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icial髭男dism, 이거 어떻게 읽는거에요?
메이저 데뷔를 완수한지 1년 3개월만에 ‘성지’ 부도칸에 입성. 만이천명의 관객에 둘러쌓인 이들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최근 선보인 싱글 ‘Pretender’는 오리콘 스트리밍 차트에서 23주 연속 1위를 이어가던 아이묭을 끌어내리고, 최근 차트에서도 10위권에 내 다수의 곡이 포진하는 등 새로운 스트리밍의 강자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 기세를 이어 4개월에 걸친 홀 투어까지 확정. 도대체 무슨 음악을 할지 예상도 가지 않고 읽기조차 힘든 밴드명이지만 막상 들으면 놀라운 흡인력으로 청자를 매료시키는 반전을 보유한 팀. 올해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신인 중 하나인 오피셜히게단디즘(이하 히게단)의 이야기다.
사실 심상치 않은 기운은 작년부터 감지되고 있었다. 가능성을 알아본 다수의 음악 매체에서 이들의 이름을 언급하기 시작했고, 인디밴드로는 처음으로 가장 메인 시간대라고 할 수 있는 월요일 9시 편성의 드라마 주제가를 담당하며 미디어에서도 이들을 인정. 이와 함께 투어 규모는 커지고 산재해 있는 록 페스티벌들의 러브콜도 자연스럽게 늘어갔다. 메이저 데뷔 후 타이업도 급속히 증가, 록팬을 넘어 일반 대중에게도 광범위한 충격파를 선사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의 많은 팀이 그렇듯 이들의 시작 역시 동아리 활동이었다. 대학 졸업 후 고향의 금융기관에 취직하여 회사원으로 일하던 후지하라 사토시가 밴드를 결성한 것이 그 시작. 시마네 대학 재학 시절 경음악부 멤버였던 베이스 나라자키 마코토와 드럼 마츠우라 마사키를 설득, 그리고 음악적으로 교류하며 친하게 지내던 기타 오자사 다이스케까지 합류해 2012년 6월에 드디어 그 진용을 갖추게 되었다. 그렇게 시마네 산인 지방을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으로 지역 아마추어 밴드 컨테스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럼에도 아직 회사원을 겸업하던 중 선보인 첫번째 미니앨범 < ラブとピースは君の中 >(2015)는 뛰어난 팝적인 센스와 기분 좋은 그루브, 후지와라 사토시의 뛰어난 가창력과 맞물려 평단의 절찬을 이끌어 냈다. 타워레코드의 신인 소개 코너 타워레코멘(タワレコメン)에 선정되고 닛폰방송 최우수신인으로선정, 이어 1년 2개월의 시차를 두고 발매된 < Man in the Mirror >(2016)는 아이튠즈 록 차트 1위, 종합 2위에 랭크인하며 그 가능성을 대중의 관심으로 환원시켰다.
그렇게 조금씩 인지도를 높여가던 중 하나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음악 버라이어티 방송인 < 関ジャム >였다. 2017년 6월 방송분에서 유명 프로듀서인 츠타야 코이치(蔦谷 好位置)가 < Report >(2017)의 수록곡 ‘始まりの朝’를 추천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 해당 노래의 뮤직비디오나 라이브 영상이 업로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지만, 밴드 측은 바로 츠타야 코이치에게 트위터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 뒤 영상이 없는 음원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며 관심에 빠르게 대응했다.
그들의 존재감은 금새 커져갔고, 이에 부응하듯 해당 방송에 직접 출연해 무대를 펼쳐 보이며 전국구 방송에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냈다. 비슷한 시기에 드라마 < 컨피던스맨 JP >의 주제가로 ‘ノーダウト‘가 낙점되며 인디밴드로는 사상 처음으로 월요일 9시대 드라마 주제곡 타이업이 성사. 2018년 4월 10일에는 메이저 데뷔를 하루 앞두고 해당 사실을 발표하며 팬과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으며, 다음 날 메이저 데뷔 싱글인 ‘ノーダウト’와 인디즈 앨범인 < エスカパレード >(2018)가 동시 발매되는 전대미문의 행보를 완수하였다, 이후 ‘Pretender’와 ‘宿命’ 등의 싱글이 대히트, 10월에 두번째 앨범 발매 및 4개월 간의 전국투어를 통해 인기에 보답할 준비를 끝낸 상태다.
밴드의 히트는 현 일본음악신의 변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선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일본 내 블랙뮤직의 부상이다. 열도의 뮤직 비즈니스엔 최근 몇년간 조금씩 알앤비/펑크(Funk)/힙합의 개입이 진행되어 왔다. 여기엔 호시노 겐과 서치모스의 히트가 결정적이었다. 완성도 있게 자신의 팝을 펑키한 리듬과 결합시킨 ‘SUN’의 히트는 호시노 겐으로서도 커리어의 큰 전환점이었으며 대중들이 이런 곡조에 익숙해지는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이러한 블랙뮤직 기반의 음악을 ‘현 세대의 음악’으로 규정 지은 것이 바로 서치모스(Suchmos)와 ‘Stay tune’ 이었다. 내면을 조망하는 기타 록에 지친 대중들이 대거 이와 같은 ‘느낌있는’ 비트와 그루브로 이탈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이팝과 흑인음악의 이상적인 융합을 지향하는 높은 완성도의 트랙. 여기에는 프론트맨 후지하라 사토시의 음악적 공력이 작용한다. 딥 퍼플, 드림 시어터 등 하드록/메탈에 빠져있던 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사회생활을 하던 시기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스티비 원더, 보즈 스캑스 등의 곡을 커버하고 많은 음악을 추천 받으며 데이터 베이스를 탄탄히 축적해 갔다. 여기에 에릭 클랩튼과 빌리 조엘 등을 즐겨 듣던 어머니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
그런 음악적 배경 아래 보다 리듬이 부각되고, 브라스 세션을 적극 도입한 리드미컬한 트랙들이 탄생했다. 디스코 리듬이 목관 악기와 함께 웅장함을 선사하는 ‘ESCAPADE’, 하드록의 어법을 강하게 가져감과 동시에 블랙뮤직의 즉흥성을 적극 활용한 ‘FIRE GROUND’ 등 확장방법 또한 무궁무진. 블랙뮤직 기반 팝송에 익숙해진 대중들에 귀에 바로 꽂힐 수 밖에 없는 트랙들이다.
지금 시대가 원하는 음악스타일의 구현이 기반이라면, 한번 들어도 머리에 맴도는 대중성으로 꽉찬 멜로디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열쇠다. 일본도 스트리밍 시장으로 그 축을 이동하며 짧은 시간 내에 청자를 사로잡아야만 하는 시점. 선율의 보편성을 놓지 않는 이들의 작법이 크나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메이저 데뷔 싱글인 ‘ノーダウト’를 들어보면 벌스와 후렴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여러 개의 훅으로 이뤄져 있다 느낄 정도로 러닝타임 전체에 걸친 가창이 선명하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비교적 최근 곡인 ‘Pretender’는 어떠한가. 전주의 기타부터가 캐치함으로 일관하며, 후렴은 코러스와 함께 올해의 프레이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유려한 선율을 들려준다.
이러한 ‘노래’로서의 장점은 후지하라 사토시의 가창력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다. 히게단을 결성하면서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발성과 표현 및 리듬감 등 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가창을 보여준다. 발라드가 밴드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 생각할 정도로, 그에게 있어 작품을 이루는 요소 중 멜로디와 노래는 큰 비중을 가지고 있다. 그룹 특유의 흥겨움과는 다른 방향으로 몰입을 이끌어내는 슬로우 ‘LADY’, 이별의 장면을 아프지만 긍정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相思相愛’ 등 앨범 러닝타임 중 절정은 이러한 발라드 넘버가 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라이브다. 올해 5월에 다녀왔던 < Viva La Rock >에서 목격했던 그들의 퍼포먼스는 완벽한 엔터테인먼트 그 자체였다. 스케일이 큰 음악인 만큼 실제 구현이 어려울 법한데, 전혀 이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멤버들 간의 합주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합을 보여주었고, 여기에 가미된 혼 세션들 역시 완벽하게 녹아 들어가며 보는 이를 압도. 40분 넘게 이어지는 공연 동안 다른 생각을 전혀 할 수 없을 정도로 관객을 휘어잡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작품은 팝스러울지언정 무대에서는 미칠 듯한 열정과 역동성으로 록 스피릿을 보여주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역시 뜨는 팀들은 다 이유가 있고, 그것은 결국 라이브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달까. 그 여운을 잊지 못하고 11월에 있을 공연에 선행응모를 3차례에 걸쳐 했으나, 모두 낙선된 상태. 본의 아니게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소포모어작 < Treveler >의 발매를 한달 앞두고 있는 지금, 이들의성장세는 절정에 다다른 상태다. 이 지점에서 그들의 음악이 일부 집단에 유행처럼 번지는 힙한 것이 아닌,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친근하고 소구력 있는 수더분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각자의 취향이 명확해지고, 공통 관심사가 줄어듦과 동시에 집단간의 대립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오히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모두 함께 즐기고 교감할 수 있는 노래와 아티스트의 등장이 아닐까.
그들의 음악적 보편성엔 애초에 프로 뮤지션을 지향하지 않았던 멤버들이 가진 보통 삶의 감각이 서려 있다. 프론트맨 후지하라 사토시는 “2년 동안의 직장생활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노래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한 바 있다. 가장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그 평범한 삶을 통해 접한 많은 사람들. 그 만남으로 전해진 보편적인 생각과 감정.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된 음악적 정서야말로 히게단의 음악이 이 시대의 가장 이상적인 결과물로 완성될 수 있는 요인라고 생각한다. 과장 조금 보태 이들의 노래 속엔 어쩌면 세대나 집단통합의 해답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두 함께 입을 모아 같은 노래를 부르는 순간, 대개 평화는 찾아오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