 음악을 토리코의 나카지마 잇큐가 부른다고 생각하면 빠를 듯. 싱글로 공개되었던 '片目で異常に恋してる'보다는 이번 EP의 프로모션 곡인 'ランデブーに避難行'가 보다 맘에 드는데, 잇큐의 보이스가 어느 정도 제니하이라는 팀의 정체성에 안착해 있는 느낌이다. 선율의 흐름도 훨씬 자연스럽고, 카와타니의 특기인 후반 변주가 차별화를 견인하며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초반 두 곡이 게스노키와미오토메에 가까웠다면, 다음 곡인 '強がりと弱虫'는 슬로우 템포로 다다레이에 더 맞닿아 있는 곡. 개인적으로는 각자의 개성이 잘 표현되어 있는 릴레이 랩송 ’ジェニーハイのテーマ'가 인상적. 이 곡으로 인해 이 앨범이 완성되는 느낌이다. 더불어 카와타니 에논의 창작 우물은 도대체 얼마나 깊은 것인지 새삼 놀라게 되는, 새롭지만 익숙한 프로젝트 밴드의 제대로 된 의욕작.


(EP) 리그렛걸(reGretGirl) 'take'

앨범을 틀자마자 들려오는 캐치한 후렴구. 찌질한 이별의 대명사가 된 백넘버라는 대선배를 잇는 신진 '찌질남'의 등장이다. 밴드 이름부터 감이 오지 않는가? 7트랙에 걸쳐 실연의 상처와 아픔, 후회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스며들어 있는 두번째 EP. 워낙에 보편적인 감정을 직관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표현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작품이다. 차분한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느껴지는 격정적인 마음의 동요가 왠지 모를 여운을 불러 일으키기도. 초반 업템포보다는, 자신들의 그런 정서가 극대화 되는 'イズミフチュウ'나 '黒島山公園' 같은 느린 곡들이 보다 끌리는 것 같다. 막 이별한 이들이라면, 조금 시간을 둔 후에 들어보는게 나을지도.


(Album) 후루야 켄지(降谷 建志)< The Pendulum >

그의 이름이 익숙지 않다면 '드래곤 애쉬의 프론트맨'이라는 소개로 대신하겠다. 2015년에 본격적으로 솔로활동을 시작, 그 2막을 열어젖히는 따끈따끈한 두번째 앨범이 도착했다. 사실 음악적으로 드래곤 애쉬와 그렇게 차별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담담하게 그리고 진솔하게 허공에 던져놓는 말들이 의미를 지니고 세상에 정착해 뿌리를 내리는 듯한 생명력이 느껴지는 듯 하다. 미니멀한 반주와 코러스를 통해 목소리의 매력을 보다 강조한 'ワンダーラスト', 딜레이를 먹인 기타의 활용이 머릿속 잔상을 남기는 'Where you are' 등, 단숨에 다가오지는 않지만 어느덧 훌쩍 다가와 있는 그 존재감으로 하여금 이 베테랑의 음악적 역량을 느껴볼 수 있게끔 하는 작품이다. 그래도 조금 심심한 것 같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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