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im Spanky < Velvet Theater > @東京キネマ俱楽部
* 라이브 사진은 https://www.musicman.co.jp/artist/278500 에 실린 공식사진을 인용하였습니다. (Photo by 上飯坂一)
간만의 라이브레포트네요. 뭐든 간만이 아니겠습니까만은.... 여름 휴가를 미루고 미뤄 어느덧 11월 말, 드디어 휴가를 내고 일본여행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허구헌날 가는 일본, 그리고 도쿄를 뭐하러 가느냐?
바로 평소 관심있게 봐오던 아티스트들의 라이브를 관람하기 위해서였죠. 표를 구하는 데에도 이런저런 품이 들었습니다만은, 결과적으로는 5박 6일동안 네 개의 공연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더불어 가보지 못한 공연장도 더러 경험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고요.
그러면 그 라이브관람기를 오늘부터 하나씩 풀어볼까 합니다. 참고로 일본은 촬영에 대해 엄격히 제재하기 때문에 별도 영상이 없다는 점을 참고 바랍니다. 정말 시대에 역행하는 리뷰가 아닐 수 없습니다만.
첫번째 공연은 11월 28일 목요일에 있었던 글림 스팽키의 < Velvet Theater > 였습니다. 사실 재작년부터 계속 이들의 공연이 보고 싶었고, 최근 앨범들까지 너무 잘 들은지라 일정이 확인되자마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표를 구매했습니다. 뭐 나중에 검색해 본 셋리가 요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보는게 어디냐 싶었던 거죠.
잠시 장소를 언급하고 싶은 것이, 도쿄키네마구락부라는 곳은 좀처럼 듣지 못했던 장소였습니다. 위치도 뭔가 그런 곳이 있을 분위기가 아닌 우구이스다니 역이었고요.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우구이스다니 역 근처는 장년층, 노년층이 간단한 안주에 한잔 걸치는 꽤나 Raw한 느낌의 거리입니다. 그 곳에 공연장이 있다니. 나중에 찾아보니 원래는 무성영화 상영 레스토랑으로 이용되던 곳이라고 하네요.
막상 장소에 도착하니 꽤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속에 공연장인가 싶을 정도의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습니다. 재밌는 건 실제 공연장은 6층이라는 것! 총 정원은 600명 정도이며 7층에는 의자로 100명 정도 수용이 가능. 원 드링크제로 500엔을 추가 지불해야 했으며, 공연장 안에 코인로커와 물품보관소가 동시에 운영되고 있어 짐을 보관하기에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분위기가 작살이라는 것이죠. 평소에 주로 가던 공연장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공간이었습니다. 다이쇼 시대의 댄스홀이라는 컨셉하에 꾸며 놓은 만큼 근대의 어느 순간으로 워프한 느낌이었고, 조명과 어울려 굉장히 고풍스러운 멋을 뿜어내고 있더라고요. 뭔가 새벽부터 출발해 비행기를 타고 허겁지겁 날아온 저에게 있어 그곳은 마치 시간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저에게 선사했습니다.
글림 스팽키하면 1960-70년대 사이키델릭, 로큰롤을 자신들의 자양분으로 삼아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자신들의 멋을 담아내는 밴드로 유명한데요. 그래서 그런지 팬 연령층도 굉장히 높았습니다. 10~20대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회사 마치고 온 과장님 차장님 정도의 연령대 분들이 절반 이상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평일 공연인데다가 스탠딩, 비까지 오는데 이정도의 관객비율이라니요? 확실히 우리나라와 일본의 공연 수요, 문화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미리 세트리스트를 확인했습니다만, 모르는 곡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본 투어는 흔히 도는 앨범 콘서트가 아니라, 마치 B-Side 공연처럼 진짜 딥하게 컨셉을 잡아 기획한 것이었기 때문이죠. 저도 막 마니아는 아니었던지라... 공연 중간에 보컬을 맡고 있는 레미가 처음 오신 분이 있냐고 물으며 “조금 어려우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한 건 바로 그런 이유였겠습니다만, 확실히 제가 좋아하던 곡들이나 히트곡은 전혀 없이, 정말 40년전으로 워프한 듯한 사이키델릭 세계에 맞는 BGM 만으로 리스트를 꽉 채운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의 신곡을 비롯 ‘Night lan dot’, ‘Midnight Circus’에 이은 ‘ダミーロックとブルース’까지. 커리어 초반의 곡들은 메이저 데뷔전 그들의 원형이 엿보이는 그런 트랙들이 이어졌습니다. 레미의 정확한 음정과 탄탄한 발성도 인상적이었습니다만, 라이브에선 특히 카메의 기타연주가 특히 마음을 뒤흔들었습니다. 스튜디오 앨범으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섬세한 피킹과 강한 출력의 조우. 직접 보니 레미의 보컬과 카메의 기타가 마치 듀엣을 하듯이 들리더라는 것이 이 날 라이브의 가장 흥미로웠던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뭔가 철없이 행동하는 카메를 바라보며 때로는 흐뭇하게 때로는 민망하게 대응하던 레미의 관계성도 뭔가 재미있었어요.
이 날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무대 뒤에 흘러나오던 영상이었습니다. 중반까지만 해도 굉장히 오묘한 영상을 만들어왔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착색한 기름을 흘려보내 조명광을 투사시켜 만든 리퀴드 라이트라는 무대용 조명이었습니다. 보니 2층에서 곡 분위기에 맞춰 라이브로 아티스트 분이 실시간으로 그 색채감을 만들어내고 있던 것이었죠. 이 역시 1960년대에 유행하며 사이키델릭라이트쇼라고 불리고 있을 정도로 당시 음악 사조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었다고 하네요. 음악 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들까지도 사이키델릭화 하려는 그들의 열정과 노력은 감탄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하나 배웠고요.
투어 타이틀과 동명의 ‘Velvet theater’와 새 EP를 빼고는 ‘Tiny bird’와 함께 유이했던 ‘ハートが冷める前に’에서 좀 숨통이 트이더라고요. 일본의 언더그라운드 신을 견인했던 아사카와 마키의 ‘ジンハウスブルース’를 시작으로 어쿠스틱 커버를 이어 나갔고, 저의 최애곡 ‘美しい棘’의 전주가 울려퍼지던 순간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모습을 감춘 뒤에도 그치치 않는 앵콜 요청에 다시 한번 등장, ‘夜風の街’와 ‘Tiny bird’까지 선사하고는 정식으로 작별을 고했습니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그 흐름이 일관된, 글림 스팽키라는 그룹의 정수를 본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처음 본 공연이기에 조금 더 히트곡 위주의 퍼포먼스를 보고 싶었던 것도 사실입니다만, 지금 돌아보니 그런 기획성의 공연은 좀처럼 보기 힘들 것이기에 지금은 오히려 더 잘됐다 싶습니다. 저야 매년 일본의 페스티벌을 보러가는 입장이니 언젠가는 듣지 못했던 대중적인 곡들도 들을 기회가 있겠지요. 1990년대 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사조에 대한 이해와 깊이, 음악을 비롯해 문화 자체를 옮겨 놓고자 한 노력이 만들어 낸 잊지 못할 밤이었습니다. 마치 시간여행 같았다고나 할까요.
* Five New Old의 < Emulsification > 투어 라이브 레포트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세트리스트】
M-01. タルホ(가제)
M-02. NIGHT LAN DOT
M-03. MIDNIGHT CIRCUS
M-04. ダミーロックとブルース
M-05. いざメキシコへ
M-06. 闇に目を凝らせば
M-07. Velvet Theater
M-08. grand port
M-09. ハートが冷める前に
M-10. Breaking Down Blues
M-11. ジンハウスブルース (Acoustic ver.)
M-12. お月様の歌(Acoustic ver.)
M-13. 白昼夢(Acoustic ver.)
M-14. 美しい棘(Acoustic ver.)
M-15. Sonntag
M-16. ストーリーの先に
M-17. Circle Of Time
EC-1. 夜風の街(Acoustic ver.)
EC-2. Tiny 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