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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Feb 06. 2017

원 오크 록, 그들이 가진 야망의 구현

지난 4년간의 라이브로 살펴본 그들의 변화상

작년 9월 트웬티 원 파일럿츠와 패닉! 앳 더 디스코 등이 속해있는 레이블 < Fueled by Ramen >과의 계약을 통해 본격적인 영미권 진출에 박차를 가한 우리 '왕오쿠' 오빠들. 세계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뉴스였지만, 그간 겪은 음악적 변화가 많은 팬들의 반발을 사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온 시점임에도, 그 노선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에 있다.


특히 4집 < Niche シンドローム >에 꽂혀 있는 이들은,  변화의 폭이 급격했던 < 35xxxv >과 최근작 < Ambitions >를 흑역사감으로 치부하곤 한다. 뭐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팀의 시그니쳐 넘버는 '完全感覚Dreamer'이고, 그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은 확연한 '일본 록'의 정서 그 자체였으니까. 호감이었던 부분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한 지금인만큼, 얼핏 들으면 영미 레퍼런스 록 처럼 들리는 음악에 정을 붙이기가 쉽지 않겠구나 싶기도 하다.


엄밀히 말하면 나도 이 때가 더 좋긴 하다...


그와 별개로 < Ambitions >는 일본에서 발매 첫주만에 2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밴드의 최고성과를 갱신했고, 영미권에서의 팬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직접 쓴 < Ambitions >의 해설지를 통해 예전의 국지적인 날카로움이 보다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묵직함으로 바뀌었을 뿐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2013년 이후 네번의 공연을 관람한 입장에서 라이브에서의 그들은 분명 전과 확연히 다르게 다가왔다. (그것도 그건데 4년동안 원 오크 록의 공연을 네 차례나 봤다는 사실 자체가 더 놀랍긴 했다.)


뒤늦게 인터뷰를 통해 안 사실이지만, 여기엔 일본/국외 라이브를 각각 다른 것으로 개념지어 운용하고자 하는 팀의 의도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해외 공연에 적합한 곡들로 앨범을 만들어 영미시장에 걸맞는 '원 오크 록'을 구체화 해 온 것이 최근 3~4년간의 행보인 것이다. 그러면 그 발걸음이 어떻게 이어져왔는지, 직접 관람했던 라이브에 대한 감상을 빌어 한번 이야기해보려 한다.


내 인생 록페라면 단연 이 록페다.


록페 맞춤용 세트리스트

Scene #1 2013. 8. 2 < Rock in Japan 2013 > 

Setlist

1. Deeper Deeper (6)

2. Nothings Helps (6)

3. アンサイズニア (5)

4. Clock Strikes (6)

5. ONION! (6)

6. 69 (6)

7. Re:make (5)

8. 完全感覚Dreamer (4)

9. The Beginning (6)


난 엄청 옛날처럼 느껴졌는데, 지금 보니 < 人生X僕=>가 발매된 후였구나... 당시 일본 록페는 처음이었는데, 현지 관중들은 비교적 경청하는 분위기라는 이야기를 믿고 갔다가 펜타포트보다 빡센 분위기에 당황 및 감동. 그리고 몇년 후 섬머소닉을 가보고는 또 록페라고 마냥 빡센건 아니구나 라고 느끼긴 했지만... 자세한 건 나중에 글로 풀어보도록 하겠다.


여튼 6집까지는 아직까지 내수용 정서가 기저에 있고, 초반 세 곡을 봐도 < Nicheシンドローム >을 통해 완성시킨 스타일이 녹아있는 곡들로 서두를 장식하고 있어 살갑게 느껴졌다. 시간이 짧게 배정되는 페스의 특성을 고려하기도 했겠지만, 완급조절 없이 시종일관 달리는 세트리스트에선 정말 '무서울 것 없었던 그들의 패기'가 스트레이트하게 느껴졌다.


또한 서클핏이란 게 리드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한데, 어떤 불상탈을 쓰신분이 노련하게 현장을 지휘한 덕분에 개인적으로도 노느라 정신 없었던 공연. 요즘은 잘 하지 않는 'ONION!'이나 '69'도 지금 보니 신선하다. 거의 모든 곡이 6집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선, 과거 히트곡 없이 지금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관중들을 즐길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팀 특유의 자신감이 엿보이기도 한다.



저는 이게 가장 좋았습니다만...


외도 전 원 오크 록의 정수

Scene #2 2013. 11. 10

< Who are you?? Who are we?? >

Setlist

1. Introduction~Where idiot should go~ (6)
2. Ending Story??(6)
3. Deeper Deeper(6)
4. Nothing Helps(6)
5. C.h.a.o.s.m.y.t.h(5)
6. Let's take it someday(5)
7. じぶんROCK(4)
8. Clock Strikes(6)
9. Be the light(6)
10. Liar(4)
11. Answer Is Near(5)
12. NO SCARED(5)
13. Re:make(5)
14. 完全感覺Dreamer(4)
15. The Beginning(6)
16. Wherever you are (앵콜) (6)


당시 항상 피날레를 장식했던 'Nobody's home'이 빠졌다는 이유로 팬들이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세트리스트. 1~3집 수록곡들은 해외 공연시 전면 배제하는구나 싶었던 공연이기도 했다. (자국에선 그래도 아예 안하지는 않는다) 타카는 이 당시 아시아와 유럽을 돌며 자신들의 곡이 해외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은 뒤, 그에 적합한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깨달음이 < 35xxxv >의 콘셉트 및 이후 공연양상을 결정지은 중요 요인이 되기도. 반면 골수팬들에게는 작년 공연보다 이쪽이 더 와닿는 셋리였을 확률이 크다. 해외에서 4, 5집 곡은 이제 좀처럼 하지 않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 공연은 일본의 정서로 해외를 돈 마지막 투어이기도 하다. 사실 이 시기의 원 오크 록은 일본에서 보나 한국에서 보나 큰 차이가 없다. 본인들이 그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느꼈던 덕분이다. 추후 일본/해외 구분을 두면서 영미권의 공연 콘셉트를 아시아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사실 이것도 크게 호불호가 갈리는 추세이긴 하다. 우리나라 팬들 역시 일본 팬들이 그들을 지지했던 이유와 같은 명목으로 응원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초창기의 곡들이 배제되는 것은 아무래도 아쉬울 수 밖에 없다.


토루 어쩔.....


새롭게 다가왔던 Ver.2.0 리뉴얼 선언

Scene #3 2015. 7. 26 < 안산 M밸리 록페스티벌 >

Setlist

1. 3xxxv5(7)

2. Take me to the top(7)

3. Memories(7)

4. Deeper Deeper(6)

5. Stuck in the middle(7)

6. Clock Strikes(6)

7. Cry Out(7)

8. Heartache(7)

9. Decision(7)

10. The Beginning(6)

11. Mighty Long Fall(6)


본격적인 리뉴얼을 선포했던 날이다. 내한 직전 있었던 현지 공연곡 목록에 '完全感覚Dreamer'가 빠져있다는 걸 미리 확인한 터라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갔지만, 막상 안하고 퇴장하는 걸 보자니 야속하기 짝이 없더라. 아직도 운영측의 미숙한 진행으로 시간이 지연된 탓에 이 곡이 누락되었다고 아는 이들이 있는데, 사실 애초부터 할 생각이 없었다는.... 그만큼 < 35xxxv >는 그들의 분기점이자 해외진출 전 자신들의 이미지를 재정립하고자 한 작품이었다. 이에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5집 이전의 작품을 전면 배제하는 초강수를 뒀던 시기이기도 했고.


그와 별개로 팀을 처음 본 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기저에는 '일본 밴드 = 엑스 재팬'에 가까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이들에게 의외의 반전을 가져다 주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겠지만.... 엑스 재팬이 위대한 밴드임에는 동의하나, 아직도 일본 뮤지션하면 엑스 재팬으로 동일시 시켜버리니 오호 통재라... 참 애증의 팀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성공적인 피드백을 바탕으로 이후 6, 7집 수록곡 위주의 공연을 본격화하게 되고, 이에 반해 < Nicheシンドローム >의 곡들을 듣고 싶었던 이들은 이날 광광 우럭따고 한다.....


거의 해마다 오긴 했구나
이젠 완연한 인터내셔널 지향의 모습으로

Scene #4 2016. 11. 19 < Live in Korea >

Setlist

01. 3xxxv5(7)
02. Take me to the top(7)
03. Memories(7)
04. Deeper Deeper(6)
05. Clock Strikes(6)
06. Last Dance(7)
07. The Way Back(7)
08. Instrumental
09. Cry out(7)
10. Heartache(7)
11. Decision(7)
12. Suddenly(7)
13. Taking Off(8)
14. The Beginning(6)
15. Mighty Long Fall(7)

- 앵 콜 -
16. Wherever you are(4)
17. NO SCARED(5)
18. 完全感覚Dreamer(4)


일년만에 본국으로 컴백해 개최된 9월 나기사엔 공연의 세트리스트를 참조해 예습을 시작했다. 공연시간도 차이가 있고 최근 해외투어의 경향을 미루어 보아 이대로 진행하진 않을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얄짤없이 6, 7집으로 도배. 일본/국외 공연 콘셉트가 완전히 나누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디럭스 버전이 국내에도 발매된 관계로 가사 또한 거의 영어인 덕분에 '일본밴드'라는 느낌 자체가 거의 들지 않았다. 앨범으로 들으면 모를까, 공연에서 본 그들은 국경이라는 제한을 없앤 인터내셔널 스타에 가까웠다.


앵콜 전까지의 14곡은 6집+7집+이후 발표곡으로만 이뤄졌고, 이후 보너스 타임처럼 앵콜을 통해 'Wherever you are', 'NO SCARED', '完全感覚Dreamer'를 선사하며 딱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만 4, 5집의 노래들을 피로. 해외에서 갈고 닦은 고퀄리티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데다가, 팬들(포함 나)도 이젠 적응이 되었는지 너무나도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된 공연이었다. 그래 결국 완전감각만 하면 되는 거였어... 더불어 서클핏을 하고 싶으면 그냥 이들이 나오는 록페를 노리는 것이 낫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한 라이브이기도. 원맨은 아무래도 록페문화에 낯선 팬들도 많이 오니까.


오오... 간지...


'일본 출신'이라는 프로필은 이젠 상당부분 지워져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Bedroom warfare'의 뮤직비디오만 봐도, 색감이나 음악이 철저히 영미 스타일에 맞추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터. < Ambitions >의 앨범 감상평을 죽 보다보면 '예전으로 돌아갔으면', '이런것도 좋지만 옛날 때가 좋았는데' 라는 의견이 아직도 꽤나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밴드는 그 때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들은, 걸어가는 그 길이 정답이며 성공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무한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어쨌든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들은 변했다. 혹자는 본연의 매력을 잃었다고 이야기하며, 혹자는 너무 평범해졌음을 언급한다. 하지만 꽤 열심히 그들을 지켜본 결과, 끝없는 고민과 시도를 통해 자신들의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원 오크 록 공식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판단된다. 과거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편견없이 현재를 지켜보자. 다시금 처음부터 시작해 < 35xxxv >라는 과도기를 거쳐 < Ambitions >라는 진화를 이뤄낸 근성의 팀은 어느덧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될 준비를 마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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