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일본의 대세, 아이묭(あいみょん) 탐구생활
요즘 일본은 아이묭 열풍이다. 거의 모든 스트리밍 사이트의 상위권을 한 곡도 아닌 다수의 곡이 점하고 있으며, 각종 미디어는 앞다투어 그를 취재하고, 인지도가 왠만큼 쌓여도 좀처럼 출연하기 힘들다는 < 홍백가합전 >에도 그야말로 '갑툭튀' 수준으로 출연을 완수. 바다 건너편에 있는 나도 그 충격파를 몸소 체험하고 있을 정도다.
혹자는 이렇게 공연장을 빠르게 넓혀가는 아티스트는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17년 말 정원 500명의 라이브하우스에서 1년 만에 Zepp 투어를 완수한 것도 놀라운데, 지금 시점에서 이미 8000명 규모의 무도관과 그 두배가 넘는 요코하마 아레나 공연을 각각 2월과 12월로 확정해 놓은 상태이니 말이다. 메이저 데뷔 3년차에 접어든 뮤지션의 놀라운 성적표다.
인기의 기폭제 역할을 한 싱글 'マーリゴールド'로 그를 좋아하게 된 이들이라면, 처음부터 아이묭이라는 아티스트에 대한 많은 오해를 안고 시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이 아티스트는 대중에게 있어 자신도 예기치 못한 반전을 선사한다. 처음에는 평범한 사랑노래를 하는 싱어송라이터라고 생각했다가, 다른 곡을 듣고 가사를 찾아보면 결코 평범한 가수가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수순이다. 그것이 극에 달하는 순간은, 거꾸로 그의 궤적을 거슬러오다 뉴스에서 본 자살 소식을 모티브로 가감없이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은 메이저 데뷔곡 '生きていたんだよ'를 듣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옅은 정체성과 자의식,
그로 인해 극대화되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순수
이렇게 곡마다 다른 캐릭터를 내비치면서도 많은 이들을 자신의 지지층으로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이라 하면, 역설적으로 그의 가사엔 '그'가 없다는 사실이다. 일단 그의 노래 속 주인공들의 정서는 대체로 일관성이 없다. 같은 사랑노래라도 'マリーゴールド'와 '貴方解剖純愛歌~死ね~' 속의 화자는 같은 사람이 가사를 썼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정서상 상이점을 보인다.
이처럼 곡마다 전혀 다른 페르소나를 담아냄으로서 자신의 자의식을 최소화하는 작법은, 아티스트의 에고가 주는 강요로부터 듣는 이를 자유롭게 한다. 이러한 측면은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내비치며 관철시키기를 좋아하는 일본의 아티스트들과 정확히 반대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열도의 록스타가 가지고 있던 개념은 쉽사리 전복된다.
이는 그가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과 유사하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제 음악은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성립되는 거에요.
그러니 기타를 치면서 노래한 버전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싱어송라이터의 강점이기도 하죠."
어떠한 타협 없이 온전히 노랫말과 멜로디에 온 감각을 집중하고 있는 높은 순도의 아티스트라는 점. 그것이야 가장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는 그의 매력이다. 콘셉트를 최소화한 자연스러운 아티스트로서의 매력. 엄격한 자기규제와 과도한 캐릭터성이 난무하는 일본 음악시장에서 속내를 드러내는 가감없는 발언으로 자주 화제에 오르는 그의 모습. 좀처럼 보시 힘든 흔치 않은 자유로움이 이른바 '혼네'와 '다테마에'를 철저히 구분하는 사회에 답답함을 느낀 젊은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일차원에 매몰되지 않은 복합적인 정서의 가사
이를 넘어 그야말로 무서울듯이 빠져들게 되는 결정적인 지점은 가사를 이해하게 될 때다. 나직하면서도 굳건한 음색을 타고 흐르는 노랫말은 직선의 파형을 그리는 법이 없다다. 아래의 가사를 보자.
君はロックなんか聴かないと思いながら
너는 록같은 거 듣지 않는다 생각하면서도
少しでも僕に近づいてほしくて
조금이라도 나에게 다가왔으면 해서
ロックなんか聴かないと思うけれども
록같은 거 듣지 않는다 생각하지만
僕はこんな歌であんな歌で
나는 이런 노래로 저런 노래로
恋を乗り越えてきた
사랑을 극복해왔어(1절) /
恋に焦がれてきたんだ
사랑에 애태워왔어(2절)
- 君はロックなんか聴かない 중
록을 듣지 않는 이에게 록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그의 모습은 일견 당당함 일색이다. 너는 그게 싫겠지만, 나는 상관없다. 너가 싫어하던 말던 자신 있어. 의 정서랄까. 하지만 그 일면에는 '나에겐 이것밖에 없다'라는 간절함이 어슴프레 어려있다.
1절에서 "사랑을 극복해왔어"라는 가사가 2절에는 "사랑에 애태워해왔어"로 바뀌는 지점이 그러하며, 브릿지의 "다시 가슴이 아파(また胸が痛いんだ)"라는 한마디가 이 복합적인 감정에 쐐기를 박는다. 이러한 표현법은 우리의 감정이 일차원적이 아닌, 기쁨과 화, 슬픔과 즐거움이 알 수 없는 비율로 섞여 있는 미지의 인격체라는 점을 강조한다. 마치 사랑 따위 안해도 상관없어 싶다가도 금새 외로워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의 또 다른 곡인 '愛を伝えたいだとか'의 가사를 보자.
とりあえず今日は 우선 오늘은
バラの花に願い込めてさ
장미꽃에 소원을 담아서
馬鹿な夢で踊ろう 바보 같은 꿈에서 춤추자
愛を伝えたいだとか 사랑을 전하고 싶다던가
臭いことばっか考えて待ってても
구린 것만 생각하면서 기다려도
だんだんソファに沈んでいくだけ
점점 소파로 가라앉을 뿐
僕が明日良い男になるわけでもないからさ 내가 내일 당장 좋은 남자가 될 리도 없으니까
焦らずにいるよ 조급해 하지 않을거야
今日は日が落ちる頃に会えるの?
오늘은 해가 질 때쯤 만날 수 있는거야?
- 愛を伝えたいだとか 중
지금 언급하는 내용은 몇 주 전에 방송한 음악프로그램 < Music Hero >에서 소개된 내용으로, 패널로 출연한 개그맨이자 작가 마타요시 나오키는 이런 이론을 제시한다.
"사실은 반대에요.
기다려도 소파에서 그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니까
먼저 오늘은 장미꽃에 소원을 담아
바보 같은 꿈에서 춤추자라는 게
본래의 흐름이 아닐까라는 거죠"
그의 말대로라면 배열을 해보면,
愛を伝えたいだとか 사랑을 전하고 싶다던가
臭いことばっか考えて待ってても
구린 것만 생각하면서 기다려도
だんだんソファに沈んでいくだけ
점점 소파로 가라앉을 뿐
とりあえず今日は 우선 오늘은
バラの花に願い込めてさ
장미꽃에 소원을 담아서
馬鹿な夢で踊ろう 바보 같은 꿈에서 춤추자
僕が明日良い男になるわけでもないからさ 내가 내일 당장 좋은 남자가 될 리도 없으니까
焦らずにいるよ 조급해 하지 않을거야
今日は日が落ちる頃に会えるの?
오늘은 해가 질 때쯤 만날 수 있는거야?
오호, 그럴듯 한데. 한술 더 뜨자면 나는 아래처럼 배열하는게 더 좋다.
僕が明日良い男になるわけでもないからさ 내가 내일 당장 좋은 남자가 될 리도 없으니까
焦らずにいるよ 조급해 하지 않을거야
今日は日が落ちる頃に会えるの?
오늘은 해가 질 때쯤 만날 수 있는거야?
とりあえず今日は 우선 오늘은
バラの花に願い込めてさ
장미꽃에 소원을 담아서
馬鹿な夢で踊ろう 바보 같은 꿈에서 춤추자
愛を伝えたいだとか
사랑을 전하고 싶다던가
臭いことばっか考えて待ってても
구린 것만 생각하면서 기다려도
だんだんソファに沈んでいくだけ
점점 소파로 가라앉을 뿐
마타요시 나오키나 나의 의견이 맞든 틀리든, 이 곡에서 그는 배열을 맘대로 조합해도 상관없다는 듯 감정의 순서를 꼬아 도대체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을 묘사한다. 이처럼 단순한 서사의 나열에 집착하지 않는 경향과 더불어, "조급해 하지 않을거야"라는 체념 후에 곧바로 "오늘은 해가 질때쯤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집착의 대비는 정말 감탄해 마지 않는 지점.
여자가 남자로서 노래한다는 것의 의미
이 가사에서 한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남성의 시선에서 노래함으로서, 더 나아가 스스로 남성이 됨으로서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과 행동패턴의 고착화를 무의식적으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여자와 동거하는 남성의 시선에서 쓴 '愛を伝えたいだとか', 스스로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의 필사적인 마음이 좋다'라는 생각을 'I love you로는 부족하다'라는 가사로 표현한 'マリーゴールド'에서 그러한 경향은 두드러진다.
좋아하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연애태도를 동경함에 있어 "나도 남자처럼 행동해야겠다"가 아닌 "내가 남자가 되어야 겠다"라는 접근방식. 작품이라는 놀이터에서 고정된 성역할을 거부하는 그 모습은 어느 곳보다도 남녀의 행동양식을 강하게 구분하는 일본에서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이라는 것의 의미릉 되묻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그를 지긋이 바라봤을때 나타나는 새로운 탐구지점 중 하나다.
기어코 본격화된 스트리밍으로의 중심이동 속에 탄생한 새로운 개념의 아티스트 아이묭. 그는 가장 동시대적인 인물임과 동시에 작금의 일본 젊은이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뮤지션이다.
오카모토 타로의 추종자, 자기 노래 부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뮤지션. 영어교사가 어쿠스틱 기타를 선물해주지 않았다면 음악을 시작하지 않았을 아이. 관능소설 마니아. 6남매중 둘째. 이렇게 읊으면 그닥 인상적인 지점이 없기도 한 그이기에 지금의 이런 폭발적인 인기에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아직 아이묭이란 가수를, 작가를, 아티스트를, 뮤지션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꼴이다. 그는 어디까지나 자유로움 이상의 자유로움으로 소리 위의 유희를 즐기는 방랑자이기 때문에.
"아이묭씨는 시대의 대변자"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습니까?"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건 고맙지만,
제가 시대를 대변하다니 웃겨요.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정도의
감각으로 발언하고 있습니다.
제 자신은 자신의 발언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오히려
"나 같은 애가 대변자라면
이 세상은 끝나버릴거야"라고
생각해 버리는 걸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