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eggies < YELLOW > @ Tsutaya O-EAST
* 라이브 사진은 https://spice.eplus.jp/articles/262174에 실린 공식사진을 인용하였습니다. (Photo by 河本悠貴) 문제시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일본 단독공연 관람기 그 마지막 시간입니다. 그 대미를 장식할 아티스트는 바로 저의 2019년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더 페기스(The Peggies)! 재작년에 선보였던 미니앨범도 놀라웠지만, 메이저 첫 정규작이었던 < Hell like Heaven >이 보여준 역량과 가능성은 근래 만나본 어떤 아티스트보다도 대단했었죠. 페스티벌에도 좀처럼 안보이는 얼굴들이라 단독 밖에 답이 없던 상황이었는데, 마침 운 좋게 시기가 맞아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소는 시부야에 위치한 츠타야 O-EAST. 많은 밴드들이 애용하는 라이브하우스로 1,3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곳이죠. 공연장에 도착하니 뭔가 위풍당당한 외견이 저를 맞이했습니다. 도쿄에서는 이 정도 캐퍼에서도 공연이 가능할만큼 밴드가 성장했구나라는 생각도 우선 들었었네요. 더불어 제가 봤던 공연 중에 가장 평균연령이 낮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관객이 10대 후반에 집중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고등학교 교실의 그 왁자지껄한 분위기. 남녀 짝을 맞춰 동급생들끼리 놀러오는 듯한 분위기에 가까웠달까요.
더불어 마니아들이 라이트팬을 압도하는 형국이었습니다. ‘이 정도였다고?’ 싶을 정도로, 10대들 사이에서 프론트우먼인 키타자와 유우호의 존재감이 꽤나 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어떻게 보면 오글거릴 법한 이야기들도 가감없이 털어놓아 공감대를 형성하는 그. 직관적이고 쿨한, 때로는 약하고 흔들리는 모습까지 보이기를 서슴지 않는 모습이 역시나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많은 힘과 위로가 되는 모양입니다.
이날은 10월부터 이어온 전국투어 < YELLOW >의 세미파이널. 다음은 삿포로 공연이었기에 도쿄근교에 있는 팬들까지 찾아와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더불어 공연 중에 안 거지만 복수로 관람한 사람이 7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할 정도였죠.
얼마간의 대기 이후 모습을 드러낸 멤버들이 신곡 ‘Yellow’로 포문을 열자 일제히 모든 이들이 환호성을 발사. 과연 스튜디오 앨범의 그 어그레시브함이 공연으로도 표현될까 궁금했는데, 첫 곡부터 완벽한 합과 사운드를 보여주었습니다. 확실히 제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죠. “가자! 모두 함께 사랑의 여행을 떠나자!”라는 말과 함께 ‘君のせい’, ‘LOVE TRIP’, ‘そうだ、僕らは’ 까지 업템포를 연달아 선사하며 플로어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기타의 음량도 대단했지만 이시와타 마키코와 오오누키 미쿠의 리듬파트도 탄탄하게 어우러지는 것이 이제 막 메이저 데뷔한 이들로는 비춰지지 않았습니다.
인디즈 시절과 메이저 데뷔 후 곡들을 적절히 분배하며 들려주는 와중에, 훅 하고 느껴진 것은 바로 그들의 뜨거운 마음이었습니다. 키타자와 유우호는 자신이 느낀 것들을 들려주고 공유하고, 함께 이겨 나가기를 촉구했습니다. 때로는 한없이 따뜻하다가도 일면 냉소적인 얼굴을 보여주는 그에게서 꿈을 쫓아가면서도 놀랍도록 현실적인 밴드의 정체성을 목격할 수 있었지요. 결국 자신에게 거짓말 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다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사람이나 추억을 머릿 속에 떠올리며 투어 중에 만든” 신곡 ‘アネモネ’를 비롯, 가장 BPM이 높은 곡임에도 아무 무리 없이 가볍게 소화함으로서 연주력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지워버린 ‘する’, 이들의 대표 앤썸 ‘マイクロフォン’과 신곡 ‘スタンドバイミー’까지. 그야말로 폭풍처럼 몰아치는 가운데 예정된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려 끝날 무렵에는 아쉬움이 가장 강하게 남는 공연이기도 했습니다.
앵콜은 역시나 ‘明日’. “내일이 온다는 건 조금은 쓸쓸한 일이지만, 꼭 다시 만나자”라는 가사가 딱 들어맞는 곡으로 시작했죠. 함께 떼창을 하며 아쉬움을 달래려 했는데, 가사가 가사라서 그런지 꼭 오늘이 아니라 삶을 관통하는 느낌이 있어 뭔가 뭉클해지는 게 있었습니다. 그리고 ‘ドリーミージャーニー’와 ‘グライダー’로 공연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저의 음악여행 역시 그렇게 많은 생각과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었죠.
공연 종료 후 운영진 측에서 서면으로 설문조사를 받고 있던 것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알게 되었나부터 시작해 공연의 어떤 점이 좋고 아쉬웠는지, 밴드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묻는 내용이었는데, 확실히 팀을 성장시키려는 소속사의 의지 역시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취합된 결과를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전략을 수립하겠지요. 현장에서 듣는 팬들의 의견이야말로 효과가 좋은 명약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모양새였습니다.
이렇게 4일간의 단독공연 관람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티켓을 가장 일찍 구했을 정도로 기대했던 것이 이 페기스의 공연이었는데, 상상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덕분에 너무나 만족했던 기억이 납니다. 현장감으로 인해 더욱 생동감 있던 사운드와 3명이 선사한 완벽에 가까운 합, 자신들만의 명확한 스피릿까지. 젊은 나이에 이렇게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는 이들을 보면, 그리고 그 와중에 이처럼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응당 응원하고 싶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날 발표한 2020년 전국투어를 관람하기는 어렵겠지만, 언젠가 앨범 두장 세장 정도 더 쌓이면 그때 다시 한번 재회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합니다. 그땐 좀 더 성장해 큰 공연장에서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이 되어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