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Live Report

아! 이토록 아늑한 록페라니

< Viva la Rock > 관람기

by 황선업

저는 평소 연말에 열리는 < Countdown Japan >을 보며 과연 실내 록 페스티벌은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해하곤 했습니다. 저에게 록페는 하계휴가기간의 메인 행사로서, 땀 뻘뻘 흘리며 진이 빠진 상태로 공연장을 빠져나와 숙소에 들어가기 전 아픈 다리를 달래며 그날의 추억을 안주삼아 시원한 맥주 한잔 함께 들이키는, 그런 이미지로 오랜 기간 제 안에 존재해왔으니까요. 그러던 중 친한 형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급작스럽게 보러가기로 한 것이 바로 이 < Viva la rock >이었습니다.


이렇게 이틀을 다녀왔습니다. 5/4는 보다 트렌디한 아티스트들이, 5/5은 뛰어놀기 좋은 신진/베테랑이 다수 포진!
시샤모의 대표곡인 ‘君と夏フェス’의 배경이 된 페스이기도 합니다.


< Viva la Rock >은 무슨 페스티벌?


우리나라도 요즘은 계절을 가릴 것 없이 여러 음악 페스티벌이 개최되곤 하는데요. 일본은 비교도 안되게 축제 과포화상태입니다. 2000년대 진입 이후 페스티벌 시장은 일본 음악시장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로 발돋움했고, 이와 함께 밴드 및 각종 행사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 Viva la rock >은 이런 흐름을 타고 2014년부터 시작된 실내형 록 페스티벌로, 잡지 < Rockin’ on Japan > 편집장 출신이자 현재 음악 잡지 < Musica >의 창간인인 평론가 시카노 아츠시가 전체 프로듀서를 도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록 페스티벌이 대부분 기업이나 지역자치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일본은 평론가를 위시한 출판사나 공연기획사, 혹은 아티스트가 스스로 페스를 주최 및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염두에 두실 만합니다.


시카노 아츠시는 대표적인 친미디어 평론가이기도 합니다. 사카낙션의 야마구치 이치로와 함께한 대담 프로그램 하나.


많은 행사들이 일자를 늘려가는 최근 추세에 걸맞게 4일간 개최, 새로운 연호와 함께 장장 10일간 이어진 골든위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일정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장소는 많이들 들어보셨을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로, 이케부쿠로에서 JR로 30분 정도 거리입니다. 특이하게도 로컬 페스임에도 외국인 대상 티켓 예매 페이지가 있어 굉장히 수월하게 표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외국인만을 위한 신주쿠역 왕복 셔틀버스도 운영되는 등 조금 더 많은 이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소개하고픈 운영진의 취지가 곳곳에 스며있었습니다.



이런 취지의 연장선상에서, 단순히 공연장 안 뿐만 아니라 공연장 바깥 풋살장에도 별도의 스테이지를 마련해 지나가는 사람들이 푸드코트와 함께 편하게 퍼포먼스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덕분에 실내의 록 마니아 뿐만 아니라 공연장 근방으로 나들이나 산책을 나온 사람들에게도 시끌벅적한 축제의 분위기를 확실히 전달하고 있었고, 중앙의 탁자에서는 마치 큰 규모의 야장처럼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즐기는 등 휴일의 여유를 느긋하게 혹은 왁자지껄하게 즐기고 있었습니다. 보통 페스티벌은 고립된 장소에서 표를 구매한 사람들만의 파티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렇게 일반 사람들에게도 축제의 분위기가 전파되는 그 모습이 굉장히 보기 좋았달까요.



쾌적함과 편의성으로는 일등 페스티벌, 그렇지만?


내부는 총 세개의 무대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메인 스테이지인 ‘Star Stage’와 ‘Viva Stage’가 메인 공간에 함께 설치되어 있었고, 바깥에는 라이브하우스 규모의 ‘Cave Stage’가 별도 존재.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라이징 스타들을 중심으로 꾸며진 이 Cave Stage가 아주 제대로 된 양념 역할을 하고 있음을 관람 중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개 앉을 자리가 부족한 타 행사와 달리,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는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좌석이 구비된 공연장이죠. 때문에 다리가 아프면 앉아 있다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나오면 다시 서서 보다가 하는 루틴이 가능해 피로도가 훨씬 덜 했습니다. 거기에 적당한 실내온도와 빽빡하지 않은 밀도로 인해 정말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어요. 여기에 밴드들의 이름을 딴 메뉴를 판매하고 중간중간 사인회와 인터뷰 시간도 배정하는 등 이런저런 볼거리 역시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앉아서 편하~게


다만 너무 편해서였을까요. 아니면 실내여서였을까요. 그것도 아니면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의 성향 문제? 제가 다닌 록페 관중 중 가장 조용하고 소극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서클이 만들어지는 모습도 많이 목격되지 않았고, 함성소리도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일본이 원래 그렇지 않나?”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작년 넘버 샷이나 예년의 로컬 록페를 떠올려보면 정말 우리나라관객들보다 더해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것이 저의 인식이었는데, 약간은 지루할 정도로 많이들 관람관람모드였습니다. 이런 분위기 및 실내의 영향으로 땀을 흘린다거나 다리가 아프거나 하는 일이 없어서, 하루 공연 일정이 끝났음에도 몸이 너무 쌩쌩하게 느껴져 봐도 본 것 같지 않았던 느낌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뭔가 록페는 끝나고 난 뒤의 노곤함이 또 매력인데. 너무 편하다보니 약간 싱거운듯한 뒷맛도 남더군요.


이와 같은 약간은 심심한 분위기를 메워주었던 것이 바로 Cave Stage! 소규모 공간인만큼 출연하는 아티스트들의 골수 팬들만이 빽빽히 모여 있는 이 곳은 정말 때에 따라 아비규환의 용광로로 돌변하는 곳이었습니다. 정원초과로 인해 들어오지 못한 이들을 배려해 바깥에 대형스크린을 설치해 함께 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근데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의 공연을 모니터로 보는 그 분위기가 참 요상하더이다), 여러 특색있는 무대가 여럿 펼쳐지며 행사에 밀도를 더한 스테이지였습니다.


오리사카 유우타 준비 중. teto 볼때 깔려죽는줄.


운영에 있어 하나 더 좋았던 점은,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각 무대별 혼잡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스테이지 뿐만 아니라 이동경로나 공연장 바깥의 현황까지 여유있음 – 보통 – 혼잡 – 매우 혼잡 등 직관적인 표시 방법으로 안내해주어 관람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세세한 편의제공을 통한 불편함 없는 페스티벌의 추구, 그것이 바로 비바 라 록의 모토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전용 어플리케이션. 실제 공연 시에는 movie 밑에 혼잡상황을 알려주는 버튼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보다 라이트한 페스티벌을 원한다면


사실 야외 페스티벌은 참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공연형태 중의 하나입니다. 보통 공연장도 격리되어 있는데다가 장시간 서서봐야 하고, 음식 사먹기도 여간 힘든 것이 아니며, 혹시나 비가 오기라도 하면 정말 그 질척함과 불편함은 생각하기도 싫은 수준이죠. 그럼에도 한번쯤 일본의 로컬 록 페스를 체험하고 싶다면, 저는 이 비바 라 록을 추천드립니다. 5월 초의 쾌적한 날씨와 외부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실내 공연장, 충분한 좌석과 성향이 확연히 구분되는 캐릭터 뚜렷한 스테이지까지. 공연이 끝나돟 정말 땀 한방울 안 흘리고 뽀송뽀송한 상태로 귀가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다음 글에서는 아티스트를 비롯한 컨텐츠 측면에서의 리뷰가 이어질 예정이오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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