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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Apr 16. 2017

그렇게까지 좋지 않았던 건 저뿐인가요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을 보고

팬이 아님에도 공연을 보는 이유


고정적인 수입이 생긴 이후로, 해외 네임드 아티스트들의 내한공연은 어지간하면 관람하려고 하는 편이다. 취향과 거리가 좀 있더라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들은 분명히 이유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것들은 대개 내 삶에 자극과 영감이 되어주니까. 여기에 음악필자 활동에 있어 좋은 경험치가 되어 주니 이보다 가치있는 일이 있나 싶을 정도다.


어제(4/15)에 있었던 콜드플레이의 공연도 그랬다. 막 좋아했던 건 아니었지만, 'Fix you'나 'In my place' 같은 곡은 자주 들었고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Yellow'를 연주하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이만한 기세를 유지하는 밴드가 있는가. 최고라 불리는 그들의 공연엔 어떤 매력이 담겨져 있을까. 취향이 아니다 보니 좀처럼 알 수 없었던 콜드플레이의 매력을 콘서트에서는 만나 볼 수 있을까. 공연도 공연이지만, 이와 같은 개인적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방문한 것도 컸다.


사실 공연 몇주전부터 예습한답시고 세트리스트를 반복해 듣긴 했으나 크게 감흥이 없긴 했다. 한 곡 한 곡 뜯어보면 나쁜 곡들은 아닌데, 이상하게 흐름이 평면적이고 심심한 탓이었다. 물론 4집 이후로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한 나에게도 원인이 있겠으나, 아무리 들어도 공연의 이미지가 쉬이 그려지지 않는 그런 리스트였다. 그래도 일단 '뭐 또 현장가서 보면 다르겠지'라는 생각으로, 나름 기대하며 공연날을 맞았다.


이곳은 광란의 도가니입니다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4만 5천명이 모인다는 것은, 그곳에 축제가 열린다는 말과 같다. 본 무대를 떠나, 잠실 주경기장의 분위기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각기 다른 이들이 같은 설렘을 갖고 말없이 이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 그건 정말 어떻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탁 트인 시야 한 가운데 거대한 무대가 눈에 들어왔다. 오프닝인 제스 켄트의 무대를 보는 둥 마는 둥 하고, 맥주를 한 잔 사와 마시다 보니 어느덧 자이로밴드가 반짝반짝대며 퍼포먼스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첫 곡 'A head full of dreams'부터 폭죽과 함께 자이로밴드의 색이 시시각각 바뀌며 장관을 연출해 냈다. 초장부터 관객의 넋을 단숨에 채앗아가는 자본의 위엄. 특히나 손목에 달린 이 밴드는 마치 공연의 지휘자 같았다. 밴드보다 얘가 주인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완벽히 계산된 색깔변화와 발광 타이밍으로 러닝타임 내내 비주얼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디스크그라피를 광범위하게 오가는 노래들은 분위기를 시시각각 변화시키며 다채로운 매력을 발했고, 'Paradais'나 'Sky full of stars'와 같은 노래에선 EDM 뮤지션으로서의 크리스 마틴도 엿볼 수 있었다. 확실히, 뭐 'Viva la vida' 때부터도 그랬지만, 이젠 록 밴드라는 단어는 그들앞에 붙이면 안되겠구나 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연출은 정말 끝내줬다. 너무 끝내줬다는게 문제..(출처 : 현대카드)
요런것들은 아쉬웠습니다.


'Up&up'까지, 최고의 공연내용과 무대매너로 꽉채운 두시간이었건만, 끝나는 순간 약간은 허탈했다. 뭔가 아직 몸이 달구어지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끝인가하는 느낌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우선, 곡 특성상 그리고 장소의 특성상 리얼세션으로서의 생동감이나 현장감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는 점이 컸다. 악기들이 전면에 드러난 곡들은 아무래도 'Yellow'나 'Clocks', 'Fix you' 등에 불과했던 탓에 내가 좋아하는 '밴드 콜드플레이'의 모습은 많지 않았다. 'In my place'를 드럼 없이 퍼포밍한 것도 큰 마이너스 요인. 꼭 밴드사운드가 아니더라도 각 멤버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 텐데, 연주 멤버들의 역할이 미미하게 느껴졌다는 점이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크리스 마틴 원맨쇼'를 본 듯한 인상.

멋있긴 했는데... 난 팀으로서의 합을 더 보고 싶었다. (출처 : 현대카드)

또 하나, 업템포와 슬로우의 교차가 너무 잦았다. 열기가 오를만 하면 짜게 식고, 차분하게 감상할만 하면 다시 일어나야 하는 흐름이 3~4번 정도 반복된 탓에 이제 좀 몸이 풀린듯한 느낌이 들었을 땐 이미 'Adventure of a lifetime'이... 특히 'Fix you' 후 'Viva la vida'로 연결되는 부분은 좀... 차라리 'Midnight’ 후에 'Fix you'를 배치해 'Evergloiw' - 'Clocks' - 'Midnight' - 'Fix you'로 간다음, 이후 'Charlie brown' - 'Hymn for the weekend' - 'Viva la vida' - 'Adventure of a lifetime'의 업템포 넘버를 연속 배치했다면 훨씬 집중력 있는 흐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뭔가 진득하게 빠져든 느낌이 없어서 하는 이야기다.


하나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이 연출이다. 2년 전에 봤던 세카이 노 오와리 닛산 공연을 보고 들었던 느낌이 어제 콜드플레이를 보면서도 들었다. 둘 다 연출에 대한 물량공세가 어마어마했드랬다. 어쨌든 공연은 음악 외의 여러가지가 결합된 '엔터테인먼트'에 가깝다. 음악과 연출이 결합해 더 나은 쇼를 만들어낸다면, 그 비주얼적인 효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연출이 음악을 앞서는 느낌이 든다면 그건 조금 생각해 봐야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같은 장소에서 공연한 레이디 가가는 퍼포먼스도 퍼포먼스지만 가창력만으로도 나를 놀라게 했고, 폴 매카트니는 별다른 연출없이 진행하다 'Live and let die'의 절정에서 쏘아올린 불꽃으로 노래의 감흥을 배가시켰다. 콜드플레이의 연출은 앞의 두 공연보다 훨씬 화려했고 규모도 컸지만, 그러다보니 지금 공연을 떠올려보면 노래나 연주보다는 현란한 색감과 각종 무대효과가 더 기억나더라는 이야기다.


자이로밴드는 고민이 필요한 물건


자이로밴드라고 불리는 원격발색팔찌는 스타라이트링이라는 이름으로 세카오와의 공연에서도 이용되었고, 일본에서는 2~3년 전부터 돔 규모의 공연 시 하나의 연출장치로서 드물지 않게 사용되어 왔다. 공연에 비주얼적인 효과를 더함과 동시에, 공연의 녹화본이 DVD와 같은 상품화로 직결되는 것을 고려한 영상미 업그레이드가 주목적이다. 그렇기에 자칫 잘못 쓰이면, 빈약한 본질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물론 콜드플레이의 공연의 내용이 별로였다는 건 아니지만, 큰 감흥이 없는 상태에서 이러한 연출적 요소가 과용되다보니 더더욱 음악적인 부분은 살갑게 다가오지 못했던 것 같다. 이처럼 원격발색연출 자체가 공연 자체의 성격과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버릴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사용에 있어서는 그 타이밍과 빈도수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고민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세카이노오와리의 2013년 공연.  연출스탭의 의도가 너무 깊게     들어와 있는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원격연출에 약간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들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분명 최고의 공연이었을 것이다. 2시간 동안 자신들의 모든 것을 이 잠실벌에, 한국 땅에 처음으로 풀어놓은 기념비적인 날임에는 분명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늘은 세월호 3주기에 맞춰 다같이 묵념을 했다고 한다. 참으로 감동적인, 또한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나와 같이, 밴드의 이름값만 보고 온 이들이 과연 이 공연에 대해 엄지를 척 내밀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이들이 왜 이토록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은 아직 의문인 그대로 남아있다. 뭐 위에 적었던 아쉬움은 그냥 나만이 느낀 아쉬움일 수도 있긴 하겠지만. 안영미가 어떤 개그프로그램에서 했던 '나만 쓰레기야?' 라는 대사가 생각나는구만.. 여튼 어느 공연보다 화려하고 멋진 퍼포먼스가 펼쳐졌음에도, 끝나는 순간 어디론가 휙하고 사라져버린 신기루 같은 체험이었음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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