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자와 카요코 < 데뷔 5주년 기념 요시자와 카요코의 베스트 텐 >
* 라이브 사진은 https://spice.eplus.jp/articles/262037에 실린 공식사진을 인용하였습니다. (Photo by Tetsuya Yamakawa) 문제시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여행갔다온지 한달이 지났는데 이제야 세번째 라이브레포트가 올라가네요. 이번 주인공은 바로 작년부터 급격히 빠져들게 된 싱어송라이터 요시자와 카요코입니다.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바닥을 치는지라 아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굉장히 강한 캐릭터를 보유한 아티스트 중 한명이죠. 가사를 통해 보여지는 표현이나 상황설정이 기발하며, 공감보다는 미처 깨닫고 있지 못한 감성을 마음속에 손을 넣어 끄집어 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고 할까요. 일본에서 뵈었던 음악업계 지인께서 “얘 말하는 거 보면 살짝 또라이 같잖아요! ㅎㅎ” 하시길래 공감하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날은 데뷔 5주년을 기념해 팬들의 리퀘스트를 세트리스트로 한 굉장히 의미있는 공연이었습니다. 고향인 카와구치의 공연장인 카와구치종합문화센터, 보통 리리아라고 부르는 곳에서 개최되었으며, 제가 묵었던 이케부쿠로에서는 약 40분 정도 소요. 살짜기 가는 길이 복잡하더라고요. 사실 가다 전차를 잘못 타서 엉뚱한데 내리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좋은 추억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뭐 여기까지 이야기 할 필요는 없겠고, 공연장에 도착하니 어느덧 주위가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일본이 좀 더 해가 빨리 떨어진다는 느낌을 여행 동안 계속 받았네요.
종합문화센터 리리아는 보다 엄숙한 클래식 공연장의 분위기가 나는 곳이었습니다. 로비에는 여러가지 이벤트들이 준비되어 있었고요. 그가 입었던 여러 의상들을 전시해놓기도 하고, 500엔으로 가챠를 뽑을 수 있기도 했고, 굿즈도 물론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여태까지 활동하며 남겼던 여러 발자취를 한 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3층 규모에 수용인원은 총 2,600명. 사실 저는 메인스트림에 이름이 비교적 알려져 있지 않았던 터라 표를 구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했으나 마니아층이 정말 굳건한 아티스트 중 한명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제는 십분 이해합니다. 저도 빠지기 시작하니까 정말 헤어나올 수가 없더라고요.
이날 세션은 일본 밴드신을 오랫동안 지켜보셨다면 안면이 있을 인물들이 대거 출동했는데요. 대표적으로 오카모토스의 하마 오카모토, 키린지의 유미키 에리노, 킨모쿠세이의 하리가에 토모히로 등이 있겠네요. 그런데 시작했는데도 주인공은 감감무소식. 이날 진행을 맡은 강아지 인형 윈디가 I애타게 이름을 부르자, 카와구치 역 앞에서 튀김을 먹고 있는 요시자와 카요코가 모니터에 등장. “여기서 스트리트 라이브 자주 했었으니까, 오늘도 노래할까 싶네요” 라고 이야기하며 첫곡 ‘未成年の主張’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아 정말 자신만의 개그관이 뚜렷한 그다운 오프닝이었다고 할까요. 이후 공연장 내 객석 뒷문으로 깜짝 등장해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했죠.
‘카와구치의 최종병기’라고 스스로 이름 붙였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리퀘스트를 중심으로 세트리스트를 소화. 대표곡인 ‘綺麗’와 ‘手品’, 그리고 유미키 에리노가 함께한 ‘洋梨’를 포함해 가사에 음식이 들어간 노래들을 메들리로 들려주었습니다. 친분이 있는 동료 뮤지션이 영상으로 등장해 들려주었으면 하는 곡을 신청하는 코너도 중간중간 이어졌는데요. 오카자키 타이이쿠, 아베 마오 등과 함께 그의 인생을 뒤흔든 밴드 삼보마스터 역시 등장해 함께 작업했던 ‘ものがたりは今日はじまるの’를 리퀘스트 하는 등 그간의 인연까지도 함께 자신의 공연에 녹여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앵콜로 ‘月曜日戦争’를 마치고 5월 5일에 자신이 꿈꾸던 히비야야외음악당에서 단독공연을 하게되었음 알린 뒤 ‘一角獣’로 공연을 마무리. 그간의 커리어를 정리함과 동시에 정말 정수 중의 정수를 추출한 듯한 세트리스트가 인상적인 퍼포먼스였습니다. 앨범 투어가 아니었던지라 모든 작품의 주요곡들을 모두 들을 수 있었고, 그 기묘한 러블리함이랄까, 진지하면서도 엉뚱한 아티스트 본인의 매력을 잘 음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할까요.
사실 공연전까지만 해도 저는 최근 앨범을 집중적으로 듣고 있던 차였습니다만, 이날 선곡된 곡들은 비교적 커리어 초반의 노래들이 많았습니다. 근데, 진짜 매력은 그 노래들에 있더라고요. 진성 팬분들에게 한 수 배웠습니다 정말. 보통 예습한다고 몰아듣다보면 공연 후에는 얼마간 듣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말 이 날 이후로 2~3주 동안은 매일매일 요시자와 카요코의 인디 1집과 메이저 1집, 콜라보 앨범 등을 집중적으로 플레이. 앞서 언급한 ‘ものがたりは今日はじまるの’이나 ‘泣き虫ジュゴン’, ‘ストキング’ 같은 노래들을 정말 열심히 들었습니다. 공연도 꼭 한번 다시 가고 싶다라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되었고요.
그만큼 이번 기회는 호감을 애정으로 바꿔놓은, 아티스트가 가진 악곡의 매력이 최대치로 발현된 그런 이벤트였습니다. 다음엔 라이브하우스 정도의 규모에서 보다 가까이 보고 싶습니다만, 점점 캐퍼가 커져가기에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은 불보듯 뻔한 수순 ㅠ.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이묭도 그렇고 오피셜히게단디즘도, 요시자와 카요코도, 사실 보려면 볼 기회가 다 있었다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아이묭은 2018년 Number shot에서, 오피셜히게단디즘은 두번이나 내한했었고(물론 작년에 보긴 했습니다만), 요시자와 카요코도 2017년 Rock in Japan에서. 결국 현지에서 어느 정도 반응이 온 뒤에야 저에게도 체감이 된다는 이야기겠죠. 좀 더 발빠르게 일본음악 신에 귀기울여야 하지 않나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던 이번 공연. 2~3년 내 한번 더 단독공연을 노려보렵니다.
[세트리스트]
1. 未成年の主張(川口駅前より中継)
2. らりるれりん
3. 綺麗
4. 手品
5. たべものメドレー(洋梨feat.弓木英梨乃~アボカド~ブルーベリーシガレット~麻婆~ガリ)
6. ユートピア
7. えらばれし子供の密話
8. 地獄タクシー
9. よるの向日葵
10. 残ってる
11. がらんどう
12. ものがたりは今日はじまるの
13. ミューズ
14. movie
15. 泣き虫ジュゴン
16. ストッキング
<앵콜>
17. 月曜日戦争
18. 一角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