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늑대들의 무국적 포효

MAN WITH A MISSON < Tales of Purefly >

by 황선업


괄목할만한 성장의 추임새이자 내재되어 있던 잠재력 발현의 증거작이다. 작년 <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을 찾아와 신선한 충격을 안겼던 이 일본발 늑대 5인조의 세 번째 정규작은 일본 록신의 현재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점을 갱신한다. 가면을 쓰고 활동하는 '궁극의 생명체' 설정 탓에 본질을 도외시한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었던 이들은, 이번 작품으로 완벽히 그 오해를 벗음과 동시에 록스타라는 훈장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주객전도라 언급되던 비난의 요소를 플러스알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부단히도 노력해왔던 지난날에 대한 보상이다.

시작점이었던 데뷔작과 정체성을 찾은 2집에 이어, 또 한 번 도약하고자 고민 끝에 내민 것이 바로 콘셉트 앨범. 칼을 든 기사들이 그려져 있는 재킷에서 느껴지듯, 헬로윈이나 스트라토바리우스가 구사한 유러피언 메탈의 판타지적 서사를 이용해 현대인들의 좌절과 희망, 신념과 의지를 그려내고자 했다. 물론 나무를 보느라 숲을 놓치는 오류는 없다. 큰 스케일에 완벽히 부합하는 낙차 큰 기승전결은 훨씬 넓어진 레퍼런스와 물오른 연주로 완성된 '악곡' 자체의 고퀄리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스토리'의 부각이 개별 곡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했다던 이들의 걱정은 기우에 머무른다.

본작의 테마이자 인트로 격의 'tales of purefly'를 지나, 악의 세력이 침투하는 장면을 그린 'evils fall'부터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하이 탐과 로우 탐의 연타, 기타의 현란한 솔로 프레이징으로 서두를 장식하는 가운데 EDM의 요소를 첨가하여 긴장감 넘치는 위기상황을 연출한다. 스크래치와 빅비트로 조성한 댄스플로어 위에서 세상을 구할 영웅의 각성을 유도하는 'Wake Myself Again'를 지나, 영화 < 매트릭스 >처럼 지금의 자신이 그저 '데이터베이스'의 일부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 'database'로 1부를 마무리 짓는다. 이 곡 역시 드랍 D 튜닝을 통해 구사한 저음부의 묵직한 코드감에 전자음악을 적극적으로 덧대어 탄생시킨 수작이라 할만하다.

2부를 지배하는 것은 조금 다른 주파수대의 울음소리다. 어쿠스틱 사운드로 주조한 켈틱 사운드의 토착미에 퍼즈톤으로 구사한 얼터너티브 감각을 얹어낸 'vitamin 64'가 그 포문을 연다. 그런가 하면 'When My Devil Rises'로 'Master of puppets'와 'The end of the line'을 섞어놓은 듯한 리프를 구사하며 메탈리카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다. 여기에 터질 듯한 퍼커션의 16비트 킥드럼이 덧붙여지며 악마와 맞서기 위해 자신 내면의 또 다른 악마를 눈뜨게 하는 장면을 청각화한다. 잠시 숨을 돌리게 하는 'Searching life'에는 컨트리를 도입해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펼쳐지는 행군가 역을 자처하도록 했다.

아직 감탄하긴 이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의 길을 가겠다는 'my way'를 지나 6분여의 대곡 'babylon'과 마주하며 3부, 그리고 앨범 전체의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그린 데이의 'Jesus of suburbia'를 연상시키듯, '마지막 전투 - 최후의 일격 - 귀환'의 세 파트로 표현해낸 이 록 오페라가 자칫 용두사미에 그칠 수도 있었던 러닝타임의 후반부를 쾌감의 극단으로 탈바꿈 시킨다. 이어지는 에필로그 'Dancing on the moon'까지 듣고 나면, 하나의 완벽한 영화를 본 듯한 카타르시스에 감탄을 내뱉게 된다. 감정의 그래프를 그려보자면, 아마 정확히 포물선을 나타내고 있었을 것이다.

잘 짜인 시나리오라 해도 무방한 에픽(Epic), 정통 헤비사운드의 메탈리카부터 너바나와 사운드가든의 그런지, 인큐버스와 마이 케미컬 로맨스의 이모코어, 림프 비즈킷과 슬립낫으로 대변되는 뉴메틀까지 섭렵해 체화시킨 음악, 캐릭터가 발달한 일본이기에 가능했던 '궁극의 생명체'라는 신비주의 전략. 이 세 가지가 완벽한 트라이앵글로 분해 만들어낸 걸작이다. 스스로를 무국적 존재라 칭하던 이들은, 설정과 일맥상통하는 질 높은 보더리스(Borderless) 뮤직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넓힘과 함께 하반기에 예정되어 있는 미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최고조로 상승시켰다. 언제나 자신들의 꿈이 세계정복이라 울어대던 그들, 이젠 그 말을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게 되었다. 스스로 명명한 'Purefly'라는 꿈의 다른 말은, 이렇게 궁극적인 목표를 향한 위대한 단서를 남겼다.

- 수록곡 -
1. tales of purefly
2. evils fall
3. Wake Myself Again
4. database feat. TAKUMA(10-FEET)
5. vitamin 64
6. higher
7. Emotions
8. whatever you had said was everything
9. When My Devil Rises
10. Searching life
11. your way
12. babylon
13. Dancing On The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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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일담 : 만위즈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밴드 중 하나입니다. 현지에서 페스티벌이 아닌 단독공연 형태로 관람했던 얼마 안되는 밴드 중 하나기도 합니다. 워낙 완성도 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팀이지만, 완벽한 콘셉트 앨범을 지향한 이 작품이야말로 이들의 최고작이라 자신있게 추켜세울만 하죠. 한번 인터뷰할 기회가 있으면 함께 정신나간 이야기를 같이 해보고 싶기도 한데...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