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VE NEW OLD < Emulsificaion > 투어
* 라이브 사진은 https://skream.jp/livereport/2019/12/five_new_old.php 에 실린 공식사진을 인용하였습니다. (Photo by JON...) 문제시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일본 현지 라이브 관람 두번째 아티스트는 바로 작년부터 급부상하기 시작한 Five New Old 인데요. 올해 선보인 앨범 < Emulsification >이 워낙에 좋아서 선택하게 된 공연입니다. 요즘 각광받는, 블랙뮤직을 적극 도입한 밴드인만큼 어떤 분위기의 러닝타임을 만들어 낼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잘되는 밴드는 분명 이유가 있겠지 싶은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날은 마침 투어의 마지막 날. 그래서 제법 크기가 있는 EX Theater Roppongi로 장소를 잡았더라고요. 약 1,700명 정도의 수용이 가능한 공간으로, 우리나라로 따지면 예스24 라이브홀 정도의 크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전날과는 다르게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자리잡은 말그대로 깔끔한 시설의 공연장이었는데요. 밖에서 막 코인로커에 짐을 넣고 있길래 안에는 코인로커가 없나보다 하고 저도 급하게 집어넣고 들어왔는데, 막상 입장하니 여기저기 보이는 수많은 코인로커들. 위키를 찾아보니 1,100개나 설치되어 있네요. 이래서 경험이 중요한가 봅니다…
어제와는 관객층이 완전이 달랐던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이쪽이야 트렌디한 밴드이니 젊은 층이 많은 건 이해하겠는데, 정말 글림 스팽키의 팬의 연령대가 정말 높았던 거였구나 싶은 생각이… 이 곳 역시 500엔의 원 드링크 값을 받았고, 공연장의 로고가 새겨진 코인을 나눠주었습니다. 저는 그게 탐나더라고요. 술 먹지 말고 그냥 가져올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요. 다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공연장에서 시행중인 원 드링크제가 의무인건지 선택사항인건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 계신가요?
공연시간이 되자 조명이 꺼지고 등장하는 네 멤버. 앨범 < Emulsification >의 첫 곡 ‘Fast car’로 포문을 열고는 바로 싱어롱을 유도하는 ‘What’s gonna be?’로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막 달려가기보다는 그루브를 탈 수 있는 리드미컬한 음악 스타일이다 보니 적당히 어깨춤을 추며 즐기기에 너무 좋았습니다. 2015년 작 < Lisle’s Neon >에서 선곡한 보다 빈티지 스타일의 ‘Hole’까지 마치고서야 인트로를 종료. 세 곡만으로 이미 너무나 신나고 즐거워 어쩌지 못하겠는 느낌으로 충만해진 상태였습니다.
이어 수많은 아티스트의 기타세션을 담당해 온 대선배 코레나가 코이치를 모시고 ‘Pinball’, ‘Not too late’를 이어 나갔습니다. 게스트의 멋진 기타 솔로에 공연장은 서서히 달구어졌고, 선후배간 콜라보레이션은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어 사운드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세명의 혼세션이 등장, ‘Same old thing’, ‘Magic’, ‘In/Out’, ‘Ghost in my place’를 이어 나갔습니다. 특히 ‘In/Out’의 가스펠 무드가 기억에 많이 남네요.
지금 돌아보면, 개개인의 플레이보다는 팀으로서의 단합력이 보다 강하게 드러나는 팀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각자의 연주력이나 히로시의 보컬 퍼포먼스 모두 흠잡을데 없이 훌륭했지만, 그것이 하나로 뭉쳐 전달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내년이면 벌써 결성한지 10년이라고 해 비교적 최근에 알게된 저로서는 깜짝 놀래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세월이 겹쳐 만들어진 팀웍이 이렇게 발휘되는구나 라는 감상이었습니다.
공간감 있는 소리들이 포근하게 저를 감싸던 ‘Last goodbye’, 음색의 매력이 십분 발휘된 ‘Set me free’, 영미밴드 느낌의 ‘Liar’까지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실있는 곡들이 쭉 이어졌고, 다시금 혼 세션이 등장해 ‘Keep on marching’과 ‘Sunshine’, ‘Gotta find a light’, ‘By your side’까지 마친 후 밴드는 무대를 내려갔습니다. 그리고서는 앵콜요청에 화답하듯 다시 등장해 ‘Bad behavior’와 가장 좋았던 순간 중 하나였던 ‘Please please please’를 피로. 그렇게 밴드는 거듭 감사함을 표하며 여기까지 오는게 쉽지는 않았다며, 여러 고민과 장애물이 있었음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는 본래 우리들은 펑크밴드였다며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이 곡을 마지막으로 들려드리겠다고 한 뒤, 본 투어의 다른 공연때는 하지 않았던 ‘Ashes to ashes’를 선사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였습니다. 이 밴드도 이 정도의 열기를 발할 수 있구나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세트리스트이기도 했고요.
요로코롬 즐겁게 본 공연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주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밴드의 합도 합이었지만, 확실히 제가 이 < Emulsification > 앨범을 정말 좋아했구나 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 시간이기도 했고요. 사실 템포가 좀 느려지거나 하면 살짝 지루해지는 게 사실인데, 그런 순간이 전혀 없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해 쌓아온 10년. 그 결실을 선보인 곳에 제가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게 영광이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분명 먹힐만한 밴드인거 같은데, 누가 내한 관련해 섭외좀 안해주시려나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