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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선업 May 04. 2020

[20-05-01] 주간제이팝

아이묭, 루나 씨, 오랄 시가렛, 게스노키와미오토메 등

[SINGLE]

아이묭(あいみょん) ‘裸の心’

세련된 그간의 행보와는 달리 조금 더 어덜트 컨템포러리 스타일로 살짝 방향을 전환한 곡이다. 개인적으로 초반은 자전거 탄 풍경이 떠오르고, 간주에는 노래방에 부모님과 같이 온 느낌이 들 정도로 어른의 취향에 명확히 맞닿아 있다. 멋을 부리지 않아서 그런지 그가 가진 음색의 호소력이 보다 전면으로 드러나는 느낌이 강해 어느때보다 넓은 세대를 포용할 것으로 보이나, 계속 아이묭의 노래를 들어온 이들이라면 조금은 이질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매너리즘에서 벗어난 듯한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서 응원해주고 싶은 노래. 


오렌지 렌지(ORANGE RANGE) ‘KONOHOSHI’

화려했던 과거와는 상관없이 꾸준하게 자신들의 길을 걸어나가고 있으니 굳이 예전의 음악들과 비교할 필요는 없겠다.(그나저나 ‘花’도 벌써 16년전) 이번 신곡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신스팝으로, 히로키의 목소리가 왠지 더 따스하게 다가오는 힐링 송이다. 레게리듬이 가미되어서 그런지 오키나와 출신이라는 지역색이 더욱 강조되는 느낌이며, 주고 받았다가 함께 불렀다가 화음을 넣기도 하는 세 보컬의 호흡 또한 인상적이다. 어느덧 20년차를 바라보는 그룹의 관록과 여유가 한껏 담겨있는 이 곡에서 마치 바캉스를 온 듯한 감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펭귄 리서치(PENGUIN RESEARCH) ‘キリフダ’

구간별로 조금씩 변화를 준 편곡의 넓은 스펙트럼이 맘에 든다. 일방적으로 홀로 달려나가는 것이 아닌, 기타 록으로 스피디하게 전진하다가 잠시 속도를 늦추고 피아노를 전면에 부각시켜 리스너들에게 보다 친숙한 음율을 선사하는 노래. 후렴의 절정을 견인하는 코러스가 팬들의 싱어롱 코스로 등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루나 시(LUNA SEA) ‘Make a vow’

곡조로는 거의 얼터너티브 록에 가깝다. 선굵은 기타리프와 확연히 강조된 베이스, 뚜벅뚜벅 한걸음씩 나아가는 듯한 우직한 템포. 현재진행형 레전드라고 불러야 마땅하나, 곡에서는 전혀 그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잘 모르는 이들에게 들려준다면, 여느 신인밴드들과 함께 들려준다 한들 데뷔한지 30년이 넘은 팀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마자라시의 분위기가 살짝 느껴지기도. 


로스 바트 바론(ROTH BART BARON) ‘SPECIAL’

아레나 지향의 스케일 큰 록 넘버. 공간감을 부여한 퍼커션과 신시사이저,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혼 세션과 유유히 흐르는 가성 위주의 가창. 마치 금의환향한 이를 기리는 듯한 성스러운 분위기가 가히 압권이며, 그 구성을 통해 평범한 악기 위주의 록 뮤직과는 명확한 차별화를 유도하고 있다. 긴장과 이완을 오가는 편곡의 흐름과 몽환적인 가운데 확실한 집중력을 끌어내는 악기와 보컬의 합이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트랙. 


로자리나(ロザリーナ) ‘moon & sun’

프로파일 미상의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데뷔 3년차 싱어송라이터 로자리나. 한창 유행했던 체인스모커즈의 ‘Closer’와 같은 퓨처베이스/신스팝 스타일로, 일본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리듬감을 통해 싱어로서의 재능을 맘껏 펼쳐보이고 있는 트랙이다. 자칫 레퍼런스에 매몰되기 쉬운 장르를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극복하는 모습엔 프로듀서 TeddyLoid의 원조가 한 몫 했을 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ALBUM]



오랄 시가렛(THE ORAL CIGARETTES) < SUCK MY WORLD >

이제 완연한 헤드라이너급으로의 성장을 견인할 이들의 최고 걸작.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들의 외연을 넓히고 있으며, 본래 잘하던 명쾌한 록 넘버들은 더욱 업그레이드. 이와 함께 완급 조절 또한 완벽해 초반의 새로움과 중반의 익숙함을 거쳐 후반으로 갈수록 피치를 올린 후 ‘The Given’과 ‘Slowly but surely I go on’의 다짐으로 감동적이고도 장대한 마무리를 보여주는 흐름 또한 완벽하다. 


기타의 킬링리프가 작렬하는 ‘Tonight the silence kills me with your fire’을 지나면 그들로서는 이색적이나 캐치한 훅만큼은 여전히 살아있는 신스팝 기조의 ‘Fantasy’가 이어지며, 곧바로 또 하나의 라이브 대표곡으로 자리 매김 할 통렬한 ‘Dream in Drive’가 초반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다. 그 밖에 로자리나와 함께 한 ‘Don’t you think’, 가스펠을 차용해 웅장한 일면을 펼쳐 보인 ‘Hallelujah’, 신시사이저의 폭주가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릴 ‘Naked’ 등. 그들의 커리어에 있어서도 가장 당당히 내밀 수 있는 역작. 록 팬이라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할 작품이다.  


게스노키와미오토메(ゲスの極み乙女) < ストリーミング, CD, レコード >

‘私以外も私’가 ‘私以外私じゃないの’를, ‘キラーボールをもう一度’가 ‘‘キラーボール‘를 각각 연상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로 회귀한 듯한 인상을 주나, 막상 들어보면 적극적으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신시사이저와 베이스의 무도가 느슨하면서도 치밀하게 펼쳐지는 ‘私以外も私’, 소절마다 명확한 분위기 체인지가 스케일 업을 실감케하는 ‘秘めない私’, 연주 멤버들의 역량과 캐치한 선율이 완벽한 조합을 선사하는 ‘綺麗になってシティーポップを歌おう’ 등 이전의 화려함 대신 한음 한요소에 보다 진중한 접근을 보이는 듯한 작품이다. 이와 함께 호나 이코카의 보컬 비중이 늘어나 더욱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요 몇 년간 살짝 미적지근했던 행보를 보상해 줄 법한 작품. 


어썸 시티 클럽(Awesome City Club) < Grow apart >

마츠자카 타쿠미의 탈퇴, 레이블 이적 등 다사다난했던 시기를 거쳐 선보이는 두번째 정규작. 데뷔 5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라 파티 분위기로 장식할 법하지만, 인간관계에서의 만남과 헤어짐을 테마로 보다 강한 메시지성으로 나름의 반전을 꾀하고 있다. 아타기와 포린의 자연스러운 하모니가 빚어내는 애수 어린 신스팝 ‘最後の口づけの続きの口づけを’, 연주의 밀고 당김이 은근한 그루브를 유도하는 ‘バイタルサイン’, 보다 장르적으로 파고든 진득한 펑크(Funk) 트랙 ‘Okey dokey’ 등 흥겨우면서도 뭔가 마음 한켠이 짠해지는 이들 특유의 정서가 잘 녹아 있는, 자신들의 위치를 굳건이 지키고 있는 반가운 신보. 

코오(KOHH) < worst >

키스 에이프의 ‘It G MA’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우리나라 힙합 팬들에게도 익숙한 그의 신작. 올해 1월 갑작스럽게 연내 은퇴를 발표한지라 KOHH 명의로 선보이는 마지막 작품으로 점쳐진다. 국내 신과 그렇게 다르지 않은 트렌디한 넘버들로 가득차 있으며, 그만의 비장한 정서가 러닝타임 전반을 관통한다. 리얼 세션을 슬쩍 도입해 생동감을 부각한 ‘Rodman’, “제이지-비욘세보다 존 레논-오노 요코”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서정적 무드의 ‘John and Yoko’, 유명세를 얻고 난 후의 상황과 심정을 차분하게 읊어 나가는 ‘They call me super star’ 등 자신만의 직설적인 화법이 15트랙을 거치며 흥미있게 펼쳐진다. 길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코오로서의 마지막 여정.


헨타이신시클럽(変態紳士クラブ) < HERO >

이 팀의 이름이 곧 여기저기서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미 검증받은 프로듀서 역량의 보유자 GeG, 그를 완벽하게 조력하는 래퍼 WILYWNKA와 DJ VIGORMAN이 제시하는 무국적, 무장르의 음악들은 크로스오버의 영역을 넘나들며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음악, 동시에 사람들이 좋아할 음악 두 마리 토끼를 정조준하고 있다. 세련되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는 댄스튠 ‘HERO’, 블랙뮤직을 깊게 파고듦과 동시에 90’s의 감성 또한 겸비한 ‘No Reason’,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애수 어린 신스팝 ‘DOWN’까지. 어느 한 트랙 빼놓을 수 없는 밀도 높은 결과물이 언젠가 나올 정규작을 손꼽아 기다리게 한다.


에이지 팩토리(Age Factory) < EVERYNIGHT >

일본 밴드들에게서는 보기 힘든 우직함과 단순함. 기교나 테크닉으로 꽉 찬 사운드 대신 여백 그대로의 감성이 왠지 신선하게 다가오는 팀이다. 이번 작품은 그들의 세번째 정규작으로, 기타 리프를 중심으로 변칙적인 구성은 최소화하고, 꽤나 높은 디스토션 출력 안에 단단한 안정감이 스며있는 록 사운드를 추구하고자 한 느낌이다. 보컬 시미즈 에이스케의 허스키한 보이스가 의외의 감성을 발하며, 쓰리피스 밴드로서의 합 또한 합격점. ‘Peace’, ‘CLOSE EYE’ 등에선 펄 잼이나 사운드가든과 같은 그런지에 영향을 받은 듯한 모습도 목격할 수 있다. 이 두 곡을 기점으로 급변하는 앨범의 흐름을 만끽하며 듣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일 듯.


류 마츠야마(Ryu Matsuyama) < Borderland >

이름만 들으면 솔로인가 싶다. 개성 있는 멤버들이 모여 결성한 3인조 밴드의 두번째 정규작은 히트 프로듀서 마바누아의 지휘 아래 개성과 대중성을 한데 담아 버무려 낸 좋은 작품으로 완성되어 있다. 이탈리아에서 20년 이상 거주하며 제이팝과는 전혀 접점이 없었던 류와 제이팝에 관심이 많았던 츠루, 레게를 좋아하는 잭슨. 이렇게 세명이 만들어 빚어내는 음악은 어디에서도 레퍼런스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면서도 흥미로운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기타가 없는 록이 기반이나 흔히 떠올리는 킨(Keane)과 같은 서정성과는 거리가 멀다. 건반은 극소화하고 베이스와 드럼의 비트감을 강조한 ‘Sane Pure Eyes’, 일본대중음악의 정서를 십분 반영한 선율이 인상적인 ‘愛して、愛され’ 등 스펙트럼의 끝과 끝을 오가면서도 정체성은 단단히 유지하고 있어 무언가 새로움을 원하는 이들에게 권할 만한 앨범이다. 일본대중음악이 확실히 격변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금 해주게 만드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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